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강해 24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11:1-12:10(11:30-33, 12:5, 9-10)

1. 자랑거리

(1) 코로나 무랄리스(성벽관)

성벽을 넘어서 공격하는 전술. 수비가 훨씬 유리하다. 성벽에 사다리를 걸고 올라가서 성벽을 지키는 수비군을 처치하고 넘어가야 한다. 얼마나 많이 죽겠나? 가장 용맹하고 가장 싸움을 잘 하는 병사가 선두에 서서 길을 뚫어야 한다. 로마시대에는 성벽을 공격하는 공성전(攻城戰)에서 선봉에 나서서 가장 먼저 성벽에 첫 발을 내딛은 병사에게 큰 훈장으로 면류관을 씌어준다. 이처럼 가장 영예로운 관을 ‘코로나 무랄리스’라고 한다. 코로나(왕관), 무랄리스(성벽). 이것이 당시에는 가장 영예로운 자랑거리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크라운 모양의 스파이크)

그런데 진짜로 가장 먼저 성벽에 첫 발을 내딛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따른다.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나? 그래서 주장하는 사람은 반드시 신 앞에서 진실을 두고 맹세해야 한다. 만일 거짓이라면 저주받을 것을 각오하는 맹세다.

31절은 그런 배경에서 하는 말이다.

영원히 찬양을 받으실 주 예수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님을 아십니다.

(2) 우리 시대에는 여러 가지 코로나 무랄리스와 같은 자랑거리가 있다. 로마시대의 시대적 미덕인 용맹 대신에 물질주의 시대인 요즘은 성공과 부귀영화라는 왕관이다. 사업 성공, 직장 승진, 부동산과 주식 대박, 자녀 잘됨, 건강 등등. 넓은 평수의 집, 옷/백/신발, 자동차, 전자제품 등으로 과시하고 또 부러워한다.

또 다른 자랑거리가 있다. 얼마나 수고하고 희생했는지. 주로 고진감래의 경우다. 그렇게 고생해서 결국은 성공을 이루었을 때, 지난날의 실패와 고생은 고스란히 반전의 묘미를 제공하는 자랑거리가 된다. 이처럼 자랑거리에 익숙한 것은 1세기나 21세기나 시대를 초월해서 똑같다.

2. 할 수 없이 자랑을 하는 바울의 심정

(1) 바울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가급적 짧게)

고린도교인들은 거짓 교사들에게 혹 했다. 그들이 보여준 멋진 추천장(예루살렘의 최고 권위자가 써 준), 놀라운 기적과 화려한 언변, 잘 생긴 외모(?). 세상의 관점으로 보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바울에게서 마음이 떠나는 것도 당연하고 볼 수 있다.

‘뭔가 화끈한 게 없어. 아무런 역사가 일어나지 않잖아. 맨날 똑같은 소리야.’

바울은 자신이 버림받고 잊혀지는 것 자체가 속상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가 심었지만 다른 사람이 키우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들의 기준이 복음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한 것,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것.... 이런 것에 마음이 뺏기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혀 복음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바울은 그 거짓교사들을 거짓 사도, 속이는 일꾼, 그리스도의 사자로 가장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을까?(13절)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 일꾼?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  즉 사탄의 일꾼!

사탄은 능력 있고 화려하게 보이는 빛의 천사로 가장한다(14절). 광명의 천사

(3) 그래서 바울은 길게 항변을 하는 중이다.

‘너만 잘난 줄 알아? 나 이런 사람이야!’ 이런 유치한 반응으로 자랑하는 게 아니다.

16절 거듭 말하지만, 아무도 나를 어리석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 나도 좀 자랑하게 놓아 두십시오.

자랑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쓸데없고 오히려 어리석은 일이지만, 당신들이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니까 할 수 없이 나도 내 이야기를 한다. 이런 심정에서 말한다.

3. 바울의 자랑거리

(1) 출신(22절)

히브리 사람, 이스라엘 사람, 아브라함의 후손. 정통 유대인이라는 말이다.

고린도는 이방 지역. 복음의 원조인 유대인 출신이라면 아무래도 무게가 실린다. 거짓 교사들이 자신들이 유대인 출신이라고 자랑하였던 것 같다. 이에 바울은 자신도 그렇다고 밝힌다.

