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 하신 성탄

요 1:14, 18; 빌 2:6-8

기독교의 교리 중 하나는 성육신 교리이다.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은 하나님이 사람으로 되셨다는 말이다. 보통 ‘말씀이 육신이 되다’라고 말한다. 태초부터 계셨던 하나님이신 '말씀‘(요 1:1)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신(요 1:14) 사건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심, 사람의 몸을 입으심은 곧 하나님이 자기를 비우고 모든 조건에서 사람과 같이 되신 것(빌 2:7)을 말한다. 예수님의 탄생은 성육신 사건이다. 

1. 성육신 교리의 의미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구원을 이해함에 있어서(구원론) 또 하나님을 이해함에 있어서(신론) 중요한 의미를 준다.

(1) 구원론적 의미

성육신 사건은 무엇보다도 구원의 사건이다.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즉, 성육신) 이유는 죄로 인해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함이다.

(a)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예수님은 하나님인 동시에 인간이고, 인간인 동시에 하나님이어야 한다. 예수님이 신성과 인성을 가진 분이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원이 불가능해진다. 

예) 찬 122장 참 반가운 성도여

(3절) 이 세상에 주께서 탄생할 때에/ 참 신과 참 사람이 되시려고/ 저 동정녀 몸에서 나시었으니/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엎드려 절하세 구주 나셨네

(b) 왜 예수님은 참 사람이셔야 하나? 

참 사람으로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사람이 해야 하는’ 속죄의 일을 할 수 있다. 그 하이라이트는 죄의 삯인 죽음이다. 죽음의 모든 고통스러운 과정과 죽음이라는 절망. 사람만이 죄 값을 치를 수 있다.

(c) 그러나 예수님이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이기만 하다면 인간의 구원자가 될 수는 없다. 그 역시 죄인일 뿐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동시에 참 하나님이셔야 한다.

하나님으로서 ‘하나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셨다. 하나님이 아니라면 그의 죽음이 어떻게 시공을 초월해서 모든 인류의 죄를 대신할 수 있겠나? 어떻게 영원토록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겠나?

(d) 그래서 예수님은 참 사람이자 동시에 참 신이시다.

그래서 ‘참 신과 참 사람이 되시려고’ 아기로 오신 성탄은 바로 성육신 사건이고, 성육신 사건은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2) 신론적 의미

성육신 사건은 하나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a)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알 수 있을까? 

치열한 철학적 사고? 세밀한 자연 관찰? 면밀한 역사 연구? 

그것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불완전하다. 

사람으로 오신 하나님(성육신)인 예수님을 통해서 온전히 하나님을 이해하고 알 수 있다.

요 1:18 일찍이, 하나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의 품속에 계신 외아들이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알려주셨다.

(b) 예수님을 보면 하나님을 알 수 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을 보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도 그랬다. 

그 이유는 자기 자신의 하나님 상(像)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하나님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기 때문에, 예수님을 보고서도 하나님을 아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다.

(c) 성육신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우리에게 하나님은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머무를 수 있다.

하나님은 영원하시다(영원불멸성), 하나님은 무한하시다(무한성), 하나님은 변치 않으신다(불변성)....

하지만 추상적인 개념에 갇혀 있는 하나님!

그러나 성육신으로 인간에게 오신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은 개념이 아니라 인격임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격이다. 개념의 하나님이 아니라 인격의 하나님. 인격으로 우리를 찾아오신 하나님.

