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후서 강해 26

영혼을 사랑하기 때문에

12:11-21

고린도후서가 거의 끝나간다. 다음 주 4월말에 마치려고 한다.

바울은 고린도교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성숙하게 고린도교인을 대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인격을 잘 갈고 닦아서 얻은 성숙함이 아니다. 하나님께 배우고 예수님을 본받는 마음에서 갖게 된 성숙함이다. 그런 마음으로 고린도교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교회에서 사역을 할 때(목자목녀, 사역부장, 교사 섬김), 교회 밖이나 가정에서 사람을 대할 때 이런 자세로 다른 사람을 대하면 좋겠다.

1.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1) 바울은 고린도교회로부터 재정 지원/사례비를 받지 않았는데 이것이 큰 이슈가 되었다.

요즘, 만일 어느 목회자가 사례비를 받지 않고 사역한다면? 교회에서 좋아하지 않겠나?
그런데 오히려 바울은 이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관계가 꼬이면 별의별 오해/곡해가 생긴다.

‘진짜 사도가 아니니까 저러는 거지.... 자기도 양심이 있기는 있나보지...’ 이런 구설수에 올랐다.

흔히 바울은 자비량으로 사역했다고 알려졌다.

자비량. 스스로 경비를 충당하면서 사역함. Tent-making.

고린도교회 사역 때는 자비량으로 사역했다. 그러나 마케도니야 교회의 지원은 받았다.

그러니까 자비량이 대원칙이 아니라 사역 대상에 따라서 달랐다는 말이다.

고린도교회에 폐를 끼치기 싫어서, 왜? 고린도교회가 영적으로(not 물질적으로) 어려서, 오해하고 시험 들까 봐, 그들의 헌금을 받지 않았다.

(2) 목회자가 재정지원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고전 9장에서 일반 직업의 예를 들고, 성경의 예를 들고,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그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말하였다.

고전 9:14 이와 같이 주님께서도,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일로 살아가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 일로 먹고 살 수 있도록’(공동번역)

자신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것을 주장하다가 어린/연약한 사람을 잃을까 봐, 바울은 그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 구하는 것이 이익이 아니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14절 내가 구하는 것은 여러분의 재물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입니다.

(3) 우리 모두는 마땅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목사, 목자, 집사, 교인, 아버지, 엄마, 자녀, 사장, 사원, 손님...

합법적, 도덕적으로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특히 요즘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시대다. 국가권익위원회

그러나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느라, 사람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관계를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성숙한 사람은 때로는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내려놓는다. 사람을 얻기 위해서, 관계를 위해서.

2. 오히려 희생하며 베푼다

15절 여러분을 위해서라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비용을 쓰겠고, 내 몸까지도 희생하겠습니다.

개역개정: 내가 너희 영혼을 위하여 크게 기뻐하므로 재물을 사용하고 또 내 자신까지도 내어 주리니

(1) 기쁜 마음으로 비용을 쓰겠고, 몸까지도 희생하겠다

받을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음(-)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자기가 비용을 쓰고 몸까지도 희생하겠다고(+) 한다. 성숙한 사람의 모습이다. 

예) 아낌없이 주는 나무(쉘 실버스타인, The Giving Tree) 나무와 소년의 이야기

소년은 늘 나뭇가지로 그네도 타고 사과도 따먹으면서 나무와 함께 놀았다. 소년이 성장하면서 찾아오는 일이 줄어 듬. 돈이 필요한 소년에게 사과를 팔라고 내어줌. 결혼을 위해서 집이 필요한 소년에게 나뭇가지를 베어서 집을 짓게 함. 어디론가 가고 싶은 소년에게 몸통을 베어서 배를 만들라고 함. 노인이 되어서 돌아온 소년. 피곤해서 쉴 곳이 필요하다니까 밑동 밖에 남은 게 없으니까 그루터기에 앉으라고 함. 행복한 나무.

(a) 하나님이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물론 하나님은 동시에 왕이며 주인이시다)

아들 예수마저 십자가에서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b) 부모도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까울 게 없다.

14절b 자식이 부모를 위하여 재산을 모아 두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위하여 재산을 모아 두는 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단, 100세 시대에 조심해야 할 은퇴 후 자녀 리스크

아낌없이 주는 나무, 하나님, 친부모까지는 못 된다 해도, 우리도 기쁜 마음으로 비용을 쓰고 몸까지 희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성숙한 사람이 갖는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모습이다.

(2) 몸까지 희생

관제/전제(Drink Offering)를 떠올리게 된다. 바울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으리라.

빌 2:17 여러분의 믿음의 제사와 예배에 나의 피를 붓는 일이 있을지라도(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 나는 기뻐하고, 여러분 모두와 함께 기뻐하겠습니다.

전제(奠祭: 정할/제사 전, 제사 제), 관제(灌祭: 물 댈 관, 제사 제)

제물 위에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부어 드리는 제사.

구약에 하나님께 드리는 3단계 제사 

(a) 태우는 제사: 번제(동물 제물)

(b) 뿌리는 제사: 소제(고운 곡식가루에 기름을 섞어서 제물 위에 뿌림)

(c) 부어 드리는 제사: 전제/관제(포도주를 번제와 소제 위에 부음)

바울은 자신의 삶을 이런 제사 형태로 여겼던 것 같다.

(a) 번제: 사도로 부름을 받은 이후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자기 몸을 아낌없이 불태워서 드렸다.

(b) 소제: 많은 고난을 당하면서 그의 삶은 이미 고운 가루가 되어버렸다.

(c) 전제/관제: 마치 포도주가 제물 위에 뿌려짐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가 완결되는 것처럼, 자신의 희생으로 피를 뿌림으로서 하나님을 위한 자신의 사역과 삶을 마무리하기를 원했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바울은 예수님의 삶이 이러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번제로, 소제로 그리고 관제로 아낌없이 드려진 삶을 사신 예수님. 십자가에서 피와 물을 다 흘리신 예수님. 그 덕분에 죄 용서함을 받고 새 생명을 얻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3. 영혼을 사랑한다

(1)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영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15절 여러분을 위해서라면 (개역개정: 내가 너희 영혼을 위하여)

영혼을 구원하기(사랑하기) 위해서 모든 권리를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처럼, 오히려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영혼을 구원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권리를 내려놓고 오히려 아낌없는 희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2) 영혼을 사랑함이란?

사람을 사랑함 = 영혼을 사랑함? 거의 동의어. 하지만 조심해서 구분하자.

(a) 조심해야 할 점: 이원론

영육을 분리해서 영혼만(!) 사랑한다는 자세. 

육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영혼에 도움이 된다면 차라리 고생하는 게 더 낫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이상하다. 비인간적이다.

결국은 하나님과 영적으로 올바른 관계를 맺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육신적인 부분도 너무나 소중하다.

(b) 차이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말은 육적인 것이 잘 되면 좋다는 말이 아니다. 

바라는 일만 잘 되면 할렐루야? 기껏 함께 기도해 주었더니, 입학/취업/결혼/사업 성공 후에는 교회를 안 나온다? 그래도 좋다? 영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모른다.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신다. 하지만 하나님은 영혼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려고 하신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단지 우리가 하는 일 잘 되라고 하신 게 아니다.

죄를 회개하고, 용서받고,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면서 살아가는 귀한 영혼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성숙한 사람은 영혼을 사랑하고, 위해서 아낌없는 희생을 하게 된다.

영혼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영혼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희생하며 베푼다.

나는 영혼을 사랑하나?

2023/04/23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