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1

올바른 인생론

전 1:1-4, 5:18-19

1. 전도서를 설교하는 이유

(1) 신약에 치우쳐 있어서 구약도 설교하고 싶었다.

고린도전서, 고린도후서, 마태복음(수요). 그밖에도 주로 신약성경을 본문으로 설교한 것이 훨씬 더 많았다. 더 분명하게 복음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했다. 

하지만 구약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세기, 시편을 설교했는데, 구약의 지혜문서인 전도서를 통해서 인생에 더욱 풍성한 이해와 지혜를 얻고 싶었다.

(2) 추상적 진리와 구체적 삶을 번갈아 설교하고 싶었다.

뿌리깊은 인생(삶: 용서/연민/사랑/수용/감사/존중) -> 기독교의 기본 진리(진리) -> 전도서(삶)

(3) 올해 교회 표어인 ‘전도하는 해’와 관련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전도서는 전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도서를 통해서 올바른 인생, 참다운 행복을 배운다면 삶으로 전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간접적으로는 관련이 있다.

(4) 목회자 컬럼의 소개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 자리가 2022년에는 246억원에 낙찰됐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과의 개인적인 시간을 통해서 투자의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가 봅니다. 그렇다면 한 시대의 가장 큰 부자이자 권력자이며 최고의 지혜 소유자로 알려진 솔로몬과의 식사 대화의 가치는 얼마가 될까요? 놀랍게도 공짜입니다! 그가 해주고 싶은 말을 모두 성경에 적어 놓았고, 우리는 그저 읽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전도서 설교 시리즈를 통해서 그런 놀라운 통찰력과 지혜를 배우고자 합니다.

전도서는 전도하는 책이 아닙니다. 전도자는 히브리어로 ‘코헬렛’인데 이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자’라는 뜻입니다. 왜 불러 모았을까요? 지혜를 가르치기 위해서 입니다. 그렇다면 전도서(傳道書)는 말 그대로 ‘인생 길(道)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솔로몬의 인생론이라고 여겨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전도서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 대부분은 ‘헛되고 헛되다’라는 말일 겁니다. 그래서 전도서를 시리즈로 설교한다고 하면 계속해서 허무주의적인 우울한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허무주의적인 내용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생을 직시하게 하기 위한 장치이고, 삶을 즐기라는 긍정적인 내용도 많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설교로 설명) 강영안 교수는 전도서를 이해하는 양 축이 있는데, 그것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고 합니다. ‘메멘토 모리’ 즉 우리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기억하라는 내용입니다. 죽음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허무하고 다 소용없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오히려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또 다른 면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잡으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것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의 수고와 지혜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올바로 이해하면서 잘 누리라는 말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전도서가 인생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진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삶을 올바로 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은 실제 삶과 동떨어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가정교회를 하면서 예배와 성경공부에서 그치지 않고, 삶으로 녹여낸 나눔을 목장에서 나누는 이유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전도서 설교 시리즈를 통해서 가장 현실적인 삶을 어떻게 신앙으로 살아가야 할 지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2. 구약 지혜문서로서의 전도서

오늘은 서론이므로 전체적인 내용만 살펴보자.

(1) 구약성경의 시가서 혹은 지혜문서는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서

구약성경은 모세 율법에 기초한다. 하나님이 주신 율법대로 살아라. 순종하면 복을 받고 불순종하면 화를 당한다. 

이런 문법으로 가르치는 책이 잠언서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다! 말씀대로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2) 그런데 인생을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는 것을 경험한다.

욥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인생을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착하게 살았는데도 고난이 오더라. 또 악하게 살아도 잘만 살더라. 

전도서는 욥기의 고민을 좀 더 솔직하게 또 깊이 다룬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봤자 별 것 없다. (잠언은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서 전도서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3. 메멘토 모리

(1) 첫 번째 질문: 인생이 의미있나? 삶을 통제할 수 있나? 앞 날을 예측할 수 있나?

전도서의 답은 의미없다! 통제할 수 없다! 예측 못한다! 그래서 헛되다!

1:1-4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사람이 세상에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는가?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그러면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죽음! 

죽음만이 인간에게 예측 가능하다. 죽음만이 모든 사람에게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죽음이 가장 현실적인 것이다.

예)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부모님 돌봄이 가장 크고 현실적인 주제

자녀문제는 다 다르다. 학교, 진로, 결혼, 자녀... 그러나 부모님의 죽음은 다 똑같다.

확실한 것은 죽음 밖에 없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은 ‘메멘토 모리’로 이어진다.

