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3

행복한 삶의 비결

전 1:12-2:26

지난 주일에는 해 아래에서의 수고는 헛되다는 내용을 살펴보았다.

흔히 ‘헛되다’라고 번역되는 ‘헤벨’은 연기와 안개라는 의미라서, 인생은 짧고, 예측불허이며, 반복/순환되기 때문에 헛되고 덧없고 의미 없게 느껴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해 아래서의 수고는 헛되게 느껴진다. 

반면에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 하나님 안에서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음도 살펴보았다.

우리의 수고는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다.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갚아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해 아래서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하는 중이다.

1. 전도자의 인생 경험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생 경험담을 들으면서 배운다. 특히 그 분이 지혜가 많고, 열심히 사셨으며, 커다란 성공을 이룬 분이라면 더욱더 귀담아 듣게 된다. 솔로몬의 인생 경험담이라면 귀 기울이겠는가? 오늘은 그런 내용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내용이다.

행복한 인생은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알고, 수고한 일에 보람을 얻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쁘고 즐겁게 살아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도자는 자신이 지혜, 즐거움, 성취, 수고의 모든 면에서 열심히 노력했고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각각의 노력에도 헛되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보고, 어떤 결론을 말하는 지 들어보자.

(1) 지혜(1:12-18)

인생의 목적과 의미에 관해서 또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 지혜를 짜며 심혈을 기울였다.

13절 하늘 아래에서 되어지는 온갖 일을 살펴서 알아내려고 지혜를 짜며 심혈을 기울였다.

17절 무엇이 슬기롭고 똑똑한 것인지, 무엇이 얼빠지고 어리석은 것인지를 구별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늘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인생을 진지하게 살았다. 모든 지혜를 동원해서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가장 지혜로운 솔로몬이었으니 얼마나 잘 했겠는가! 그런데 지혜를 총동원한 그의 결론은 헛되다는 것이었다.

18절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고, 아는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더라. 

인생과 사물을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까 번뇌(괴로움과 슬픔)도 많아지더라.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를 때는 속 편했는데, 조금 알다 보니 모르는 게 더 크게 느껴지고 더 큰 좌절이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더 걱정이 많아졌다. 나라 걱정, 경제 걱정, 전쟁 걱정, 자녀 걱정, 건강 걱정... 아는 게 병이다. 왜 그런가?

15절 구부러진 것은 곧게 할 수 없고, 없는 것은 셀 수 없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엄청난 정보의 양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과학기술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할 수 없는 게 많다. 죽은 생명을 살릴 수 없다. 또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지혜로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알아내려는 것은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고백한다.

(2) 쾌락(2:1-3)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연구하였지만, 해답을 얻지 못할 때의 자연스런 반응은 쾌락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답을 찾아 시간을 허비하느니 차라리 인생을 즐기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요즘은 TV나 영화, 엔터, 게임, 여행일 것이다. 여기서는 웃음과 술을 예로 든다.

(a) 웃음은 좋은 것이다. 한 때 주일 저녁에 <개그 콘서트>로 한 주를 마무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많은 유행어와 개그로 한바탕 웃으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했다. 그런데 왜 전도자는 웃음이 ‘미친 짓’이라고 하나?

2절 알고 보니 웃는 것은 '미친 것'이고, 즐거움은 '쓸데없는 것'이다.

웃음은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남들을 낮추고 자신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생하는 웃음이고, 다른 하나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실수를 공개함으로써 발생하는 웃음이다. 후자는 남들의 긴장을 풀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한다. 건강한 웃음이다. 

(b) 반면에 전자는 다르다. 여기서 ‘미친’라는 단어는 할렐루야(여호와를 찬양하라)와 어근이 같다. ‘빛나다, 자신을 자랑하다’의 의미를 가진다. 남을 낮추거나 깎아내리고 자신을 높이는 방식의 웃음을 말하는 것 같다. 자신보다 열등한 사람의 언행을 보고 그것을 놀리면서 웃는 웃음이다.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재미있다. 그러나 그런 웃음은 자기 교만 외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웃음은 ‘미친 것’이고 그런 웃음을 통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한다.

