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일은 2월 1일입니다. (생일 선물을 바라고 밝히는 것은 절대로 아님^^) 그러나 그날이 저의 진짜 생일은 아닙니다. 어릴 때 듣기로는 함께 살던 사촌형님이 동회에 가 보니 아직 저의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그 날로 출생신고를 했다는 겁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진짜 생일이 궁금해져서 아버님께 여쭈어 보았더니, 옛날 분이신 아버님은 ‘그래, 그랬었지. 네가 2월 몇 일에 태어났더라?’고 하셨습니다. 친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셔서 물어 볼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사연으로 인해서 저의 진짜 생일은 알 길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출생해서 오늘까지 버젓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진짜는 아닐지라도 2월 1일을 저의 생일로 기념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생활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어떤 분이 새로 오시든 간에 최대의 관심사는 그 분의 구원 여부입니다. 구원의 확신이 있는 분이면 신앙성장을 도우면 교회 사역에 동참을 권유하고, 구원의 확신이 없는 분이면 구원을 돕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원 결단을 할 때 전교회적으로 기뻐하며 그 분의 영적 탄생을 대대적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침례식은 그 절정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오신 분 중에는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구원에 대한 도전과 진지한 고민보다는 교회 출석과 봉사를 기준으로 신앙지도 받았기 때문에 ‘확실히 믿는다고 하기에는 자신이 없지만, 그렇다고 안 믿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습니다. 즉, 자신의 영적 생일을 알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경우, 분명한 출발점이 없다 보니 자신 있는 신앙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자녀들에게도 확실하게 신앙교육을 시키기 어려워 집니다.
뒤늦게 자신의 구원의 순간을 기억해내는 경우나 아예 구원이 없었음을 쉽게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생일을 예로 들은 겁니다. 원래 생일은 출생한 바로 그날을 기념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날보다는 출생 그 자체를 기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구원의 이유와 방법을 다시 설명하고 이미 그런 믿음이 있음을 확인한 후 그 날을 영적 출생 그 자체를 기념하는 생일로 삼자는 겁니다. 이것은 다른 교회의 신앙생활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절대로 아니라, 본인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기 위함입니다.
지난 주일에 처음으로 헌신을 하신 두 자매님들의 경우도 이런 경우였습니다. 초청시간 당시에는 충분한 의사를 확인할 할 수 없었지만, 상담을 통해서 들어보니 전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나 하나님과의 관계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 있게 언제 구원받았다고 말하지는 못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신앙지도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믿음을 확인한 후 지난 주일을 기념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후속조치라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침례식 때 맘껏 축하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