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관계다

전 4:9, 요 13:14-15, 갈 6:17

교회 활동의 양 축은? 예배와 교제다.

교제 없는 예배도 안 되고, 예배 없는 교제도 안 된다.

지난 주일에는 예배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희생이 있는 예배(시간, 빠지지 않기, 뭔가 희생), 고백이 있는 예배(예수님이 주인)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오늘은 교제다. 교회는 교제다! 아무리 올바른 예배, 감동과 은혜가 되는 예배를 드린다 해도 진실한 교제가 없다면 교회가 아니다. 교회는 예배와 연결된 교제가 있어야 한다.

1. 공동체 하나님이 공동체로 부르셨다

(1) 왜 꼭 그래야 하나? 조용히 예배만 드리고 가면 안 되나?

어떤 하나님을 믿고 예배하십니까? 혹시 자기 마음속의 하나님?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공동체 하나님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성부, 성자, 성령 세 분 하나님이 다양성, 통일성, 페리코레시스적 관계(상호내주/의존/침투)

삼각형 모델이 아니라 강강수월래 같은 윤무 모델로 설명했다.

공동체적 하나님이 우리를 공동체적 존재로 지으셨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공동체적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그 하나님을 믿는 우리도 공동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통일된 목적을 가지고 모여서, 진실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이 교회다.  

따라서 교회에 와서 예배 잘 드리고 돌아가는 것은 하나님이 바라시는 신앙생활/삶이 아니다. 

(2) 그러나 삶의 환경은 비협조적이다. 

성인이 되면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직장과 가정에서 요구되는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학생 때가 좋다? 초등학교부터 학원 다니기 바쁘다. 초등학생이 더 바쁘다. 어릴 때부터 공부라는 일에 매인다. 

대학생의 낭만? 요즘은 대학교 입학 하면서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편하게 친구들과 놀면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사라진다. 

잘못하면 그저 돈버는 기계, 일하는 머신이 되어간다. 사회와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가기도 벅차다. 이 시대는 관계가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 더 정확하게는 일에 매인/찌들린 사람을 만들어 가는 환경이다.

그래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내면은 점점 각박해 지고 영혼은 차차 황폐화 되고 만다.

(3) 솔로몬의 고백

전 4:9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할 때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도서는 솔로몬 왕이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돈, 명성, 권력 등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어 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했고 마음이 텅 비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생에서 진실한 관계가 없다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다 해도 만족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4) 물론 친밀한 인간관계를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상처를 받았고 실망도 했다. 또한 나와 상대방에게 일종의 ‘장애’가 있다. 우리 모두는 환자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가 두렵고 꺼려진다. 또 다시 상처받기가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관계적인 존재로 지으셨기 때문이다.

정리: 하나님은 우리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지으셨다. 삼위일체의 관계적인 하나님이 우리를 관계적인 존재로 지으셨다. 하나님과의 진실한 관계를 맺도록 그리고 서로와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불러 주셨다. 우리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부르셨다. 그것이 구원이다. 

이 땅에서 영원한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영혼뿐이다. 영혼 깊은 관계! 그 밖의 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다 사라지고 만다.

2. 나는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인가?

결론을 먼저 말한다. 신앙생활을 잘 하는 사람은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은 관계를 잘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

그런데 하나님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은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다. 사람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님과의 관계도 착각일 수가 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이와 같으니’라고 동급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1) 성경적인 관점에서 친밀한 우정

친한 친구란 꾸준히(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소망과 기대(hopes & dreams), 걱정과 염려, 좌절과 두려움, 갈등과 죄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이.

함께 있는 시간은 보고하는/평가받는 시간 같지 않고, 가식/숨김/비밀이 없이 이야기 하는 편안한 시간이다. 

나를 생각해서 뭐라도 주려고 하는 사람. (Give & Take가 아니라 서로 Give만 생각)

그리고 함께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애쓰며 서로를 위해서 기도한다.

서로의 부족함/결함이 어떠하든, 직업에 상관없이, 나이에 상관없이, 돈이 얼마나 많든 적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서로에게 마음을 쓰며 삶을 솔직하게 나눈다.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사람. ‘저 사람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를 잘 알기 때문에 경고신호를 주는 사람

(2) 배우자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되면 좋겠다.

영혼육을 가진 인간이 유일하게 영혼육 모두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 

소울 메이트(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목적 일치[방식은 달라도], 친밀감, 신뢰, 서로에게 성실함과 헌신).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고 위로/격려/용기를 주는 사이. 너무 이상적?

삼위일체: 다양성, 통일성, 페리코레시스성

부부는 얼마나 다른가! 결혼 전에는 그 다른 점이 끌려서 결혼해 놓고서 이제는 너무 다르다고 불만이다. 얼마나 죄인인가! 그 사람이 변했나? 내가 변했다! 전에는 몰랐다고? ㅎㅎ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생활에 중요한 지표다.

