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40

열 처녀의 비유

25:1-13

1. 비유를 해석할 때 유의할 점

(1) 예수님은 익숙한 일상생활의 일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천국)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좀 더 구체적이고 가시적으로 가르치셨다. 일상생활의 일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2) 비유의 특징은 동시에 계시(알림)와 은폐(숨김)다.

마 13:13 내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가지고 오신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는 사람(‘귀 있는 사람’)에게는 비유의 내용이 하나님 나라의 원리를 잘 설명해 주는 훌륭한 예화가 된다. 반면에 배척하는 사람에게는 그 의미가 가려진다. 그래서 예수님은 방해받지 않고 활동하실 시간을 벌게 되었다.

(3) 비유는 메인 포인트에 집중해야 한다. 메인 포인트는 주로 결말에 나온다. 많은 경우 일상생활의 일이지만 쇼킹한 결말(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사마리아인이?)이나 예상하지 못한 반전(포도원 품꾼의 비유: 똑같은 임금)이 나오는데 주로 그 점이 메인 포인트다. 

(4) 따라서 다른 디테일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디테일은 메인 포인트를 전하기 위한 스토리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비유에 나오는 디테일 하나 하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거나 일일이 어떤 상징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은 문학 장르를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다. 그래서 알레고리 해석으로 빠지게 된다.

(5) 알레고리 해석: 성경 본문의 문자적 의미를 무시하고 상징적 의미를 찾으려는 해석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단순한 문자적 의미를 넘어 신비한 영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알레고리 해석은 그리스 철학의 영향이다.

예) 오리겐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강도 만난 사람은 아담이며, 강도 만나 다친 곳은 세상이다. 강도는 마귀다. 제사장은 율법을 대표하며 레위인은 예언자를 대표한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그리스도 자신이며 나귀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여관집은 교회이고 두 데나리온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사마리아인이 ‘내가 다시 오겠다’ 한 것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말한다.

(6) 일상생활의 일로 말씀하셨기에 당시의 문화와 관습을 잘 이해해야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예) 일만 달란트 탕감 받은 종(마 18:23-35): 두 사람이 탕감 받은 금액의 차이(일만 달란트 vs 백 데나리온)를 알아야만 하나님의 용서가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큰 것인지, 그래서 우리도 남을 용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2. 당시의 결혼식 풍습

세상 끝 날에 관한 대답을 하시는 중이다. 비유로 대답하시는 중이다.

당시의 문화와 관습을 잘 이해해야만 하므로 먼저 당시의 결혼식 풍습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예수님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10대 중반에 결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혼식은 주로 저녁 무렵에 열렸다(기후의 영향). 결혼식은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신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혼인 잔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신랑은 장인에게 가서 결혼 지참금을 지불한 후 단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 신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서 혼인잔치를 한다. 

(2) 이때에 신부 또래의 절친한 처녀 친구들로 구성된 열 명의 들러리들이 신부를 신랑 집으로 데려가는 일을 돕는다. 따라서 비유의 열 처녀는 신부가 아니라 신부의 들러리다. 들러리들은 횃불(등불이 아니라 횃불)을 들고 축하행렬과 혼인 잔치를 밝힌다. 횃불은 막대기에 헝겊이나 천을 묶고 올리브유를 묻힌 후 불을 붙인다. 횃불은 약 15분마다 한 번씩 올리브유를 공급해야만 계속 불을 밝힐 수 있었다. 그러므로 결혼 행렬에 참여하고 후에 신랑의 집에서 열리는 혼인 잔치에 참석하려면 반드시 충분한 양의 기름을 준비해야만 했다.

3. 비유의 특이점: 비유를 듣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여겼을 부분

(1) 신랑이 늦게 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비유에는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오는 일이 늦어졌다고 한다.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a) 신랑이 먼 곳에서 오는 경우, 교통이 불편한 당시에는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b) 결혼 지참금에 관한 합의 문제로 인해서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 함 실랑이

(2)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처녀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랑이 늦어지니 열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한밤중에 신랑이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신랑이 신부를 신랑 집으로 데려가는 행렬이 시작된다. 들러리들도 행렬에 참여해서 제 역할을 하면서 신부의 기쁨에 동참할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미련한 처녀들은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기름을 좀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러다가는 슬기로운 처녀들의 기름도 모자랄 판이다. 차라리 기름 장수들에게 가서 기름을 사라고 했다. 결국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도착해서 행렬이 시작되었다.

(3) 뒤늦게 온 처녀들의 입장이 거부됨: 의외의 일이다.

뒤늦게 기름을 산 미련한 처녀들은 혼인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신랑 집에 도착해서 들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늦게라도 들어가게 한다. 많은 축하객이 있는 것을 원한다. 특히 들러리들이 아닌가! 그런데 이 집은 달랐다. 신랑의 매정한 말.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4. 예수님의 포인트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결혼식 이야기에 몇 가지 점을 변경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셨다.

(1) 늦게 오는 신랑, 언제 올지 모르는 신랑 

신랑은 당연히 예수님. 예수님의 재림은 속히 오지 않는다. 당시 제자들에게 당부하시는 말이다.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와 함께 종말론적인 분위기가 가득찰 것이지만, 부화뇌동 하지 말라. 당장에 오지 않는다.

그러나 보니 벌써 2천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언제 오실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항상 이단은 종말론을 가지고 미혹한다. 종말론 자체가 아니라 재림의 시점을 예측하고(주로 임박한 종말론), 그에 따라서 사람들을 두렵게 해서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자기 휘하에 들어오게 한다. 결국 재림은 불발하고 추종자들의 삶은 망가진다.

예수님은 계속해서 경고하신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늦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재림의 시점을 계산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 재림을 염두에 두되(재림 지향적), 현실/사명에 충실(현실 지향적)한 삶을 살아가라고 강조하신다.

(2) 여분의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미련한 처녀들

알레고리 해석으로 ‘기름’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비유의 모든 디테일에 일대일 상응의 영적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아니다. 비유는 줄거리와 결말이 중요하다.

(a) ‘기름’에 대한 대표적인 해석은 성령님이라는 것이다. 횃불/등불이라는 경건의 모양은 있지만, 기름이라는 경건의 능력이 없다, 성령님의 은혜가 없는 형식적인 신앙생활이다...

더 나가서 기름 장수들은 성령 충만함 더 해 주는 성경교사/기관이다... 이건 신천지의 해석이다.

(b) 차라리 마태복음 전체적으로 ‘행함이 있는 믿음’을 강조하기에 그렇게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이어지는 달란트 비유에서 종들의 행동,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 예수님께 행한 행동이 강조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뭔가 들러리로서 당연히 준비했어야 하는 것인데, 준비하지 못한 것이라는 게 포인트다. 그게 성령 충만이든, 행함이 있는 믿음이든, 진정한 신자라면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 준비했어야 하는 것이 없다.

(3) 이 신랑 집은 늦게 온 미련한 처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이 점이 가장 무서운 점이다. 늦게라도 다 받아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론: 깨어 있어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각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깨어 있음은 늘 긴장해서 잠 못 자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슬기로운 처녀들도 잠들었다)

재림이 언제 일지는 모른다. 몰라야 한다. 모르는 게 복이다.

재림을 기대하되, 주어진 일/사명에 충실히 하는 삶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기름을 준비했어야 하는 들러리)

그렇지 않다가는 재림을 기쁨으로 맞이할 수 없게 되고, 그 때는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것이다.

2023/10/18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