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제 이야기이지만 여러 교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도 합니다. 연세 드신 부모님을 돌보는 이야기입니다.

3년 전 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췌장암 말기로 3주 만에 돌아가신 후, 저의 삶은 급격하게 변했습니다. 백 세가 되신 아버님을 돌보는 일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건강에 이상이 없으시기에 당신의 집에서 지내시길 원하시는 아버님의 뜻에 따라, 저는 낮에 교회 업무를 본 후 퇴근해서 아버님 집에 가서 이것저것 돌봐 드린 후 잠을 자고,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를 한 후 아침에 집으로 퇴근하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낮에도 음식과 필요한 물품 챙겨 드리기와 요양보호사 관리 등으로 늘 신경이 곤두선 생활이었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를 키우는 듯한 생활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 반을 지냈습니다. 저도 힘들었지만 졸지에 집안에 남편이 없어진(?) 아내도 힘들어 했습니다. 아버님 때문에 맘 편하게 어디를 가지 못하고 늘 묶여 있는 느낌도 꽤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아버님의 노화과정을 지켜 보게 되었습니다. 워낙 특이체질로 백 세가 넘도록 아무런 질환이 없는 분이지만 치매에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서히 기억을 잃으시고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모래에 물을 붓는 것 같이 단기기억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혼자 집 밖으로 나가기도 하셨습니다. 다행히도 고마운 주민의 경찰 신고로 집에 무사히 돌아오셨습니다. 시간 개념도 없어져서 새벽 4시부터 잠이 깨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목청이 커서 집안이 쩌렁쩌렁 울리고 저는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게 치매 증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치 개구리를 물에 넣고 서서히 끓이면 익는 줄 모른다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통해서 서서히 악화되어 왔기에, 저 자신이 얼마나 지쳐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온 형님 내외분이 아버님을 한 달 동안 돌보시면서 이 모든 일을 겪으셨습니다. 형님이 아버님은 더 이상 집에서 모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신 덕분에 아버님을 집 근처의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설명절을 잘 보내고 그 다음 날인 1월 2일이었습니다.

2년 반 만에 집에 돌아오니까(?) 이상했습니다. 저녁에 집에 그냥 있어도 되는 것도 어색했고, 하루의 루틴이 달라진 것도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 달 보름이 지나면서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이기도 한 이 기간에 신실하신 하나님께서는 교회에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유튜브 영상의 정착과 질적 향상, 사역부서의 정착, 새로운 교인과 침례식, 분가식 그리고 교회 재정의 돌파구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의 사정을 걱정해 주시며 기도해 주신 성도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