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23

비방을 당할 때

10:1-18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방을 당해 본 적이 있나? 자신의 영역/성과를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경우를 당해 본 적이 있나? 이럴 때 기분이 어떠했나? 경악스러움, 억울함, 분통터짐, 복수하고 싶은 마음, 당한 만큼, 아니 당한 이상으로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바울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어떻게 반응했는지 살펴보면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반응을 배워보자.

배경설명

고린도후서는 10장부터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진다. 바울이 자신과 자신의 사도직을 강하게 변호하는 내용으로 바뀐다. 바울이 고린도후서 1-9장을 쓰고 난 후, 자신에 대한 비방 소식을 듣고 상당히 격렬한 어조로 10-13장을 썼다고 본다. 한 통의 편지로 보냈거나 두 통을 따로 보냈는데 후대에 한 통의 편지로 합쳐졌을 수도 있다고 본다.

1. 세상적인 비방 방식

바울이 다른 지역으로 복음을 전하러 가고 없는 사이에 거짓 교사들이 고린도교회에 와서 활동하였다. 교인들은 무지하고 순진해서 복음을 가르친다니까 그들도 받아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복음만이 아니라 그리스 철학과 종교, 이단사상, 이기심과 욕심 등으로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곧 바울을 비방하며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니었겠지만 고린도교인들은 차차 그들의 말에 물들기 시작했다. 거짓 교사들이 바울을 비방한 방식은? 그들이 사용한 ‘육체의 무기’(4절)는 무엇이었나?

(1) 가치절하: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별로다’

1절 대면하고 있을 때에는 유순하지만 떨어져 있을 때에는 강경하다.

10절 바울의 편지는 무게도 있고 단호하기도 하지만 막상 대해 보면 그는 약하기 짝이 없고 말하는 것도 별것이 아니다.

‘바울은 이상한 사람이다. 같이 있을 때는 말도 제대로 못하더니, 떨어져 있을 때는 강경한 글을 보낸다. 왜 할 말을 같이 있을 때 하지 않고 비겁하게 멀리서 글로만 그러냐? 이중적인 사람이다.’

또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 표현력이 부족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버벅거린다.’ 

일반적으로 말은 자기 생각의 표현이다. 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이 잘 정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도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면 뭔가 내면의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 타인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 트라우마 등

그래서 일반적으로 똑똑하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말을 잘 한다.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말이 아니다. 당시 유행하던 수사학/웅변술이 떨어진다는 비방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웅변대회가 많았다.

요즘은 문과는 로스쿨, 이과는 의대가 대세다. 당시는 수사학이 대세다. 

‘바울은 말이 시원치 못하다. 따라서 별로다. 바울을 그다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아니다. 학식이 깊은 사람이 아니다....’ 바울이란 사람의 가치를 절하하는 말이다.

바울이 수사학/웅변술을 공부하지 않아서 못하는 게 아니다. 당대 최고의 학문을 공부한 사람이다. 단지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고전 1:22-25 유대 사람은 기적을 요구하고, 그리스 사람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전합니다. (...)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사람의 강함보다 더 강합니다.

수사학을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다. 십자가의 도가 화려한 언변/웅변에 의해서 전파되는 것이 싫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처럼 보이는 십자가가 훨씬 더 지혜롭고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울의 이런 깊은 생각을 모르면서 별로인 사람이라고 비방하고 있다.

나를 비방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피상적으로만 알면서 비방할 때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난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얼마나 큰 희생을 치루면서 한 것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의 진정한 가치는 오직 하나님만 아신다!

(2) 인신공격: ‘외모가 저게 뭐야’

7절 여러분은 겉모양만 봅니다.

바울의 외모를 가지고 인신공격을 했다. 

바울은 자신의 ‘육체의 가시’를 가지고 3번이나 간절히 기도한 사람이다(고후 12장).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안질이나 간질, 심지어 대머리라고 추측한다. 분명히 바울은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사람이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 없이 받아준 갈라디아교인이 고마웠다.

갈 4:14 내 몸에는 여러분에게 시험이 될 만한 것이 있는데도, 여러분은 나를 멸시하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비방하는 것은 정말로 치사한 일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출생지/부모/성별/신장/외모 등)을 가지고 비방하는 사람은 인격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날 때 주로 이런 것을 가지고 욕을 한다.

(3) 남의 성과를 가로챈다: 드디어 속마음이 드러난다

15절 우리는 주제넘게 다른 사람들이 수고한 일을 가지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바울은 하나님이 정해주신 사역지의 영역(‘한계’ 13절)에 상당히 민감했다. 함부로 다른 사람의 사역지에서 활동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영역을 허락하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린도교회는 바울이 개척하였고 계속 영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교회다. 거짓 교사들은 지금은 다른 곳에 복음을 전하고 있는 틈을 타서 남의 터전인 고린도교회에 와서 안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각자의 영역이 있다. 자신이 속한 팀이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프로젝트가 있다. 그 안에서 힘써 수고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노력과 성과에 슬쩍 숟가락 얹는 사람이 있다. 피하고 싶은 직장 동료의 1위라고 한다.