(c) 또 다른 예로 든 술이라든지 요즘 시대의 오락과 여행 등으로 인한 즐거움도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목적이 될 수 없다. 

(3) 성취(2:4-17)

(a) 솔로몬은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다. 

그는 성전과 궁전 그리고 많은 군사요새를 지은 건축왕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종과 가축(양 일천 마리를 제물로 드릴 정도), 온갖 금은보화, 처첩(후궁이 700, 첩이 300)

10절 원하는 것을 나는 다 얻었다. (...) 나는 하는 일마다 다 자랑스러웠다.

이런 인생이 있을까?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룬 사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일을 이루어낸 사람.

너무나 부러운 인생 아닌가?

그러나 다 해 볼 것 다 해보고, 다 이루고 싶은 것 다 이루어 보았지만, 그의 삶은 씁쓸했다.

11절 그러나 내 손으로 성취한 모든 일과 이루려고 애쓴 나의 수고를 돌이켜보니, 참으로ﾠ세상 모든 것이 헛되고,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고, 아무런 보람도 없는 것이었다. 

(b) 왜 이런 고백을 하나?

결국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람이 누구냐고 ChatGPT에게 물었더니, 알렉산더 대왕, 칭기즈칸, 레오나르도 다빈치, 간디, 아인스타인, 스티브 잡스 등을 열거했다. 그들은 역사상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정작 그들은 다 죽고 없다. 

어리석은 사람도 죽고 슬기로운 사람도 죽고,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도 죽고 실패한 사람도 죽고.... 모든 사람이 다 죽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대단한 것을 이룬들 무슨 소용이 있나? 다 쓸데없는 것이다. 

17절 산다는 것이 다 덧없는 것이다. 인생살이에 얽힌 일들이 나에게는 괴로움일 뿐이다. 모든 것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헛될 뿐이다.

(c) 우리는 선뜻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도 뭔가를 이루고 싶고 뭔가를 해 내고 싶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고 그것으로 보람을 누리고 싶다. 너무 쉽게 ‘여우의 신포도’처럼 포기하고 합리화 하고 싶지 않다. 이룬 사람이 부럽고 그런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애쓰고 수고한다.

(4) 수고(2:18-23)

(a) 어쩌면 솔로몬은 자기 지혜만 믿은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며 수고했나 보다.

세종대왕도 그런 분이라고 알려진다. 하루 종일 집무를 보고 밤늦게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집현전 학자들이 늦도록 책을 읽다 잠이 들면 입고 있던 털외투를 벗어 덮어주고, 귀한 음식도 나누어주고, 그들의 연구를 꼼꼼히 체크해 주었다고 한다.

우리는 성실하고 열심히 수고함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성과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열심히 일하고 수고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했으며 그로 인해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었느냐가 중요하다.

열심과 수고 자체는 헛되다.

(b) 전도자는 이런 이유를 말한다.

내가 이룬 것을 죽을 때는 다 두고 가게 되니 나의 수고가 얼마나 헛되냐! 또 결국은 누군가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그 사람이 내 수고를 잘 계승해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아니면 다 말아먹을 것인지 어떻게 아나! 

이래서 상속문제가 생기고, 은퇴가 쉽지 않다. 

내가 어떻게 일군 것인데, 이걸 어떻게 못 미더운 저 놈에게 준단 말인가!

중간 결론

세상에서 가장 지혜가 많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다 즐겨 보았고, 남부럽지 않는 성공을 이루었고, 누구 못지않게 수고한 사람이 하는 말이다.

다 이루어 보았지만, 헛되다! 헤벨! 해 아래에서의 모든 수고는 참으로 헛되다.

