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52

빌라도는 유죄인가?

마 27:11-31(11-14)

유대인의 종교재판 3번(안나스, 가야바, 산헤드린 공회), 로마인의 세속/형사재판 3번(빌라도, 헤롯 안티파스, 빌라도). 그 사이에 베드로의 배신과 가룟 유다의 자살

1. 가야바 대제사장의 재판 장면에서의 궁금한 점

예수님이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세울 수 있다고 했다는 거짓 증언(마 26:59-60).

실제로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나?

요 2:19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

그런데 왜 거짓 증언이라고 하나?

당시 정황상 예수님이 성전 건물의 파괴를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면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성전의 기능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어쩌면 ‘이 성전을 허물어라’(요 2장)고 하셨을 때 자신의 몸을 가리키면서 말하셨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제자들이 부활 후 그 사실을 기억하고 올바로 이해했다.

요 2:21-22 그러나 예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자기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제자들은, 예수께서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신 뒤에야, 그가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서, 성경 말씀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게 되었다.

예수님의 말을 소위 ‘악마의 편집’을 해서 거짓 증언한 경우다.

빌라도의 재판

성경을 보면 빌라도는 나름대로 예수님을 살리려는 노력을 여러 번 했다. 종교사범을 자기에게 데리고 와서 정치범으로 처형해 달라는 것을 한 눈에 파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a) 처음에는 무죄라고 하였고, (b) 판결을 헤롯에게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c) 사건이 다시 자기에게 돌아와고 유대 지도자들의 집요한 요구와 정치적 압박에 굴복하고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 처형에 내어 주었다.

2. 예수님을 풀어주려고 한 빌라도의 3가지 노력

(1) 헤롯에게 떠넘기고 자기는 빠지려고 함(눅 23:6-12)

예수님이 갈릴리 출신이라는 말에, 마침 예루살렘에 와 있는 갈릴리의 분봉왕 헤롯 안티파스에게 예수님을 보냈다.

헤롯은 평소에 예수님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그러나 진리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그저 흥미거리의 호기심이었다. 기적을 보고 싶어함. 엔터테인먼트 차원의 호기심?

헤롯의 속내를 아신 예수님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기적을 행하지 않자, 모욕과 조롱을 한 후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적용: 우리는 신앙에 관해서 어떤 호기심을 가지고 있나? 진리에 대한 호기심? 흥미거리 호기심?

교회 돌아가는 것, 교회 사람들 등 일반적인 호기심에만 그치면 안 된다.

진리, 하나님, 예수님,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 하나님으로 인해서 변하는 인간의 마음... 이런 일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보여주신다.

왜 나에게는 말씀하지 않으시나? 들을 귀가 있어야 말하지.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않으신다. 

(2) 채찍질

눅 23:13-16 빌라도는 대제사장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모아 놓고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사람이 백성을 오도한다고 하여 내게로 끌고 왔으나, 보다시피, 내가 그대들 앞에서 친히 신문하여 보았지만, 그대들이 고발한 것과 같은 죄목은 아무것도 이 사람에게서 찾지 못하였소. 헤롯도 또한 그것을 찾지 못하고, 그를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이오. 이 사람은 사형을 받을 만한 일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그러므로 나는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하고, 놓아주겠소."

간단한 매질이 아니다. 로마의 채찍질은 사람을 거의 죽을 지경이 되게 만드는 무서운 채찍질이다. 

요 19장을 보면 채찍질 후에 로마 병정들은 예수님께 가시관을 씌우고 자색 옷을 입힌 뒤에 조롱하였다. 그리고 빌라도는 예수님에게서 (사형)죄를 찾지 못해서 채찍질을 했다고 하면서 처참한 모습의 예수님을 군중에게 보여주었다.

요 19:5 보시오, 이 사람이오. 에케 호모(Ecce Homo)

예수님의 수난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많은 에케 호모 성화가 그려졌다.

엉터리로 복원된 스페인의 ‘에케 호모’가 오히려 인기를 끌게 됨

(3) 예수냐? 바라바냐?

빌라도는 유월절의 관례를 이용해서 예수님을 풀어주려고 했다. 바라바 대신에 예수를 풀어준다고 하면 군중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제안. 그런데 뜻밖에도 예수 대신에 바라바를 풀어달라며, 예수는 십자가에 처형하라고 요구했다. 왜 이런 판단 미스?

(a) 바라바는 누구?

