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3편] 

3. 하나님의 집에서 영원히 살겠습니다

시편 23:6

시편 23편은 뒤로 갈수록 좋다. 아쉬울 것이 없는 삶’, ‘하나님께 초대받은 인생’에 이어서 마지막 부분이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하나님의 집에서 영원히 살겠습니다’!

1. 선하심과 인자하심

진실로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사는 날 동안 나를 따른다! 얼마나 멋지고 감사한 일인가?

(1) 선하심과 인자하심(헤세드)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선하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성품에서 행동이 나온다. 선하시다? 좋으신 분! God is good! 좋으신 하나님!

비록 때로는 우리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기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의도는 항상 선하심이다. 

또한 하나님은 인자하심으로 우리를 대하신다.

인자하다? 마음이 어질고(너그럽고 착함) 자애롭다?

아니다. 인자함은 히브리어로 ‘헤세드’

헤세드는 언약에 기초한 끊을 수 없는 사랑을 말한다. 종종 자비, 긍휼, 인자, 은혜, 사랑 등으로 번역된다. 포인트는 (a) 언약 (b) 끊을 수 없음

하나님이 선하게 대해 주심도, 인자하심을 베푸시는 이유도 모두 언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두고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로 언약을 체결했다. 구약!

우리는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면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언약을 체결했다. 신약!
(당신은 분명히 언약을 맺었나?)

이렇게 언약을 맺은 하나님의 백성/자녀를 하나님을 결단코 버리지 않으시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끝까지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다. 

이런 헤세드 사랑(인자하심)이 평생에 나를 따른다!

(2) 따른다(follow, chase after)

‘하나님이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나에게 베풀어 주신다’가 아니라 ‘나를 따른다’는 독특한 표현이다. 

마치 양치기 개(sheep dog)가 양떼를 계속 따라다니면서 가이드 하듯이?

우리가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찾고 추구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우리를 따라다니고 쫓아다닌다! 결코 우리를 놓치지 않는다! 언제 어떤 때라도....

참으로 놀라운 표현이다.

(3) 이런 경험이 있나? 이런 표현에 공감이 되나?

인생을 돌이켜 보면 하나님의 선하시고 인자하신 도움의 손길로 여기까지 왔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을 통해서, 일이 새롭게 전개됨을 통해서, 눈이 열림을 통해서....

내가 잘 나서 역경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는줄 알았는데,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계속해서 나를 쫓아다니면서 나를 인도해 주셨다!

(4) 어떻게 하면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구나 다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시험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원수들과 한 상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믿음 좋은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 할 수 있는 고백인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고백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까?

항상 좋은 일만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나를 따랐다고 고백할 수 있는 비결은?

나쁜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일은 오래 기억하는 좋은 성품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쁜 일은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억이 나도 사건으로만 기억이 나지, 그 일에 대한 감정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건과 감정이 분리되면, 나쁜 일도 좋은 일로 남게 된다. ‘맞아, 그 때 엄청 고생했지... 배신 제대로 당했지... 앞이 캄캄했었지... 정말 그랬었지. 근데 그게 다 보약이 되었네. 원수도 복덩이였네...’

그래서 내 인생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만 남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사건과 감정을 분리시킬 수 있나? 부정적인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나?

세월이 약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감정의 기억은 아주 오래간다.

비결은 감사와 노출

(a) 감사의 훈련이 되어 있고, 감사가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감사는 훈련이고 습관이다. 그러다 보면 감사는 성격이 된다. 감사훈련으로 뇌의 신경 네트워크가 긍정적으로 형성된다. 좋게 좋게 받아들인다.

감사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원작 일화가 수록된 에세이) 이렇게 된다.

밤에 감사로 잠자리에 들자. 대상 없는 막연한 감사가 아니라 분명한 대상인 하나님께 감사!

(b) 노출/나눔: <트라우마의 지속적인 노출치료>

심한 트라우마를 겪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나타난다. 트라우마의 기억에 노출될 때 심리적 흥분, 몸이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고 땀이 남, 부정적 감정(우울, 짜증, 분노) 등 여러 가지 불안 장애가 일어난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떠올리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다. 아프니까. 힘드니까.

겪지 않아야 할 일을 겪는 것도 트라우마지만, 겪어야 할 일(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보호)을 겪지 못하는 것도 트라우마다.

그런데 이것을 치료하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지속적 노출치료라고 한다.

트라우마의 기억을 지속적으로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처음에는 100의 반응(불안 장애)을 보이다가도 차차 80, 60, 40이 되고 점점 나아진다. 

물론 아무에게나 이야기 할 수는 없다. (a) 믿을 수 있는 사람 (b) 안전한 공간

전문적인 상담가, 믿을 만한 친구, 목장/교회 지도자(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다 트라우마가 있다. 커다란 실패와 심한 좌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성공해서 다 만회한 후에야 옛날에 그런 일도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 자신의 성공을 더 빛내는 무용담(saga)이 된다.

