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목장의 한숙입니다. 오늘 저는 하나님께서 저희 가정을 이끌어주시고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여 주신 것을 짧게나마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하늘꿈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그 곳에서 김재영 형제를 만나 2년 전 결혼을 하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신혼 초기에 여느 부부들처럼 결혼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로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특히 자녀 양육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결혼하면 당연한 순서로 아기를 낳고 기르고 싶었던 반면, 부모가 없는 북한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꾸준히 해왔던 남편은 우리 자녀 한 명을 기르는 것보다 어려움에 처한 여러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쉽지 않은 가운데 생각보다 빨리 첫 번째 임신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연히 감사한 일이었으나 저나 남편의 마음은 평안하지 않았고 특히 입덧이 심해지자 그렇지 않아도 버겨웠던 하늘꿈학교 일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병원에서는 자궁 내벽에 전체적으로 물혹이 많고 아기의 성장 속도가 정상보다 늦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저희에게 뾰족한 방법이 없던 터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8주차 정기검진을 받던 날 아기의 심장이 멈추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입덧이 덜하여져서 다행으로 여겼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유산의 징후였고 귀한 생명을 속절없이 잃어버렸다는 충격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그 때 이후로 저와 남편은 아이를 잃은 슬픔과 서로에 대한 원망으로 광야와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임신 중에 끊이지 않았던 부부싸움이 유산의 원인이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과 위로와 공감은커녕 나를 보지 말고 예수님을 바라보라는 남편의 정답과 같은 반응이 저를 더욱 외롭게 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하나님께 기도드리며 종국에는 서로에게 해결책이 없다는 것과 예수님 안에서 각자가 바로 설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께서 저희 가정을 회복시켜 주실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저희의 마음은 새로워졌고 아이를 잃고 난 후 오히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 가운데 자녀를 허락하시고 기르게 하시는 이유에 대해 깊이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중에 교회 가족들께 중보기도를 요청드리게 되었고 작년 1월 신년 예배 후 교회 어머니들께서 올해는 꼭 건강한 아들을 낳으라는 덕담을 해주셨을 때 제 마음 속에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기쁨의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후 놀랍게도 얼마 안 있어 두 번째 임신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도와 기다림 끝에 찾아온 소식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다녔던 병원을 다시 찾은 저희 부부는 담당 선생님께서 저희를 기억하지 못하실 뿐 아니라, 이번 임신도 지난 번과 같은 상황이라 유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부정적인 소견만을 듣게 되었습니다. 출산율 높기로 유명한 병원, 그 중에서도 가장 알려진 선생님을 찾았으나 오히려 과거 진료기록조차 확인이 안되고 별다른 대처도 없이 가망없다는 진단만을 듣게 된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아기처럼 두 번째 아기조차 사형선고를 받은 거 같아서 돌아오는 길 내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저에게 남편은 오히려 감사예배를 드리자고 했고 이럴 때일수록 사람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자고 하였습니다. 시편 23편 1절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저희는 이 말씀을 함께 나누며 예수님께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족함 없는 은혜를 주시리라는 것을 온전히 믿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예배드렸습니다. 

그렇게 하나님 앞에 마음을 내려놓고 구하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교회 가족들을 통해 낙심한 저희의 마음을 위로하여 주셨고 새로운 병원을 소개받게 하셨습니다. 새롭게 찾아간 병원의 담당 선생님께서는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으시고 지켜보자고 하셨고 그 과정 가운데 끊이지 않는 기도로 응원해 주셨던 목장 식구들과 교회 가족들이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힘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기도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동안 유산될 거라던 아기는 기적처럼 건강하게 잘 자랐고 검진 때마다 벅찬 감격과 함께 하나님이야말로 진정 모든 생명의 주인되심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 후로 안정기에 접어들어 출산의 시기가 다가오자 저에게는 또 하나의 기도제목이 생겼습니다. 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선생님들이 그만두시고 제가 쉬는 동안에도 별다른 인력충원 계획이 없던 터라 예정일이 되기까지 최대한 업무를 소화해야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컸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와 아기, 그리고 저희 가족들과 학교의 상황 모두를 살폈을 때 오히려 예정일 보다 한 달 일찍 출산하게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정하신 가장 좋은 때에 새 식구를 맞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아기는 2.2kg로 태어났으나 매우 건강했고 저 또한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휴가 기간 중에 교육청으로부터 학교가 인가되면서 새롭게 개교를 준비해야할 정확한 시점에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정말 은혜롭고 긍휼하신 분이십니다. 결혼 전부터 사랑한다고 무수히 고백하였으나 언제나 남편의 필요보다 저의 요구가 먼저였고 아기를 달라고 기도하였으나 정작 엄마로서 마땅히 감당해야할 책임은 부담스러워했던 저였습니다. 그런 저를 자녀삼아 주시고 친히 함께하여 주셔서 제 스스로는 도저히 소망이 없고 낙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감사하고 예배드릴 수 있게 하셨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알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놀라운 은혜의 결실로 저희 가정에 맡겨주신 아기가 바로 예성이입니다. 예성이라는 이름은 ‘예수께서 이루셨다’라는 뜻으로 저희가 그러하였듯 예성이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예수님의 은혜를 깨닫고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저희 이상으로 예성이의 탄생을 기뻐해주시고 환영해 주시며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셨던 목장 식구들과 교회 가족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서로를 위해 중보하며 사랑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