(2) 고생/수고(24-27)

유대인의 매(39대) 5번, 채찍 3번, 돌 1번, 파선 3번, 표류 등등

이런 말을 듣고 고개가 숙여진다면 진짜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다. 나는 하나님을 위해서 얼마나 수고와 희생을 했나? 부끄럽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응이었을 것이다. 철저히 세상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진정한 사도라면 하나님이 왜 그런 고생을 하게 놔 두셨겠어? 엉터리라서 그렇지, 뭔가 잘못한 게 있었나 보지..! 기도 좀 더 하지, 금식을 해 보지,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이런 반응을 뻔히 알면서도 바울은 자신의 수고와 고생을 이야기한다. 

자랑할 심산이 아니라, 자신의 약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중이다.

(3) 마음고생(28-29)

29절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누가 넘어지면, 나도 애타지 않겠습니까?

모든 목회자의 심정, 목자목녀의 심정 아닌가!

몸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더 큰 마음고생이다! 기도가 절로 나오는 이유다.

4. 약점을 자랑하는 이유

진짜로 자랑하려는 것은 이것이다. 자신의 치명적인 수치! 창피!

다메섹(다마스커스)에서 도망친 일을 공개한다. 광주리에 담겨서 피신/도망했다고 한다.

우리의 반응: 와~ 타이밍 쩐다! 하나님이 기가 막히게 도와주셨네. 그건 상상도 못한 방법이네...

당시의 반응: 세상에 그런 겁쟁이가 어디에 있냐! 그러면서도 사도라고? 코로나 무랄리스 하고는 정반대네! 코로나 이스케이프(Corona Escape)이네~

바울은 나중에 몹시 창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이 일을 공개하나? 

12:9 주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나는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내 약점들을 자랑하려고 합니다.

12:10 내가 약할 그 때에, 오히려 내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When I am weak, then I am strong.

오해 금물

연봉 협상할 때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말하라? 대중에게 자기의 수치를 공개하라? 

회사나 대중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실제로 공개하면서 자랑하라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마음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1) 내가 약할 때, 낮아질 때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난다.

하나님은 약한 자, 자기를 낮추는 자를 사용하신다. 그럴 때 하나님의 영광이 가장 크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 기드온의 300명 군사, 예수님의 12제자(별 볼 것 없는)

(2) 성공, 자랑이 아니라 은혜의 차원

그러나 바울은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강하고 약하고는 능력, 자랑거리 이런 것인데, 하나님은 은혜를 알려주신다. 

은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누가 잘 하나, 누가 강한가, 누가 성공했나가 아니다. 누가 더 은혜를 많이 받나?

은혜 아니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고백. 성공, 자랑 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

(3) 하나의 공식/성공 방정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내가 약할 때, 낮아질 때 하나님이 높이신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너무 계산적으로 한다. 하나님과 Give & Take의 거래를 한다.

내가 열심과 헌신을 드리면, 하나님은 축복과 성공을 주신다.

내가 약점을 자랑하고 나 자신을 낮추면, 하나님은 나를 강하게 하시고 나를 높이 세우신다.

이렇게 기대했다가는 실망한다. 

실망은 또 다른 잘못된 동기의 열심/헌신으로 이어진다. 

그러다가 다른 곳에서의 성공을 부러워하게 된다. 허무함, 분노...

(4) 하나님이 제시하는 조건을 맞추면, 하나님이 약속하는 결과를 얻는다. 당연히?

당연히? 그러면 그건 은혜가 아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내가 강해진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강하다!

어떤 강함?

자랑거리, 성공, 능력, 화려한 것... 이런 강함이 아니라,

약점을 변화시켜 주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하고 신실하게 대하는 강함,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그것이 세상 무엇보다 더 크다고 여기는 강함.

이것이 하나님이 말하시는 ‘완전하게 됨’이고, 바울이 말하는 ‘강함’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라도 든든히 설 수 있게 됨을 말한다.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러 계시기’ 때문이다.

빌 4:12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굶주리거나,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 칼럼: 답 없이 사는 법 배우기

나는 내 인생에 이유와 답은 몰라도, 나는 하나님은 안다. 그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간다.

결론

세상은 자랑을 추구한다. 숭배한다. 부러워한다.

복음은 그런 종류의 자랑이 아니다.

약한 자를 들어 쓰시는 하나님을 자랑한다.

자랑거리보다 은혜를 추구한다.

원하는 결과가 원하는 때에 주어지지 않아도, 참고 적응하며 살 수 있는 강함을 주신다.

2023/03/19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