하지만 만회하지 못한다면 평생 좌절과 고통 속에서 실패자로 살아갈 것인가? 

게다가 그동안 과정은 얼마나 힘들고 손해인가?

조금씩 노출하면 그 기억(사건이 아니라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께 사건과 감정을 모두 내어드리고 말씀드리자. 치유의 빛이신 하나님 앞에 상처를 내 보이는 시간이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조금씩 지속적으로 이야기 하자. 한 이야기 또 해도 된다. 아직 그럴 필요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감사와 노출의 훈련과 연습이 있을 때 나쁜 일은 사건으로만 기억되고 부정적 감정은 차차 사라진다. 그리고 좋은 일은 잘 기억할 뿐 아니라 사건과 함께 믿음의 해석을 더하게 된다. 믿음의 해석이란 사건을 더 풍성하게 볼 수 있게 해 주는, 하나님의 관점을 볼 수 있게 하는 해석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함이 솟구친다. 그래서 이렇게 노래한다.

진실로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내가 사는 날 동안 나를 따르리니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을 믿습니다!!

2. 하나님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이렇게 해 주시는 하나님과 영원히 살고 싶은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반응 아닌가!

그런데 하나님의 집에 산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1) 영원한 집

장례식 때 시편 23편을 많이 인용한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소망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회고해보니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사건으로만 기억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다 사라지고, 오히려 감사가 가득하다.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평생에 이 분을 따라다녔다. 우리가 증인이다.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기 원하는 이 분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시간이고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집에 산다는 것은 영원한 안식처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하나님의 집,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눈물도, 죽음도, 슬픔도, 고통도 없다.

금리인상과 난방비 폭등도 없고, 학원 폭력이나 왕따가 없다. 청년 실업이나 노후 걱정이 없다. 

우리 모두 이런 하나님의 집에서 영원히 살아갑시다.

(2) 하나님과 함께 함

(a) 다윗의 입장에서는 하나님의 성전에서 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성전은 아들 솔로몬 때 지어졌으니까 정확히는 성막(성소)이다. 다윗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시 27:4 주님, 나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습니다. 나는 오직 그 하나만 구하겠습니다. 그것은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면서 주님의 자비로우신 모습을 보는 것과, 성전에서 주님과 의논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시 84:2 내 영혼이 주님의 궁전 뜰을 그리워하고 사모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윗이 자기 처소를 떠나서 실제로 성소에서 살겠다는 말은 아니다. 늘 하나님과 함께 있고 싶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왕이 되기 전 광야로 쫓겨 다닐 때 더 ‘하나님의 집’에 거했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들 압살롬에게 쫓겨 나가면서 더 ‘하나님의 집’에 살았는지 모른다. 

포인트는 성소/집/교회라는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하는 마음 자세이다.

교회 건물이라는 장소가 아니라 늘 하나님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교회에 올 때만, 예배드릴 때만, 목장모임 할 때만, 성경 읽고 기도할 때만이 아니라, 매순간 하나님과 함께 하며 동행하고 싶다는 말이다. 

(b) 하나님과 어떤 종류의 관계?

영혼 없는 말투, 영혼 없는 대답.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말, 성의 없는 대답. 이런 식으로 지내는 관계가 좋은가? 생활에 필요한 대화는 잘하고 큰 불편함 없이 살아가지만, 이런 삶에는 진정한 만족감이 없다. 영혼이 채워지지 않는다.

속마음을 꺼낼 수 있고 감정(걱정, 불안, 두려움 등)마저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갈망하지 않나? 우리가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혼이 있는 존재라서 그렇다.

하나님과의 관계는 어떤가?

하나님은 길을 만드시는 분이다.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다.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다. 어둠 속의 빛이시다. 그래서 우리의 큰 도움이시다.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베풀어주시는 분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가? 그게 내가 하나님께 바라는 전부인가? 

아니면, 다윗처럼, 그저 하나님이 좋고,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게 편하고, 감사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행하기를 기뻐하고....

하나님은 우리와 좋은 거래를 맺고 싶은 게 아니다. 주고받는 거래,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거래.

사랑의 관계를 맺고 싶으시다.

다윗은 이런 의미에서 하나님의 집에서 영원히 살고 싶어했다. 

우리 모두 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내 평생에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헤세드)이 나를 따라다니면서 나를 도와주시고 인도하시고 이끄시는 좋으신 하나님, 선한 목자, 아바 아버지, 따뜻한 성령님, 왕이신 나의 하나님과 늘 함께 하겠노라는 소원이자 결단이다.

우리도 이런 소원, 이런 결단이 있는지?

2/5/2023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