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잠기는 침례는 일종의 장례식입니다. ‘옛 사람은 예수님과 함께 죽고, 새 사람으로 예수님과 함께 새로 태어났음’을 상징하는 예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물 속에 잠기는 것입니다. 또한 침례는 일종의 결혼식입니다. 이제 구주와 주인이 되신 예수님과의 관계를  개인적으로만 간직하는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마치 부부가 되었음을 알리고 하객들의 축하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적으로는 침례식은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침례를 받은 새로운 교회의 회원을 뜨겁게 환영하며 축복하는 시간입니다.

이런 복된 침례식이 지난 3년 동안 없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코로나 기간에 비대면 온라인 예배 혹은 예배인원 제한 등으로 한동안 교회의 활동이 위축된 시기를 보냈습니다. 망각의 은혜 덕분에 지금은 그런 때가 있었나 싶지만, 올해 2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스크를 벗고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긴 활동 위축기에 당연히 새로 예수님을 영접하는 분도, 침례식도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은혜로우신 하나님께서는 우리 교회에 새로운 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마음 밭을 준비시켜 주셨습니다. 교회와 목장에 잘 적응하고, 생명의 삶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성경공부를 통해서 신앙에 대해서 배워 나가기도 하고 혹은 아는 바를 분명하게 다지기도 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다음 주일에 침례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사회는 미래가 없듯이, 침례식이 없는 교회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영혼을 구원하는 교회의 존재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교회가 되지 못하는 직무유기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침례식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는 사람들의 수고와 섬김을 통해서 옵니다. 교회로 와보라는 초대, 오신 분을 잘 섬겨준 손길, 하나님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베푼 도움 등의 개인적인 손길만이 아닙니다. 따뜻한 교회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 교인 모두의 섬김도 포함됩니다. 이런 수고와 섬김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런 기쁜 마음으로 다함께 침례탕과 탈의실 준비를 하게 됩니다. 오랜만의 행사이기 때문에 어떻게 했는 지 기억이 가물가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