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38

성전의 파괴 예언(1)

어떤 눈으로 보나?

24:1-28(1-3, 14-16)

마 24장은 가장 난해한 장으로 알려져 있다. 도덕적/신앙적으로 좋은 말씀은 그냥 듣고 실천하면  되는데, 24장은 예언이기에 좀 어렵다. 언제 어떻게 예언이 성취되었는지를 맞춰 봐야 하기 때문에 또 평이하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많은 상징과 비유로 설명하기 때문에 해석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24장은 한 호흡으로 두 가지 사건에 대한 예언을 하신 것이라서 분깃점이 어디인지 잘 파악해야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오늘은 어쩌면 평소에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해석을 들을 수도 있다. 워낙 난해한 부분이라서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의 해석이라고 받아들여도 좋다. 문제는 해석의 근거다. 문맥에 맞는 해석이어야 하고, 구약과 연결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어야 한다.

1.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대답

(1) 문제를 잘 풀려면 우선 질문을 잘 파악해야 한다.

예루살렘 성전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하고 있는 제자들에게(막 13:1) 이 성전이 파괴될 것이라고 선언하신다. 24:2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지금 예루살렘에 남아있는 성벽은 성전 돌이 아니라 성벽의 돌이다. 그래서 ‘통곡의 벽’이다.

(2) 예수님의 선언에 놀란 제자들이 예수님께 질문을 했다. 정확히 살펴보면 두 가지 질문이다.

(a) 이런 일(성전 파괴)들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b) 선생님께서 다시 오시는 때와 세상 끝 날에는 어떤 징조가 있겠습니까?

왜 성전 파괴와 세상 끝 날을 연결시켜서 질문했을까? 그만큼 당시의 유대인에게 성전은 중요했기 때문에 성전의 파괴는 곧 세상의 종말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지나친 유대중심 사상?) 

두 가지 질문: 성전 파괴는 언제이고? 세상 끝 날의 징조는 무엇인가?

* 참고: 종말

종말은 재림의 시점이 아니라, 초림부터 재림 사이의 모든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종말의 시대를 살고 있다. ‘종말이 온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3) 질문이 두 가지이므로 대답도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대답이 24:4-35이고, 두 번째 대답이 24:36-25:46이다.

이 말은 이런 구조와 상관없이 특정 구절만 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히 성전 파괴에 관한 내용인데, 세상 끝 날에 대한 대답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두 가지 대답이라는 틀을 잘 이해해야 한다.

2. 결론 먼저

(1) 성전 파괴에 대한 대답(24:4-35)의 마지막은 34절이다.

34절 이 세대가 끝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한 세대는 30-40년? 주후 30-40년에 하신 말씀이 (a) 한 세대 전에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마태복음은 주후 60년경에 기록했다고 본다. 마태복음의 최초 수신자는 주후 70년 성전 파괴 이전 시대의 사람들. 예수님은 성전 파괴가 일어나기 전에 일어날 여러 가지 징조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b) 징조들을 보면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하신다. 그리고 그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말씀해 주셨다. (c) ‘도망하여라!’

(2) 세상 끝 날에 대한 대답(24:36-25:46)

많은 비유로 대답하셨다. 노아 홍수, 두 사람 중 한 사람, 신실한 종과 신실하지 않은 종, 열 처녀, 다섯 달란트, 최후의 심판(양과 염소)

이런 비유에 담긴 핵심은 (a) 시점은 아무도(예수님 자신도) 모른다. (b) 세상 끝 날에 대한 징조도 없다(성전 파괴 때와 달리). (c) 그러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

24장에 담긴 예수님의 논조는 세상 끝 날에 대한 기대를 조장하기보다는(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오히려 기대를 누그러뜨리고, 깨어 있으면서 할 일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3. 성전 파괴에 대한 예언

(a)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시기) 성전이 파괴될 것인데, (b) 그 때를 알 수 있는 징조는 무엇인가? (c) 그리고 그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세상 끝 날에 대한 말씀과 구분하지 않고 읽으면 오해가 생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대표적인 구절 중심으로 설명한다. (오해의 소지가 아니라 해석의 차이일 수도 있다)

(1) 4-7절

4-7절에서 언급된 사건들은 주후 70년 성전이 파괴되기 오래 전부터 팔레스타인과 인근 지역에서 일어난 구체적 현상들이라고 볼 수 있다.

(a) 거짓 그리스도(4-5절, 23-28절): 주후 66년 유대 전쟁(주후 70년 성전 파괴로 이어지는 반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 수십 년 동안에 걸쳐 대중적인 관심과 환호 속에 메시아라고 사칭한 많은 인물들이 있었다. (행 5:36-37에 언급된 드다와 갈릴리의 유다)

(b) 전쟁, 기근, 지진(6-7절): 파르티아(이란) 전쟁(주후 36년), 헤롯 안티파스와 나바테아 왕 아레타스와의 전쟁(주후 36-37년), 그리고 일련의 지역 폭동. 팔레스타인 지진과 예루살렘 지진(주후 67년), 빌립보 지진(행 16:26), 소아시아 대지진(주후 61년), 폼페이 지진(주후 62년) 등

이처럼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전쟁과 자연 재해들의 소식을 들을 때 말세/종말이 다가 온 징조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세상 끝 날의 징조가 될 수 없다. 여기서 성전 파괴에 대한 답변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자주 일어나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성전 파괴의 징조도 되지 못한다. 따라서 예수님은 그러한 현상들을 '진통의 시작'이라고 하신다.  아기가 출산하기까지 진통이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전 파괴나 세상 끝 날이 오기까지 그러한 전쟁과 소요 사태 그리고 기근과 지진은 계속 반복해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그것에 근거해서 성전 파괴나 세상 끝 날의 시점을 계산할 수 없다. 이는 마치 산통이 처음 시작하자마자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한 처음 산통이 온 후 몇 번의 산통이 있어야 아기가 태어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것과 같다.

