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입니다. 그런데 성경에는 예수님이 언제 태어나셨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한 밤에 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이 최초의 목격자들인데 목자들이 밤에도 양을 돌봐야 하는 건 3월에서 11월까지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12월 25일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놀라실 분이 계실 겁니다. 어떻게 예수님의 탄생처럼 중요한 날을 모를 수가 있다는 말인가? 예수님이 정말로 섭섭하시겠다. 그러면 그동안 우리는 가짜 생일을 축하해 온 것인가? 왜 하필 12월 25일인가? 성탄절을 축하함에 있어서는 정확한 날짜보다 그 의미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런 궁금함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일을 모르는 이유는 부활 이후에야 비로소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이해를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확실해져야 그 분의 생일을 기념할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겠습니까? 부활을 통해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부활절 이외의 다른 절기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을 기념해서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부르며  예배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 후 기독교가 공인된 후에 예수님은 언제부터 하나님의 아들이었나 하는 질문이 대두되었고, 오랜 토론 끝에 탄생 때부터, 아니 태초부터 하나님의 아들이신 분이 성육신하신 것이라는 이해가 정통 교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후 354년에 공식적으로 성탄절은 12월 25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12월 25일인가? 당시 로마에는 하루 중 해가 가장 짧았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冬至)를 기점으로 농경신과 태양신을 숭배하는 축제가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로마의 국교가 된 기독교는 전도 대상자들인 그들의 풍습을 억압하는 대신 동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이교의 풍습을 받아들인 타락이고 성탄절은 비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선교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게 좋겠습니다. 농경신의 축제 기간에 익숙해진 기쁨과 축하 분위기에다, 태양이 다시 길어지는 ‘재탄생’을 예수님의 탄생과 연결시켜 이 날을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의미를 입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본질을 오히려 부각시키는 전략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