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으로서 싸워야 할 악습 중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혹은 부당한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도 신앙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말입니다. ‘기도하겠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어려운 사정을 주고받으면서 ‘기도하겠습니다’라고 대화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딱한 사정을 듣다 보면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말을 해 놓고 실제로는 기도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잘못하면 기도하겠다는 말은 ‘알겠습니다’의 기독교식 용어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심각한 거짓말이라기 보다 빈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역시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목사로서 교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저 역시 대부분의 경우는 기도하겠다는 말로 대화를 마칩니다. 그러나 빈말이나 거짓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 자리에서 기도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로 기도하겠다고 답할 때도 반드시 짧게라도 진심을 다해 기도한 후에 답장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기도해야 할 제목은 지속적으로 기도하지만, 꼭 그렇지 않거나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라도 기도하겠다는 빈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기도하겠다는 말이 빈말로 그치게 되면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기독교는 약속의 종교입니다. 믿음의 내용은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성품 중에서 우리가 가장 붙들게 되는 것이 바로 신실성 즉, 약속을 잘 지킴입니다. 하나님이 약속을 쉽게 저버리신다면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신앙생활을 해 나갈 수 있겠습니까?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는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 역시 신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겠다면 반드시 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기도하겠다는 빈말은 상대방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기도해 주겠다고 한 사람이 자신의 사정(기도제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음을 눈치 챌 때,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집니다. 기도하겠다고 했으면 그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럴 수 없는 사정일 때는 반드시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적어도 상대방을 대할 때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집니다. 기도하겠다고 하였으면 반드시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