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목장 박상일입니다.

1년 전, 저는10년간 직장인으로서의 생활을 그만두고 오랜 꿈이었던 개인 사업을 하고자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고, 아내 또한 그런 저에게 떠 밀려 이 고민 저 고민을 하였습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 가족이 온종일을 함께 보내며 여유로웠던 시간을 몇 달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얼굴만 바라보던 상황이 지속되니 다정히 오가던 말도 잔소리로 느껴지고, 딱히 할 말도 없어지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가능한 이야기를 줄이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당시 목장모임은 저희에게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목장모임에서 겨우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사업진행의 중요한 이야기를 목장모임에서 처음 들었다고 자주 이야기 합니다. 요즘도요... 다행인건 서로가 목장모임을 잘 이용해서 자기가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매번 목장모임 때마다 감사로 마무리하며 새로운 주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내 뜻대로 시작한 사업이었으나, 그 후로는 무작정 하나님께 매달리는 사업이 되었고, 또한 중보기도제목으로 올려 온 교회식구가 간구하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카카오 빈을 직접 가공해 초콜릿을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은, 원료를 구하는 데서부터 제조시설 허가, 브랜드 등록, 기계 구입 등 매 단계 단계가 중보기도제목이었고 그때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사업 준비 6개월이 지난 올해 1월말 양재동에 작업장을 구하였고 2개월간의 작업준비와 내부공사를 통해 4월에는 많은 교회식구들의 축복 속에서 카카오 팩토리 개업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를 돌아보면 참으로 형편없는 상품들과 서비스였는데,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셔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세상을 향해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가족이 매일매일 하나님께 사업의 축복을 구하고 또 감사하며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사업의 성과는 좋지 않아 저와 아내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장치고는 저조한 매출이 지속되었습니다. 4월, 5월은 이제 시작했으니 그렇지 하고 위안했고, 6, 7월은 메르스 때문이라고 위안을 했고, 8월은 휴가철이라고 위안했습니다. 월세와 재료비 대기도 빠듯한 매출은 조금씩 마음의 부담감으로 쌓여갔고, 아이들도 눈치를 채어 초등3학년인 둘째 아이가 `돈을 내는 방과 후 수업은 줄이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손님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을 바라보자는 신념으로 매일매일 저희 부부는 하나님께 의지하며 사업의 길을 지켜주시기를 기도드렸습니다. 동시에 가게 수입을 보충할 수 있도록 아내는 과외 아르바이트를, 저는 본업이었던 디자인 프리랜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저희에게 하나님은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치기 시작하셨습니다. 개업 후 최저의 매출기록을 갱신해가던 8월말, 가게 근처의 광고회사에서 제안을 해왔습니다. 백화점 신제품 이벤트에 쓸 쿠키 2,000개를 납품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사실 쿠키 2,000개는 개업 후 지금까지 저희가 만들었던 총 쿠키 수보다도 많은 수라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베이킹 전문가들에겐 별 문제 안 되는 수량이겠지만, 하루 최대 100개 미만으로만 만들던 저희로서는 이런 제안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라면 기쁜 마음으로 감당하고 또 하나님께서 해주시리라 믿고, 당당하게 할 수 있다고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목요일부터 시작해 금,토,일을 연속해서 아내와 저는 땀과 밀가루 속에서 보냈고, 두 아이들 또한 밤늦게까지 쿠키 포장을 같이하며, 웃기도 하고 하품도 하면서 무사히 2,000개의 쿠키를 납품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쿠키를 준비하고 있던 무렵, 지인으로부터 또 다른 제안을 받았습니다. 취업을 위해서 이력서를 내지도 않은 상태인 저에게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정말로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주어진 기회이니, 미리 판단하지 말자는 생각에 쿠키를 납품한 다음날 소개받은 회사 회장님과의 면접을 하게 되었습니다. 놀란 것은 그 자리는 저를 채용할 건 지 여부를 알아보는 일반적인 면접이 아니라, 채용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사업계획을 말해 주시는 자리였습니다. 게다가 면접일 바로 다음 날부터 출근하라고 연락이 와서 바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빠른 진행이라서 저도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다시 제가 직장에 다니게 된 것은 저희 부부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믿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카카오 팩토리를 계속해서 잘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매일매일 기도드렸습니다. 사업의 경험을 더 쌓고, 기반을 더 닦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를 기도했습니다. 또한 목장식구들 뿐 아니라 온 교인들이 중보기도로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런 기도에 응답하시어 이런 길을 열어 주신 거라고 믿습니다.

이제 가게는 아내가 맡아서 운영합니다. 저는 주중에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저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한편, 주말에는 초콜릿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몸은 조금 힘들지만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저희가 미처 생각할 수 없었던 방법들로 저희의 필요를 채워주고 계십니다. 앞으로 어떤 길이 열릴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저희에게 선한 것만 주신다는 믿음으로, 어떤 길이라도 감사히 받아드리며 열심히 생활하는 기도하는 자가 되리라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