(2)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죽음을 잊지 마라'의 뜻이다. 'memento'는 'remember', 'mori'는 '(to) die'이다.

(a) 로마시대 때 전쟁에 승리한 장군은 개선식에서 엄청난 찬사와 환호를 받는다. 그런데 이 개선식의 마차에는 노예 한 명이 같이 탑승해서 개선식 동안 끊임없이 "메멘토 모리(죽음을 잊지 말라)"라는 말을 속삭였다고 한다. 개선장군에게 너무 우쭐대지 말라고 하는 경고 장치였다.

(b) 또한 개선장군에게 수여되는 관에는 이런 경고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Memento mori.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Memento te hominem esse.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c) 유럽에서는 중세 말기부터 이런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 해골 그림을 그렸는데, 17세기 네덜란드의 ‘바니타스’라는 장르의 정물화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헛됨’을 의미한다.

오만해지지 말라. 성공했다고 우쭐대지 말라. 인간은 언젠가는 죽고마는 연약한 존재에 불과함을 잊지 말라. 전도서에 이런 내용이 깔려 있다.

4. 카르페 디엠

(1) 두 번째 질문. 그러면 인간은 행복할 수 있나?

그렇다! 어떻게?

5:18-20 그렇다. 우리의 한평생이 짧고 덧없는 것이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것이니, 세상에서 애쓰고 수고하여 얻은 것으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요, 좋은 일임을 내가 깨달았다! 이것은 곧 사람이 받은 몫이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와 재산을 주셔서 누리게 하시며, 정해진 몫을 받게 하시며, 수고함으로써 즐거워하게 하신 것이니, 이 모두가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신 선물이다. 하나님은 이처럼,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시니, 덧없는 인생살이에 크게 마음 쓸 일이 없다.

애쓰고 수고한 것을 가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고 마시고 즐거워 하는 것.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을 가지고 나누고 베풀고 섬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아내(엄마)가 요리해 준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다함께 먹는 기쁨!

남자가 요리해도 되고 스페셜하게 외식도 필요하지만, 너무나 흔해진 배달음식, 인스턴트 음식?

예) 손경민의 행복(오늘의 찬송)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적어도 이 찬양은 정결함, 소박함, 이웃과 나눔 등 신약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전도서는 그런 말도 없다. 아주 일상적이다. 땀 흘려 수고하여 얻은 것을 먹고 마시는 즐거움. 그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이것은 ‘카르페 디엠’으로 이어진다.

(2) 카르페 디엠(Carpe diem)

로마시대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이다.

“오늘을 붙잡게(Carpe diem), 미래에 최소한의 기대를 걸면서”

라틴어로 ‘현재에 충실하라, 현재를 즐겨라’의 뜻이다. 'Carpe'는 'seize'(뽑다/잡다), 'diem'은 'day' 그래서 Seize the day. 현재에 충실하라, 현재를 즐겨라.

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 선생(로버트 윌리엄스 분). 미래(대학입시와 좋은 직장)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현재의 삶(학창시절)의 낭만과 즐거움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이 말을 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임을 일깨워 주었다.

과거에 사로잡혀 살거나, 미래만을 기다리며 살지 말고, 오늘을 충실하게 살자. 오늘 내게 주신 것을 즐기고 누리자. 어차피 죽을 수 밖에 없는 인생이니, 가장 행복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누리는 것이다. 전도서에는 이런 메시지도 많이 담겨져 있다.

5. 결론: 메멘토 모리 & 카르페 디엠을 아는 올바른 인생론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상호보완 해야 한다. 메멘토 모리만 알면 허무에 빠질 수 있다. 카르페 디엠만 알면 방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고와 땀으로 일군 모든 것을 상대화시키는 죽음은, 우리를 놀랍게 변화시킨다. 평생 유익을 얻으려고 애쓰며 노력하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고 하고, 앞 날을 예측하려 하던 사람에서, 삶/인생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그럴 때 오늘의 삶에서 누리고 즐기는 모든 것이 큰 기쁨이 되는 사람으로 변화된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즉 자신의 노력의 산물을 누리고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하나님의 선물을 누리고 즐기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죽음으로 끝나 버린다. 하지만 후자는 영원한 기쁨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그런 선물은 하나님을 창조주로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혹은 깨닫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도서는 이런 결론을 맺는다.

12:1 젊을 때에 너는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12:7 육체가 원래 왔던 흙으로 돌아가고, 숨이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우리는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누리고 즐기면 이 땅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 선물을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따를 때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올바른 인생론이다.

2024/1/14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