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53

십자가에서 마신 포도주

마 27:32-34, 45-50

빌라도의 사형 언도에 이은 십자가 처형

1. 억지로라도 진 십자가의 은혜

(1) 구레네는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한 도시. 그곳의 유대인 공동체에 살던 구레네가 아마도 유월절 절기를 지키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왔을 것이다. 

행 2장에 베드로의 설교를 들은 각 지역 사람들 중에 구레네 사람들 있음

행 11장에 스데반 순교 이후 흩어졌을 때 구레네 사람들이 안디옥으로 피신가서 안디옥 교회 세움

구레네 시몬은 절기를 지키려고 먼 거리를 왔다가 우연히 시끄러운 소란을 보게 되었다.

십자가 사형수는 자기가 못 박힐 십자가(가로대)를 메고 처형장까지 걸어가는 것이 관례.

그러나 예수님은 이미 채찍질을 당한 상태이므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무나 차출해서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한 것인데 마침 구경하던 구레네 시몬이 뽑혔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황당, 억울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너무나도 영광스럽고 복된 일이 되었다.

(2) 구레네 시몬 자신

눅 23:26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가다가, 들에서 오는 시몬이라는 한 구레네 사람을 붙들어서, 그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예수님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는 영광의 자리! 만일 지금 이 일을 할 사람을 모집한다면 수 백만 수 천만 명이 지원하지 않을까? 엉겹걸에 그런 영광스러운 일을 한 사람이 되었다.

게다가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른 최초의 사람이 되었다.

눅 9:23 나를 따라오려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이런 구레네 시몬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재수없이 걸렸다고 투덜대고 말았을까? 아니면 이 일이 그의 인생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구체적 기록은 없지만 유추해 볼 수는 있다.

(2) 구레네 시몬의 집안

구레네 시몬의 이야기는 마태, 마가, 누가복음에 딱 한 줄씩만 기록되어 있는데, 유독 마가복음은 그의 자녀들을 언급한다.

막 15:21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길에,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

마가복음은 로마에서 기록되었다고 알려진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루포와 루포의 어머니(구레네 시몬의 아내)가 로마에 있었던 것 같다. 바울이 로마교회의 교인들에게 문안 인사할 때 그들이 언급된다.

롬 16:13 주님 안에서 택하심을 받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여 주십시오.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이 루포가 그 루포인지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시 그리스도인이 극소수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크다. 로마교회 공동체에서 기록한 마가복음에 구레네 시몬의 자녀들이 언급된 이유는 그들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바울이 루포의 어머니를 자신의 어머니(영적 관계)라고 할 정도로 로마교회의 중심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구레네 시몬은 억지로/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졌지만, 이로 인해서 이 집안은 놀라운 축복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4) 적용: 자원해서 십자가를 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구레네 시몬처럼 억지로/강제로 진 십자가도 은혜/축복이 되기도 한다.

2. 십자가에서 마신 포도주

십자가 장면에 포도주에 관한 내용이 2군데 나온다. 처음에는 포도주는 받지 않으셨는데, 나중에는 포도주는 받으셨다고 한다. 왜 예수님께 포도주를 주었는지? 왜 처음에는 받지 않다가 나중에는 받으셨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1) 최후의 만찬 때 다시는 포도주 마시지 않겠다고 하심

마 26:29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내가 나의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것을 마실 그 날까지, 나는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것이다.

이는 금주 선언이 아니다. 최후의 만찬(유월절 만찬)의 순서와 연관된 말이다. 4번째 완성의 잔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는 날까지는 유월절 만찬의 4번째 완성의 잔을 마시지 않겠다는 말이다. 

눅 22:1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유월절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다시는 유월절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가 완성될 그 날을 그리면서 하신 말씀이다.

이 때의 포도주는 그야말로 일상적으로 마시는 포도주다. 그러나 십자가에서의 포도주는 좀 다른 포도주다.

1. 처음 포도주: 쓸개를 탄 포도주

34절 포도주에 쓸개를 타서, 예수께 드려서 마시게 하였으나, 그는 그 맛을 보시고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쓴 맛이 나는 몰약(막 15:23)이나 쓸개즙을 탄 포도주로 일종의 마취제. 이제 곧 손과 발에 못을 박고 십자가에 매달리는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므로, 자비의 일환으로 제공하였다. 

(1) 최후의 만찬 때 하신 말씀 때문에 거부하신 것이 아니라, 쓸개를 탄 포도주의 성격을 아셨기 때문에 거부하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통을 마취제의 도움을 받아 몽롱한 상태로가 아니라 온전한 정신으로 감당하시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고난의 잔을 온전히 다 받기를 원하셨다.

요 18:11 그 때에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어찌 마시지 않겠느냐?"

