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기다릴까?
마 24:42-51

1. 교회력과 대림절

(1) 교회력은 예수님의 탄생과 사역,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다시 오심을 통해서 완성되는 구원 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림절, 사순절, 부활절로 큰 줄기가 이어진다. 대림절은 한해의 교회력이 새롭게 시작되는 때이다. 

(2) 대림절은 주후 4세기경부터 지켜지기 시작하였는데, 성탄절 4주전부터 시작하며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하며 준비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그런데 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예수님의 성탄/초림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절기로서의 의미가 추가되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대림절은 단순히 성탄절을 준비하는 기간에서 더 나아가서, 이 세상 끝 날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간으로 지키게 되었다. 그래서 대림절은 예수님의 첫 번째 오심(성탄/초림: Already/이미 오심)과 다시 오심(재림: Not Yet/아직 안 오심)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절기이다.

(3) 마라나타: 초대교인들은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했던 인사말

‘마라나타’(Maranatha)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고전 16:22 마라나타, 우리 주님, 오십시오.

계 22:20 이 모든 계시를 증언하시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내가 곧 가겠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흥미롭게도 ‘마라나타’라고 하는 이 신앙고백은 두 가지로 번역할 수 있다. 

하나는 완료형으로 번역한 “주님께서 이미 오셨다.”(Our Lord has come!)이다. 

또 하나는 명령형으로 번역한 “주여, 오시옵소서”(Come! Our Lord)이다.

이 두 가지의 해석은 대림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초대교회 교인들은 주님께서 역사 안에 이미 오셨다는 믿음(성탄)과, 그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을 믿는 소망(재림) 안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믿음과 소망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대림절에 주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오셨다는 믿음과, 이제 미래에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소망 사이에서 살게 된다.

(4) 대림절은 교회력의 시작

이미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감사할 뿐 아니라, 다시 오실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대림절이 교회력의 시작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대림절로 시작되는 교회력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끝을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Begin with an end in mind.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자.’ 이와 일맥상통하다고 할까? 기독교의 시간 개념은 철저히 종말론적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 하지만, 현재가 전부가 아니라 항상 마지막을 염두에 두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계 22:13 나는 알파며 오메가, 곧 처음이며 마지막이요, 시작이며 끝이다.

알파/처음/시작일 뿐 아니라 오메가/마지막/끝이신 예수님!

그러나 언제가 종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언제나 깨어 있어서 종말을 대비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대림절의 기다림이다.

2. 어떻게 기다려야 하나?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 전에 세상의 마지막 때/종말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여러 비유로 대답 하셨는데 요점은 다음과 같다.

(a) 종말의 시점은 아무도 모른다. 예수님 자신도 모른다. 

마 26:36 그 날과 그 시각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이 아신다.

(b) 종말에 대한 징조는 없다. 도둑이 오는 것과 같다.

(c) 그러면 어떻게 해야?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종말/재림의 때를 계산하려고 하지 말라.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대신 깨어 있어야 한다. 늘 준비하며 기다려야 한다. 언제라도 ‘아멘! 어서 오시옵소서’의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어떻게 깨어 있어야 하나? 어떻게 깨어서 기다려야 하나? 이것이 오늘의 주제다.

3가지를 잘 해야 한다. 청지기 신분, 청지기의 역할, 돌아오심을 믿음

(1) 청지기 신분

본문은 깨어서 기다리는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하신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오실 때까지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45절 주인이 그에게 자기 집 하인들을 통솔하게 하고, 제 때에 양식을 내주라고 맡겼으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주인 집 하인들을 통솔하는 사람? 청지기(steward)!

오실 주님을 깨어서 기다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신분이 청지기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말로는 ‘하나님’ ‘주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주인이다. 

내가 주인으로 살아가는 지 아닌 지 아는 방법

(a) 걱정과 염려가 많은가? 내가 주인인데, 내 능력대로 잘 안 되니까 걱정 염려.

(b) 시험에 드는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시험

나를 섬기는 하나님, 나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 나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시는 하나님.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고 시험든다. 

하나님을 믿는 것도 다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자아 실현, 자기 성취를 하자고 한다. 나 자신을 찾아나가고 모든 가능성을 이루어 나가자고 한다. 100%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청지기다. 주인되신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가고 그것이 나의 기쁨이 되는 삶이 되어야 한다.

내가 가진 것도 다 내 것이다. 내가 힘들게 벌은 돈은 내 돈이다. 재능도 내 것이다. 시간도 내 마음대로 쓴다. ‘나만의 시간’이 얼마나 귀한가! 