남의 밥상에 슬쩍 숟가락 얹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남의 밥상을 빼앗아 버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험담과 비방을 한다. ‘사실은 이게 잘못이고, 저건 문제야...’ 다 이유와 사정이 있는데 그것을 모르면서 안 좋은 말을 퍼뜨린다. 남이 수고해서 세운 곳에 왔으면 덕을 세우고 득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빼앗고 싶은 욕심을 내다보니 이런 비방을 한다.

2. 바울의 대응 방식

비방하는 사람은 ‘육체의 무기’(4절) 즉 세상 방식으로 공격하지만, 바울은 그런 무기로 맞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똑같이 세상 방식으로 대응하면 승리할 수 있을지 모르나 덕이 되지 않는다. 결국 상처만 남는다. 크리스천은 하나님의 명예를 지켜내어야 하는 사람이다.

바울은 두 가지 무기를 거론한다.

(1) 하나님의 능력

하나님의 능력은 견고한 진/요새도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라고 한다(4절).

(a) 참고: ‘견고한 진’은 내적 치유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다.

치유되지 못한 내면의 상처가 견고한 진을 형성해서 하나님의 은혜조차 들어갈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본문의 말씀을 내적 치유차원에서 적용한 것이다. 원래 본문은 바울이 비방하는 사람에 대응하는 무기로서 세상 방식(육체의 무기)을 사용하는 대신에, 하나님의 능력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견고한 진/요새라도 무너뜨리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b) 하나님의 강력한 능력은 이런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하나님 앞에서 견고한 진/요새를 무너뜨린다.

-궤변을 무찌른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가로막는 모든 교만을 쳐부순다.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서 그리스도께 복종시킨다.

좀 어려운 표현들이다. 당시의 종교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비방하는 사람이 단순히 못된 습관이나 욕심의 차원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단의 영향으로 인한 영적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적으로 대응해야만 한다. 그래야 하나님의 강력한 능력이 나타날 수 있다.

(c) 포인트는 바울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면서 상대방의 나쁜 점을 퍼뜨리고, 자기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포섭해서 대결 구도를 만들거나, 파워 있는 사람들을 포섭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하나님의 능력에 의존하겠다. 

기도만 한다? 아닐 것이다. 최소한의 방어는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사람들의 반응에 민감하거나 자기가 해결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 대신에 하나님의 강력한 무기를 의존하는 마음으로 대응하겠다는 결심이다.

(d) 하나님의 능력은 언제 나타나나? 우리가 영적으로 대응할 때!

비방, 미움과 질투, 복수심 등은 사단의 장난 결과다. 똑같은 마음으로 대응하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다. 정반대로, 즉 사단이 절대로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은? 사랑하고 축복하는 것이다. 사단은 다른 모든 것은 흉내 내고 카피할 수 있어도 사랑과 축복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랑하고 축복할 때 사단의 활동이 멈추게 된다.

그럴 때 하나님의 능력이 견고한 진을 무너뜨리고, 궤변을 무찌르고 교만을 쳐부수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게 된다. (나는 몇 차례 이런 경험을 했다)

(2) 온유함

바울은 고린도교인이 거짓 교사들의 선동에 넘어가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고린도교인들에게 온유함과 관대함으로 권면을 하고 있다(1절). 세상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인 온유함으로 대응하고 있다.

온유함은 예수님의 성품 중 하나다(마 11: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모세의 성품이기도 하다. 온유함은 순하고 착하다는 말이 아니다. 온유함의 근본적인 의미는 힘이 있는데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다. 길들여진 야생마! 힘이 없어서 말없이 있는 게 아니라,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때가 아니기 때문에 휘두르지 않고 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이 온유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바울은 누구보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누구보다 하나님을 체험한 경험이 있었다. 누구보다 세상 학문을 많이 공부했다(예: 고전, 수사학, 변증론). 또한 하나님이 주신 권위가 있었다(8절). 이 모든 힘과 권위가 있었지만, 그것으로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고 사용하지 않고, 교회를 세우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처럼 조롱당하고 비방을 당해도 꾹 참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때에는 혹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단호하게 대할 수 있다.

2절 우리가 육정을 따라서 처신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확신을 가지고 담대하게 대하려고 생각합니다.

온유함은 그저 물러빠진 게 아니다. 힘과 권위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대담하게 사용한다. 만일 사용하지 않으면 하나님의 명예가 실추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키라고 힘과 권위를 주셨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회개를 촉구할 수 있고, 공개적으로 사실을 밝힐 수 있고, 회개하지 않으면 추방할 수 있고, 법정에 고소할 수도 있다.

결론

비방을 당할 때, 세상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고 하나님의 방식으로 대응하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대응하자. 

하나님의 능력은 우리가 원수도 사랑하고 축복할 때 강력하게 나타난다.

온유함으로 대응하자.

하나님이 주신 힘과 권위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할 때만 적절하게 사용하자.

2023/3/12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