(2) 십자가에 달린 후 사람들이 모욕하고 조롱하는 말을 온전한 정신으로 다 들으셨다.

마 27:39-44 지나가는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면서, 예수를 모욕하여 말하였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짓겠다던 사람아, 네가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너나 구원하여라.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율법학자들과 장로들과 함께 조롱하면서 말하였다.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나, 자기는 구원하지 못하는가 보다! 그가 이스라엘 왕이시니,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오시라지! 그러면 우리가 그를 믿을 터인데! 그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으니,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제 그를 구원하시라지. 그가 말하기를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다."
함께 십자가에 달린 강도들도 마찬가지로 예수를 욕하였다.

(3) 십자가에서 하신 일곱 말씀 모두가 극심한 고통 중에서, 온전한 의식 상태에서 하신 말씀이다.

눅 23:34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용서)

눅 23:43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구원)

요 19:26-27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자,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사랑)

마 27:46; 막 15:34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것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고뇌)

그래서 처음 포도주를 거부하셨다. 조롱과 고통은 온전한 정신으로 다 받기 원하셨기 때문이다. 죄의 결과로 오는 모든 고난을 온전히 감당하시려 하셨기 때문이다.

2. 나중 포도주: 신 포도주(sour wine)

48절 그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셔서, 갈대에 꿰어, 그에게 마시게 하였다.

(1) 그런데 나중에 또 다시 예수님께 포도주를 드렸다. 이번에는 쓸개를 탄 포도주는 아니었고, 신 포도주(sour wine)였다.

신 포도주는 식사용으로 마시는 포도주와는 다르다. 일꾼이나 군병들이 일하면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마신 음료였다. 물보다 침이 더 잘 나오고 갈증 해소에 효과적인 음료다. 일종의 식초.

로마 군병은 십자가 처형 작업을 하는 자기들을 위해서 신 포도주를 미리 준비해 놓았다. 

요 19:29 거기에 신 포도주가 가득 담긴 그릇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해면을 그 신 포도주에 듬뿍 적셔서, 우슬초 대에다가 꿰어 예수의 입에 갖다 대었다.

(2) 이것을 예수님께 드렸을 때 이것은 받으셨다.

48절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다가, 신 포도주에 적셔서, 갈대에 꿰어, 그에게 마시게 하였다.

이것은 왜 받으셨나? 

아마도 가장 중요한 마지막 말씀을 하시기 위해서 였던 것 같다.

그 말씀은 ‘다 이루었다.’

타는 목마름에 입이 바짝바짝 마르셔서 이 중요한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기 때문에 해면에 찍은 신 포도주로 입을 적시고 마지막 말씀/선포를 하신 것이다.

그래서 나중 포도주는 받으셨던 것 같다.

(3) 우슬초

해면은 일종의 솜/스폰지. 요한복음(19:29)은 갈대를 우슬초(hyssop)라고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성경에서 우슬초는 죄 용서, 정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풀이다.

출 12:21 모세가 이스라엘의 장로를 모두 불러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족들과 함께 먹을 양이나 염소를 준비하여, 유월절 제물로 잡으십시오. 우슬초 묶음을 구하여다가 그릇에 받아 놓은 피에 적셔서, 그 피를 상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뿌리십시오. 여러분은 아침까지 아무도 자기 집 문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시 51:7 우슬초로 나를 정결케 해주십시오. 내가 깨끗하게 될 것입니다. 나를 씻어 주십시오. 내가 눈보다 더 희게 될 것입니다.

우슬초는 일반적으로 키가 크지 않은 풀이라서 어떻게 장대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지만, 죄 용서와 정결과 깊은 관련이 있는 풀이다. 정결례 때 사용된 풀이다.

그래서 놀라운 의미가 연결된다.

죄 용서와 정결함을 상징하는 우슬초 대에 꿰인 신 포도주로 입을 적시고 난 후, 마지막으로 꼭 하셔야 하는 말씀인 ‘다 이루었다’라고 선포하시면서 죄 용서함을 선언을 하셨다!

정리

최후의 만찬에서의 포도주는 십자가의 포도주와 성격이 다르다.

하나님 나라의 완성 때 ‘유월절 만찬’을 할 때까지 마시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 때 ‘다시는 안 마신다’고 하셨기 때문에 처음 포도주를 거부하신 것이 아니다.

마취제 성격의 포도주였기 때문에 거부하셨다.

십자가의 모든 고통을 전부 겪으시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죄의 끔찍한 고통을 전부 겪으시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한편, 두 번째 포도주인 신 포도주로 입을 적시셨다.

죄 용서와 정결을 상징하는 우슬초 대에 꿰인 해면에 적셔진 신 포도주로 입술을 적시시고, 마지막 선언을 하셨다. ‘다 이루었다.’

2024/2/7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