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서 추운 것은 정말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지만, 더위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여름이 더 고통스럽습니다. 에어컨 때문입니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저에게는 차가운 칼바람으로 다가옵니다. 한편, 제 아내는 저와 정반대의 체질이라서 여름을 아주 힘들어 합니다. 밤에 잘 때도 선풍기를 틀어 놓아야만 합니다. 저는 선풍기 바람마저 두렵습니다. 이처럼 정반대의 체질을 가진 부부가 많은 것은 참으로 묘한 조화입니다. 정반대 체질의 배우자를 통해서 이런 차이를 ‘틀림`(wrong)이 아니라 ’다름‘(different)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시키시려는 하나님의 손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서야 어떻게 한다 해도, 교회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예배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기에, 추위를 타는 분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 앉게 되거나, 더위를 타는 분이 에어컨 바람이 미치지 않는 곳에 계시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 교회 공간을 디자인할 때 이 점을 최대한으로 고려했습니다. 냉방 용량도 충분하게 하였고, 시공업자를 설득하여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향도 벽 쪽으로 바꾸었습니다. 또 예배시간에 냉방 장치 담당자는 여러 상황을 살펴서 섬세하게 온도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처럼 체질이 정반대인 경우의 모든 분들을 전부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한쪽 체질을 위해서 다른 체질의 분들을 희생시킬 수도 없습니다.
해결방법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먼저, 자신의 체질에 따라서 얇은 겉옷을 준비하시거나 겉옷 상의를 벗으십시오. 얇은 옷차림으로 춥다고 불평하거나, 겉옷 상의를 입은 채 덥다고 힘들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는 예배실 내에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이 일정하므로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자리를 잡으십시오. 아마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 벌써 지정석이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청소년부가 합동예배를 드리거나, 방문손님이 오셔서 지정석을 빼앗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 일찍 오시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이 참에 예배시간에 늦지 마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주일 오전 11시는 하나님께 예배 드리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실은 10분 전부터 피아노 반주와 함께 기도로 예배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가피한 사정을 제외하고 예배시간에 늦는 것은 습관이요, 하나님께 대한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늦게 오시는 분들이 임산부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서 마련한 뒷자리 벤치석이 아니라 의자에 앉을 수 있게 안내위원들은 자리 배치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