마태복음 29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

마 22:15-22

성전 제도의 중지를 선언하는 예수님을 위험한 문제인물로 보고, 처단하기 위해서 음모를 꾸미는 유대 지도자들. 누가 이런 권한을 주었느냐는 함정 질문의 위험성을 아시고 예수님은 즉답을 피한 채 3가지 비유로 대답하심. 두 아들의 비유, 포도원과 소작인의 비유, 혼인 잔치의 비유. 이런 비유를 통해서 유대 지도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계획을 말씀하셨다. 

이에 심각한 회의 소집. 머리를 짜서 각 분파 별로 각 방향에서 예수님을 잡아들일 음모를 세우고 함정에 빠뜨릴 질문. 그래서 성전에서의 토론은 단순한 성경적 논쟁이 아니라 목숨이 달린 논쟁이 되었다.  

1차전 세금 논쟁: 바리새파와 헤롯당원, 2차전 부활 논쟁: 사두개파, 3차전 계명 논쟁: 서기관/율법학자

1. 질문: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

(1) 식민지를 삼는 이유는 두 가지. 금전적 이익과 노동력 이익. 그래서 보통 세금을 걷고 노예로 부려 먹는다. 그런데 유대인은 유일신을 믿는 독한(?) 민족이라서 다른 민족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외지로 끌고 가서 노예로 부리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가 크다고 여겨서 추진하지 않았다고 한다. 

(2) 인두세(Poll tax)는 기원전 6년에 유대인에게 부과되기 시작했다. 남자는 14세, 여자는 12세부터 65세까지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이 세금 문제는 유대인의 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행 5:37 그 뒤에 인구 조사를 할 때에, 갈릴리 사람 유다가 일어나 백성들을 꾀어서, 자기를 뒤따라 반란을 일으키게 한 일이 있소. 그도 죽으니,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다 흩어지고 말았소.

갈릴리 사람 유다의 반란은 조세 저항이었다. 조세 저항은 곧 로마제국에 대한 반란이었기에 로마 3개 군단(1군단이 6천~1만 명) 동원해서 강력히 응징했다. 당시의 반란 근거지였던 갈릴리의 수도 세포리스가 진압된 후 십자가에 처형된 숫자가 2천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갈릴리 유다와 이 사건이 열심당원의 시초가 되었다. 결국 66-70 유대전쟁으로 나라 멸망.

(3) 그만큼 조세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였다. 그런 문제로 예수님을 옭아매려고 했다.

만일 세금을 내야 한다고 답하면, 유대인들의 민심을 잃을 것이다.

만일 세금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답하면, 로마 정부에서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외통수의 질문이다.

(4) 더 민감한 이유는 세금으로 내는 로마 동전(데나리온 은전) 때문이었다.

앞면: 당시 황제 티베리우스의 얼굴, ‘신성한 아우구스투의 아들 황제 티베리우스’

뒷면: 황제의 어머니, 올리브 가지를 들고 올림푸스 신전을 가리킴(다신교 상징), ‘위대한 제사장’

황제의 초상과 이런 글귀(신성, 제사장) 때문에 유대인은 우상숭배라는 커다란 반발감이 들었다. 

십계명 제 2계명 하나님을 형상화 하지 말라는 계명 때문에 유대인 동전은 사람 형상이 없다. 밀 이삭, 올리브 가지

2. 예수님의 답변: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사이드 이슈: 예수님께 배우는 논쟁할 때 주의점

(a) 아첨에 흔들리지 않음

예수님에 대한 평가의 말(16절)의 내용은 맞는데, 말하는 의도가 사악하다. 전형적인 사기꾼의 방법인데, 종교 지도자인 바리새파 사람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다니!

말의 내용까지 부인할 필요는 없다. 사악한 의도를 파악하고, 우쭐한 마음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b) 상대방의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음

어떤 프레임을 설정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끌고 간다.

세금을 내는 게 맞나? 안 내는 게 맞나? 이런 프레임에 갇히면 이래도 걸리고 저래도 걸린다.

이럴 때는 그 프레임을 벗어나고, 새로운 프레임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것은 납세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라고 새로운 프레임을 설정하셨다.

그러자 그 말에 탄복을 하고 물러섰다. 무슨 말이기에? 

세금의 이슈가 아니라 주권의 이슈다!