부부는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사이인가? 재산을 같이 형성해 나가는 사이인가? 서로의 육신적 필요[의식주/엔터테인먼트]만 채우는 관계인가? 아니면 소울 메이트인가?

(3) 교회가 아니더라도 이런 친구가 있으리라 믿는다. 

오랜 친구...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불필요한 것, 덜 중요한 것을 덜어내게 된다. 달리 말하면 꼭 필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로 좁히게 된다. 예) 사진 많이 찍어도 결국 일 년에 한 두 장만 남게 되더라.

그런데 내게 가장 중요한 신앙이 다르거나 신앙의 컬러가 다르면, 서로 이해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 드는 것은 나만의 경험인가? 그렇다면 교회 내에서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4) 교회 안에서도 좋은 우정/관계를 맺어 나가면 좋겠다.

교회 내에서 한 사람이라도! 어쩌면 한 사람만 있어도 된다. 

그런데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이 오히려 관계를 맺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사실인가?

진실한 신앙생활과 교회활동, 모임, 성경지식, 기도시간 등과 혼동하기 때문인가?

교회 안에서 진실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 목장을 한다. (전도 등 다른 목적도 있다)

정기적 모임은 개인적 만남과 다른 파워가 있다.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아도 막상 모임에 참석해서 같이 밥을 먹고 얼굴을 맞대면 마음이 열린다. 자기도 생각하지 못했던 속내를 꺼내기도 한다.

그러나 만일 모임에 문제가 생긴다면? 모임에 가지 않는다면?

목장/모임을 넘어선 개인적 관계가 필요하다. 전체 모임에서 나누기 힘든 이야기가 있다. 묻어두지 말고 마음이 편한 사람과 개별적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다른 목장사람과도...

(5) 세족식: 예수님 당시 발은 가장 더러운 부분이었다. 샌들을 신고 흙먼지 나는 길을 다니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발꼬락이 가장 더럽다고 한다. 항문, 콧구멍, 이빨 사이, 배꼽의 때보다 더 세균이 많다고 한다. ㅎㅎ) 그래서 발을 씻기는 일은 가장 천한 종이 하는 일이었다.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려고 하자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주요 선생이신 예수님이 천한 종이 하는 일을 하다니! 또 나의 가장 더러운 곳을 내밀어야 한다니! 그래서 베드로는 안 하겠다고 우겼던 것이다. 결국 예수님께는 부끄러운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다면 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세족식을 마치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 13:14-15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뭐라고? 서로 발을 씻겨 주라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더럽고 수치스러운 부분을 드러내고 맡기라고? 다른 사람의 더러운 부분을 씻어 주라고?

그러나 예수님의 의도이자 명령이다. 서로 발을 씻어주어라. 서로 더럽고 수치스러운 부분을 내어놓고 서로 씻어 주어라!

(6) 물론 나이브하게 아무에게나 드러낼 수는 없다. 믿을 만한 사람, 그럴만한 관계가 된 사람에게 한다. 포인트는 함께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야 하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 그런 관계가 있나? 교회 안에 그런 관계가 있나?

3. 예수님의 상처를 지닌 사람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은 교회 안에서 얻은 관계의 상처가 많다. (물론 피상적으로 관계한 사람은 아무런 상처가 없다.) 마음을 주었다가 실망하거나, 이용당하거나, 배신당한 상처가 많다. 열심히 하려고 한 만큼 상처도 많다. 그래서 교회 내에서는 적당한 거리만 유지하려고 한다.

‘친절히 대하되 적절한 거리를 두기’ Courtesy yet distance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서로의 삶/인생에 상호 침투

그런데 ‘적절한’ 거리가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아프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마음의 상처는 영광이요 훈장이다.

갈 6:17 이제부터는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나는 내 몸에 예수의 상처 자국을 지고 다닙니다. (개역개정)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

예수님의 상처, 예수님의 흔적을 지니고 있다? 영광 아닌가? 내가 뭐라고 예수님의 상처/흔적을 가지게 되었나? 

우리는 손의 못 자국, 옆구리의 창 자국은 없다. 대신 예수님의 마음 상처 자국은 있다. 

예수님도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이용당하고, 배신당해서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의 상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시고, 덮어주시고, 미련하게(?) 또 다시 받아주시고 믿어주시고... 그러면서 또 상처 받고... 이런 상처 자국이다.

영광스럽게 우리도 그런 마음의 상처로 인해서 예수의 흔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상처도 받았지만, 실망도 크게 했지만, 관계로 부르신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을 받들어 또 다시 시도한다. 또 다시 사랑으로 도전해 본다. 복 받은 인생이다!

사순절의 기도(이해인)

사랑하는 것은 죽는 것/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

예수여, 나에게는 당신의 굳셈보다는 약함이/ 무한한 약함이 필요합니다.

2/26/2023 창립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