(d) 그 중 하나만 언급해 보자.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일 4:8). 그러나 개념/원리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의 사랑이다.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의 세계로 찾아오신 사랑. 자기를 낮추시되 대신 죽어주시기까지 하는 사랑. 이것이 예수님이 말하신 ‘자기 친구를 위해서 자기 목숨을 내 놓는 가장 큰 사랑’이다(요 15:13). 말로만 하는 사랑, 개념/원리로만의 사랑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사랑이다. 성육신은 그런 사랑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e) 손기정 선수의 스승, <성서 조선> 발행인, 무교회주의자 김교신(1945년 4월 졸) 

이러한 구체적인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 깨달은 후에 자신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오늘 재판정에 다녀왔다. 피고를 위하여 애쓰는 변호사가 아름답게 보였다. 문득 나를 위하여 변론까지 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나를 위하여 대신 피고의 자리에 서서 죽으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이처럼 성육신으로 오신 성탄은 우리에게 구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사건이다. 참 신과 참 사람이 되신 하나님이다. 동시에 성탄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주는 사건이다. 하나님은 사랑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이다. 

2. 사랑은 구체적인 것이다

성육신 하신 성탄을 통해서 하나님이 어떤 사랑을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셨는지 알게 되었다. 말이나 이념적인 사랑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몸으로 표현하는 사랑이었다. 우리도 이런 사랑을 해야 한다.

(1) 모든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람을 사랑

(a) 구체성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라 이념이나 사상이다. 흔히 예수님이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아기로 이 땅에 오셨다고 한다.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온 인류를 이념적으로 사랑하신 적이 없다. 예수님은 자기에게 맡겨진 구체적인 사람들을 사랑하셨다. 그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 13: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

그들 중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애쓰셨다.

요 17:12 내가 그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들을 지키고 보호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들 가운데서는 한 사람도 잃지 않았습니다.

자기의 제자들‘만’ 사랑하신 것은 아니지만, 온 인류를 사랑한다고 주장하신 적이 없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붙여 주신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섬기고 사랑하셨다.

(b) 구체적으로 ‘서로’ 사랑

예수님은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다(요 13:34). 이것이 새 계명이라면 원래 계명은 무엇일까? 하나님을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하여)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더 줄이면 ‘사랑하라.’ 그런데 여기에 예수님은 ‘서로’를 붙이셨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품고 사랑해야 하지만, 그것도 필요하겠지만, 너희는 ‘서로’ 사랑해라. 이것이 내가 주는 새 계명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내가 행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서로’는 아주 구체적인 대상이다. 예수님의 제자들끼리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다. 

한 팀이니까 서로들 사랑하고 있지 않았나?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이런 새 계명을 주셨나 보다.

우리에게 적용해 보면, 같은 목장 식구들끼리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다. 같은 교회식구끼리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다. 

적어도 성경은 가족을 사랑하라는 말보다 교회 안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다. 

사랑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대상을 사랑해야 한다. 예수님은 그것을 요구하신다.

(2) 구체적인 사람을 몸으로 사랑

(a) 사랑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을 겪는 분에게 ‘기도하겠습니다’라고 한다. 귀하다. 진짜로 기도한다. 하지만 때로는 기도만 하는 게 아니라 돈으로, 물질로, 음식으로, 조언으로, 함께 함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사랑해야 한다. 

예) 나이 들수록 돈을 준다. 젊을 수록 진심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어떤 게 맞는지?

돈에 담긴 진심? 마음은 없지만 형식적인 돈? 돈도 마음도 없고 입으로만? 아예 아무 것도 없다?

(b) 구체적인 사랑은 수고와 아픔이 따른다.

몸으로 상대방의 필요를 채우다보면 당연히 수고와 아픔이 따른다. 그것이 사랑의 증거가 아닐까?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사랑 없이도 오래 참을 수 있다. 기대가 없으니 답답함, 분통터짐, 아픔... 이 없다. 그저 시간만 떼운다. 얼마든지 오래 버틸 수 있다. 오래 참는다고 다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사랑 없이도 온유한 사람이 있다. 유들유들한 사기꾼들이다.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중이다. 온유하다고 다 사랑인가? 그냥 성격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에는 반드시 수고와 아픔이 따른다. 구체적인 사람을 몸으로 구체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육신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랑이다. 우리도 이런 사랑을 해 보자.

2023/12/17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