2. 행복한 삶의 비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도자의 결론은 24-25절이다.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 

‘알고 보니’가 중요하다. 내 손으로 일군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의 수고를 통해서’ ‘은혜로 주신 선물’이다. 이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해 아래’의 삶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의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나님의 선물을 감사함으로 즐겨라. 카르페 디엠!

(1) 그러면 공부하지도 말고(지혜), 금욕주의자로 살고(쾌락), 성공하려고 애쓰지도 말고(성취), 열심히 노력하지도 말라(수고)는 말인가? 그냥 정부 지원금이나 받아서 살아가고, 부모님/자녀에 얹혀서 먹고 즐기며 살라는 말인가?

(a) 욕구와 욕망을 구별해야 한다

욕구는 ‘생리적 요구’다. 그래서 영어로는 needs(필요)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피곤하면 자야 한다. 뭔가 일할 거리가 있어야 하고 그로부터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재미와 즐거움이 필요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다.

반면에 욕망(desire)은 ‘정신적 요구’다. 기왕이면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고, 남들이 다 알아주는 명품백을 들고 싶어 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보다는 짧게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욕구의 수준이 점점 올라간다. 더 이상 허기만 채우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 사회 전체적인 욕구 수준이 올라갔다. 하지만 욕망의 수준은 훨씬 더 올라간 것 같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만족이 없다. 여기에서 불행이 시작된다.

지혜, 즐거움, 성공, 수고로 욕구를 채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시대마다 그 욕구의 수준도 달라지는 것도 충분히 감안할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욕망을 채우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 무리하게 되고, 비교 경쟁하게 되고, 상대적 발탁감에 빠지게 되고, 교만으로 치닫게 된다. 욕구와 욕망의 경계선을 잘 구분해야 한다.

(b) 행복의 공식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사무엘슨이 말하는 행복의 공식은 H(행복) = M(소유)/D(욕망)

두 가지 길이 있다. 소유가 많아지는 길과 욕망을 줄이는 길.

소유가 100인데 욕망이 200이면 행복은 0.5. 소유가 50이지만 욕망이 10이면 행복은 5

소유가 많아지는 길은 내 맘대로 할 수도 없거니와 그 과정에서 영육이 피폐해 지기 쉽다.

그러나 욕망(not 욕구)을 줄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욕망이 인생의 목적이 될 때 행복은 줄어들고 자유가 사라진다. 욕망을 줄일 때 인간은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c)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일하며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즐기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수고 위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을 누려야 한다. 

하지만 욕구의 수준이 욕망으로 바뀌면 안 된다. 욕망이 점점 커지면 아무리 소유가 많아져도 행복할 수가 없다. 

전도자는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무엇이든지 간에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즐기라고 말한다.

(2) 다른 사람을 돕고 섬김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하나님의 선물을 맘껏 즐길 때 힐링이 되고 에너지가 충전된다. 

그렇게 충전된 에너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돕고 섬겨야 한다.

돕고 섬길 사람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나누고 베풀기 전에는 늘 없고 모자라다고 여겼는데, 나누고 베풀다 보니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이 크고 귀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남을 돕는 길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나의 수고를 통해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나누고 베풀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복된 인생이다.

베풀고 나눌 때 기쁨과 행복이 차오른다.

(3) 영혼을 구원

그러나 또 여기서 끝나서도 안 된다. 훈훈한 정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나누는 자리까지 가야 한다. 해 아래에서의 정을 나누는 것도 허무하고 헛되기 때문이다. 

죽으면 끝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게 끝이다. 하지만 죽음도 어찌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예수님이 먼저 가신 길이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는 세계,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살아가는 세계.

그런 세계를 소개해 주어야 한다. 영혼을 구원해야 한다. 전도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인생의 선물을 함께 나누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자.

그런 선물을 주신 주인 되신 하나님을 나누고 소개하자.

이것이 참으로 행복한 삶이다.

2024/1/28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