너는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속한 사람이냐? 너에게 최고 주권자는 누구냐? 로마 황제냐? 하나님이냐?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1)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라

황제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는 말이다.

(a) 제국/황제 시스템에서 얻는 유익이 있다. 팍스 로마나의 유익(치안), 수도시설(로마의 자랑거리), 도로 등. 어차피 로마제국의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유익을 누리는 차원에서 황제의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게 싫으면 에센파처럼 광야에서 살아야 한다.

우리도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부라 할지라도 세금을 내고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다. 

(b)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로마제국이 민족적으로도 신앙적으로도 동의할 수 없지만, 예수님은 로마제국을 전복시키라고 가르치거나 노력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이 세우신(허락) 권위라고 여기셨다. 세속권위 자체를 인정하고 굴복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라는 생각으로.

벧전 2:13 여러분은 인간이 세운 모든 제도에 주님을 위하여 복종하십시오. 주권자인 왕에게나, 총독들에게나, 그렇게 하십시오. 

(c) 어디까지가 ‘황제의 것’인가?

명시적인 선은 없다. 개인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민족주의자들은 황제에게 아무 것도 돌려주지 않겠다고, 그래서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친로마파는 황제에게 전부를 돌려주려고 한다. 완전 굴복, 개인적 유익 추구

우리도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어디까지가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얻는 유익이고 그에 대한 의무인가? 어디까지가 내가 순응해야 할 권위이고 어디부터는 더 이상 순응할 수 없는 선인가? 독재정부? 우상숭배 강요? 종교말살정책? 

황제/국가권력에 돌려주어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 그 선을 잘 정해야 한다.

아무 것도 돌려주지 않겠다면 이 세상을 등지고 사는 사람이고(반사회적),

너무 많이 돌려주는 것은 신앙을 버리고 유익만 추구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2)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a) 하나님의 것은 과연 무엇인가? 모든 것!

결국 이 세상에 속한 사람인가? 하나님께 속한 사람인가?

전자라면 세상에서 주는 혜택을 누리면서,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유익을 얻고 혜택을 누리며 사는 게 전부! 그러나 후자라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

(b) 세상의 혜택이 고맙고 좋지만, 편리하고 재미있지만, 언제든지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고,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다만, 지금은 여전히 세상의 질서 안에서도 사는 삶이기 때문에, 지금은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극한 상황은 아니기에... 하지만 나의 마음 중심은 이 세상이 아니다. 

(c) 손봉호 교수의 글 인용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데나리온에는 황제의 형상이 있지만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형상이 있다. 그러므로 돈은 황제의 것일지 모르지만 황제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것이므로 하나님께 바쳐야 하는 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온 우주가 하나님의 것이므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쳐야 하고, 따라서 데나리온도 하나님께 바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냐 정치권력이냐의 대비는 없어지고 하나님이 전체요 정치권력은 그 전체의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이 원칙은 오늘날 우리 기독교인이 국가나 국가의 정치에 대해서 가져야 하는 태도에 반영되어야 한다.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어긋나지 않은 한 국가의 권위와 민주적으로 이룩된 법의 권위를 인정해야 하며 순종해야 한다. 물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수정하며 개혁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정당하다. 그러나 국가가 우상숭배를 강요하는 등의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의 권위를 무시하고 법을 어겨가면서 항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님 시대의 로마 제국은 민주적이지 않았던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렇게 정의롭지도 않았으며 인도주의적이지도 않았다. 예수님이 그런 로마 통치에 찬동하시지 않으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권력을 비판하고 개혁하는데 목숨을 걸지 않았고 제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으셨다. 예수님께는 로마 제국도, 민족주의도, 정치적 메시아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 어느 것도 거기에 목을 맬 가치는 없었다. 예수님께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와 그 의’였고, 그 외의 것은 모두 상대적이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 태도를 지녀야 한다. 보수도 진보도 우파도 좌파도 다 상대적이고 일방적이다. 그 어느 것에 목을 매는 것은 우상숭배다. 오직 하나님 나라와 그 의만 절대적이다. 이 세상에 있되 세상에 속할 필요가 없는 것,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하고 모든 것에 초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기독교인의 특권이면서 의무다. 그런 태도는 영원히 확실하고 진정한 가치가 있는 복음의 진리와 하나님의 나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돈, 권력, 민족, 우파나 좌파의 이념 같은 상대적이고 하찮은 것들에 몰두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3/08/0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