마태복음은 ‘소문난 죄수’라고 했지만,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 의하면 ‘폭동 때에 살인을 한 폭도’(막 15:7),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사람’(눅 23:19)이다. 종합해 보면 이스라엘의 독립을 무력으로 얻고자 했던 열심당원이었으리라. 폭동을 일으키고 로마군인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갇힌 사람이었을 것이다.

(b) 그렇다면 군중들이 좋아할 사람 아닌가? 그런데 왜 빌라도는 바라바 대신에 예수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나? 

비록 바라바가 민족주의자였지만, 그의 행동이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골치였다. 바라바가 풀려나면 또 다른 폭동을 일으키고 그것은 또 다른 로마의 압제과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계속된 피해를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라바가 ‘선한 독립투사’만은 아니었나 보다. 요한복음은 그를 민족의 편에서 선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바라바는 강도였다’(요 18:40). 독립투쟁을 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강도질을 했던 고약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래서 나쁜 소문이 자자한 죄수였나 보다.

그래서 빌라도는 군중은 골치 아픈 바라바보다는 선행을 많이 한 예수를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c) 그러나 치명적인 계산착오가 있었다. 대제사장들이 미리 손을 쓴 것이다.

군중들을 사주하고 구슬러서(뇌물?) 빌라도의 계획이 틀어지게 한 것이다.

마 27:21 총독이 그들에게 물었다. "이 두 사람 가운데서, 누구를 놓아주기를 바라오?" 그들이 말하였다. "바라바요." 그 때에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그리스도라고 하는 예수는,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그들이 모두 말하였다. "그를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빌라도가 말하였다. "정말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소?" 사람들이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3. 약점을 잡힌 빌라도

그래도 빌라도가 예수님을 풀어주려고 하자, 유대 지도자들은 치명타를 날린다.

요 19:12 그러나 유대사람들은 "이 사람을 놓아주면, 총독님은 황제 폐하의 충신이 아닙니다. 자기를 가리켜서 왕이라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황제 폐하를 반역하는 자입니다" 하고 외쳤다.

이미 몇 차례 정치적 실수를 한 빌라도에게 이 말은 실제적인 협박이었다.

(a) 총독 취임 후 첫 예루살렘 방문 때 군기 위에 황제의 반신상(bust)을 달고 입성. 이전 총독들은 우상숭배 문제에 민감한 유대인들을 고려해서 황제 반신상은 제거했던 것과 대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유대인들이 요구를 거절. 가이사랴까지 찾아온 유대인을 원형경기장에 가둔 채 무력으로 협박. 이에 굴복하지 않은 유대인에 결국 굴복.

(b) 예루살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관(aqueduct) 건설계획.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성전의 헌금함을 털어서 사용. 유대인들의 반란 제압을 위해 군인을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투입 후 무참히 학살. 후에 황제에게 문책당함

(c) 예루살렘에 거할 때, 황제 티베리우스의 이름으로 장식된 봉헌용 방패를 만듬. 우상숭배로 보이는 방패를 치워달라는 유대인의 청원을 뿌리침. 유대인들은 이 일을 티베리우스 황제에게 보고하고 황제는 그에게 방패를 치우라고 명령함

-빌라도의 안하무인, 고집스러움, 잔인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들

그래서 결국 정식 재판석인 리토스트론에 앉고(요 19:13) 십자가 처형을 결정하였다.

4. 왜 빌라도는 유죄인가?

이토록 예수님을 풀어주려고 애썼는데? 왜 사도신경은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로 기록?

(1) 무책임

빌라도는 무죄한 예수님을 처형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예수님을 제사장들에게로, 헤롯에게로 떠넘기다가 결국은 십자가 판결을 내리고도, 자신의 책임을 군중에게 떠넘기며 자기는 죄가 없다며  손을 씻었습니다(마 27:24).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이다.

과정이 어떻다 해도 결국 결정을 내린 사람의 책임이다. 책임자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2) 정의보다는 유익

예수님이 무죄임을 잘 알았기에 풀어주려는 노력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자신의 정치생명에 위협을 느끼자 처형을 결정했다.

심판관의 자리에서 정의보다는 자신의 유익을 앞세운 것이다. 

(3) 누적된 잘못의 결과

협박이 협박이 된 이유는 전에 했던 잘못된 행동들 때문이다.

단 한 번의 행동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빌라도는 이미 여러 차례 저지른 잘못이 결국 협박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커다란 잘못을 결정했다.

우리는 누구나 다 빌라도의 위치에 설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다 빌라도와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무책임, 정의보다 유익, 누적된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오직 겸손으로 하나님의 도움을 바라며 살아가야 하겠다.

2024/1/31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