(2) 14절 이 하늘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서, 모든 민족에게 증언될 것이다. 그 때에야 끝이 올 것이다.

(a) 복음이 온 세계에 전파되어야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

예) 학생자원운동 Student Volunteer Movement

“이 세대 안에 세계 복음화를 이루자.”  The evangelization of the world in this generation.

1886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스필드에서 대학생들에게 복음과 선교에 대한 도전을 주기 위하여 피어선 박사가 무디 목사와 함께 설립한 해외 선교를 위한 학생 선교운동 단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온 대부분의 미국, 캐나다, 호주 출신의 선교사들은 학생자원운동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 운동을 통해 1940년까지 20,500명이 해외 선교지로 떠났다. 

(b) 하지만 이는 예수님의 이전 말씀과 연관해서 이해해야 한다.

마 10:5-7 이방 사람의 길로도 가지 말고, 또 사마리아 사람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아라. 오히려 길 잃은 양 떼인 이스라엘 백성에게로 가거라. 다니면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여라.

전에는 이스라엘로 전도 대상을 제한했었는데, 이제는 온 세상으로 전파하라는 말씀이다.

(c) ‘온 세상’이 지금 우리 개념의 온 세상일까? 당시는 로마 제국의 영역이 온 세상이었다. 

롬 15:19 나는, 예루살렘에서 일루리곤(지금의 알바니아)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니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남김없이 전파하였습니다.

바울은 주후 70년 성전이 파괴되기 이전에 로마 제국의 영역에 복음을 이미 남김없이/충만하게 선포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여겼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은 ‘예루살렘-온 유대-사마리아-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한 이야기다.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어 감으로써 그렇게 성취했다고 여겼다.

(d) 따라서 현대 개념의 ‘온 세상’ 곧 전 지구상에 복음이 전파되면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는 이해보다는, 당시 개념의 온 세상(이스라엘 지역을 넘어서 로마 제국의 영역으로)에 복음이 전파된 후에 끝(성전 파괴)이 올 것이라는 말로 이해해 볼 수 있다.

(3) 15절 그러므로 너희는 예언자 다니엘이 말한 바, 황폐하게 하는 가증스러운 물건이 거룩한 곳에 서 있는 것을 보거든, (읽는 사람은 깨달아라)

(a) 이 말은 중간사 시기에 마카비 혁명을 일으키게 했던 시리아 셀루쿠스 왕조의 헬라화 정책을 연상케 한다. 성전에 그리스 신상들을 세우고, 돼지를 잡아 제사를 드리는 등의 행위. 또 다시 이런 가증스러운 물건이 성전에 세워지는 일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예루살렘에 제3성전이 세워지고 그곳에서 이런 일이 재연될 종말의 사건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b) 하지만 주후 66년 유대 전쟁 무렵, 광기에 사로잡힌 예루살렘의 분위기라고 볼 수 있다. 극단적 유대주의자 열심파가 중심이 되고 바리새파 등 지도층이 합세해서 제2의 마카비 혁명을 꿈꾸면서 로마에 저항하고 온건파 동족들을 처참하게 처단하고 왕국을 세우는 광기어린 정치적 분위기를 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일은 절대로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예루살렘 성전을 심판하시는 하나님께 대항하는 가증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절대로 합류하지 말고 도망하라고 강조하신다. 

<다음 주에 이어진다>

마무리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신 이후 예수님이 내리신 선언은 성전의 기능 중지선언이다. 

예루살렘 성전은 더 이상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하나님을 만나는, 성전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결 내리셨다. 오히려 종교 지도자들의 배만 불리는 탐욕의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이런  성전은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이 성전을 허물어라’(요 2:19)라고 외쳤다.

이어진 종교 지도자들과의 논쟁을 통해서 그들은 도무지 예수님과 예수님이 가지고 오신 하나님의 나라를 받아들일 자세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일곱 가지 화를 선포하셨다.

23:38 보아라, 너희 집(성전은 하나님의 집인데 사실상 하나님과 전혀 상관이 없고 유대 지도자들의 집이다)은 버림을 받아서, 황폐하게 될 것이다.

24:2 여기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다.

제자들과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청나고 화려한 성전

막 13:1 선생님, 보십시오! 얼마나 굉장한 돌입니까! 얼마나 굉장한 건물들입니까!

온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끝없는 제사가 드려지고 헌금이 쏟아지는 곳. 

그러나 예수님이 보시기에는 썩어빠진 곳, 오히려 백성들을 등 처먹는 곳, 천국으로 가는 길을 막는 곳이다. 그래서 존재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우리는 어떤 눈을 가지고 사물을 보고 또 판단하나?

크고 화려하고 북적댐? vs 은밀한 곳에 계시는 하나님? 한 영혼을 깊이 사랑함?

영의 눈? vs 육신의 눈?

2023/10/04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