청지기라는 것을 인정할 때 목적과 소유가 분명해진다.

(a) 일의 목적이 분명해진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주인되신 하나님을 위한 삶이다.

(그럼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청지기인 동시에 하나님의 자녀다! 아버지가 잘 되는 것이 자녀가 잘 되는 길이다.^^)

(b) 소유권이 분명해진다. 내 것을 드리는 게 아니라, 원래 주인되신 하나님의 것이다. 

하나님의 자산을 주인의 뜻에 맞게 사용하고 분배하고 흘려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자랑이나 생색이 있을 수 없다. 

정말로 자신이 하나님의 청지기라고 인정하나? 

오실 주님을 깨어서 기다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자신이 청지기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2) 청지기의 역할

(a) 청지기는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 주신 자원을 분배하는 사람이다. 

하나님이 내게 (맡겨) 주신 재능, 돈, 시간, 에너지, 사람을 잘 활용해서, 하나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본문은 청지기의 역할을 하인 통솔과 양식 분배라고 한다. 

내 것(자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자원)으로,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 되신 하나님을 위해서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청지기다.

(b) 모든 일은 하나님의 일이다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 영혼 구원! 

복음을 전하고 섬김으로써 지옥에 가는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일이다!

그 일을 위해서 교회를 세우셨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를 길러내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일만일까? 복음 전하는 일이 삶의 전부인가? 그 일만 하는 것일까?

아니다. 일상의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일이다!

(c) 영역과 자세

-일상적 영역(일터, 가정, 사회생활) vs 종교적 영역(개인 신앙, 교회생활, 선교) 

-세속/일반적 자세(나를 위해서, 내 능력으로) vs 신앙적 자세(하나님을 위해서, 하나님을 의지) 

-> 흔히 종교적 영역에서는 신앙적 자세로, 일상적 영역에서는 세속/일반적 자세로 살아가기 쉽다. 하지만 모든 영역(일상적 영역과 종교적 영역)에서 신앙적 자세로 일을 하도록 하자!

따라서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어떤 자세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 전도를 일반적 자세 < 직장업무/살림살이를 신앙적 자세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 무엇을 얼마큼 보나, 무엇에 얼마만큼의 돈을 쓰나...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일이 되어야 한다.

청지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래야 한다.

(3) 돌아오신다

(a) 신실하지 않은 종을 주인이 늦게 온다고 생각하고 깨어서 기다리지 않았다.

24:29 동료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면

왜 이랬을까? 주인이 늦게 온다고 생각한 정도가 아니라, 주인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시긴 뭘 오셔. 그냥 하는 소리지... 그래서 자기 맘대로 살았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쇠퇴의 기점이 다미선교회의 시한부 종말론이었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시한부 종말론: 종말의 시한을 정하고 언제 어느 시각에 예수님이 재림하신다고 하는 주장)

1992년 10월 28일 휴거가 일어난다는 주장. 뉴스 미디어에 대대적인 보도. 불발로 사회적으로 기독교인들은 광신자들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심어졌다. 이후 종말론/재림은 조심스러운 주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종말/재림은 염두에 두지 않고, 현실에만 충실하게 살자고 하는 생각이 많아졌다.

본문처럼 부도덕한 행동은 아니더라도 주인의 마음/계획과는 전혀 맞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고 믿고 기대하시나?

아니면 그냥 교회에서 하는 말이라고 여기며 현실에만 충실하게 살아가시나? 

(b) 그렇게 깨어서 준비하지 않은 상태로 주인을 맞이하는 자는 큰 불행을 맞이한다.

51절 그 종을 처벌하고, 위선자들이 받을 벌을 내릴 것이다.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가는 일이 있을 것이다. 

처벌? ‘처벌하고’는 ‘쪼개어 내고’(cut him to pieces)이다! 능지처참?! 무시무시하다.

슬피 울며 이를 가는 일은 지옥을 말하는 전형적인 표현 방식이다.

재림의 때를 계산하여 예측하다 반복되는 불발에 실망하고, 아예 대비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 맘대로 정신없이 살다가 재림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무시무시한 처벌이다.

결론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시기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깨어서 기다릴 뿐이다.

깨어서 기다림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기다림이다. 다음의 3가지를 요구한다.

1. 나는 청지기라고 인정하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이익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다.

2. 청지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나?

주인의 자원을 주인의 뜻대로 잘 분배하고 있나?

모든 영역(일상적/종교적)에서 신앙적 자세로 일하고 있나?

3. 주님이 다시 오실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나?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 날을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나? 내 인생을 정산할 날(심판)이 있다!

2023/12/3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