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님의 큰 그림

롬 8:26-29

오늘은 성령강림주일이다. 오늘은 주제 설교가 아니라 성경 본문을 설명하면서 설교하려고 한다. 

예수님은 일찍이 자신이 떠나가는 것이 사실은 제자들에게 더 유익이라고 하시면서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요 16:7). ‘보혜사’(保惠師)는 ‘(지킬 보) 보살피며 은혜를 베푸시는 분.’ 헬라어로는 ‘옆에서(파라) 돕는 자’라는 의미의 파라클레토스라고 한다. 예수님이 부활 승천 후 50일 후인 오순절에 약속대로 성령님이 임하셨다. 이 후 크리스천의 삶은 성령님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처럼 성령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도와주시는 분이시다. 성령님은 어떤 부분을 도와주시는 지,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님의 큰 그림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신다: 기도에 있어서

26절a 성령께서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그래서 기도한다. 그런데 때로는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 지 모른다. 연약함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의 연약함인가? 

(1) 내용적: 기도의 큰 틀은 주기도문이다. 먼저 하나님의 이름/나라/뜻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육신적 필요/용서/유혹을 지켜달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의 디테일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 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예) 바울의 육신의 가시 - 내용적으로 어떻게/뭐라고 기도해야 할 지 몰랐다.

(2) 정서적: 때로는 번 아웃, 우울감(지속적인 질병 우울증과 다름), 잠수타고 싶은 때, 아무 의욕이 없음

(3) 신체적: 신체적으로 너무 피곤해서 기도할 힘이 없다. 기도하다가 잠들어 버린다.

하나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래서 기도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 지 모르고, 때로는 기도할 마음과 힘이 없을 때도 있다. 성령님은 이런 연약함을 도와주신다. 

2. 도와주심

26절a 성령께서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쑨/안티/람바노마이’(도우신다)는 ‘순’(함께)+‘안티’(대신하여)+‘람바노마이’(짐을 지다, 가볍게 하다)라는 세 단어의 합성어다. ‘함께’와 ‘대신하여’가 조합된 얼핏 보면 모순된 표현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갈 때, 누가 와서 도와주면서 함께 짐을 들고 가는 행동을 말한다. 대신해서 들어주지만 두 사람이 함께 일한다. 

예) 어부바: 업히는 사람도 목을 끌어안아야 한다.

우리의 연약함을 홀로 해결하라고 방치하지 않으시지만, 알아서 다 해결해 주지도 않으시고, 함께 해결하려고 도와주신다. 

3. 중보자/중보기도자

26절d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

중보는 일반적으로는 양쪽을 화해시키는 중재자다. 중보기도라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위해서 기도함을 말한다.

성령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하나님께 간구하신다. 성령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중보기도 해 주신다.

한편 성령님만이 아니라 예수님도 우리를 위해서 중보기도 해 주신다. 

롬 8:34 그리스도 예수는 죽으셨지만 오히려 살아나셔서 하나님의 오른쪽에 계시며, 우리를 위하여 대신 간구하여 주십니다.

예수님과 성령님 두 분이 나를 위해서 중보기도 해 주신다! 얼마나 든든한가!

이런 사실은 다음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1) 내가 열심히 기도하지 않았는데도, 그동안 그럭저럭 잘 살아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맞다! 예수님과 성령님 두 분이나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신 덕분이다.

예) 찬송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 두 분이 중보기도 해 주시니까 나는 기도 안 해도 되겠네?

‘도와주심’의 뜻을 알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함께, 대신해서, 짐을 들어줌

대신해서 도와주지만, 반드시 너도 함께 해야 한다!

몰랐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알았으니까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

4. 성령님의 탄식

26절c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성령님이 우리를 위해서 중보기도 하실 때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을 하시면서 중보 하신다.

(1) 탄식하시는 성령님

감정이 있다. 성령님은 지정의가 있는 독자적인 인격체이시다.

성령‘님’은 ‘성령’(it)이 아니다. 독자적인 인격이 없이, 어떤 존재에 속한 영도 아니다.

삼위일체의 하나님이시다.

엡 4:30 하나님의 성령을 슬프게 하지 마십시오. 

(2)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a)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탄식! (NASB: too deep for words)

우리의 사정이 너무나 보기에 딱하고 안 되어서 신음과 장탄식을 하면서 기도하신다. 우리의 연약함을 십분 이해하고 공감하시기 때문이다.

(b) 말이 필요 없는 탄식! (NIV: wordless)

말로 소리를 내면서 하는 기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전지하신 성부 하나님과 성령님 사이에서는 말로 대화할 필요가 없다. 이심전심. 그저 눈빛, 몸짓으로도 다 통한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꿰뚫어 보시며) 아'시기 때문에 굳이 말로 기도할 필요가 없다.

(c) 포인트는 탄식 groans

우리말로 탄식은 실망스럽거나 안타까울 때 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예) 만시지탄: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

본문은 신음에 더 가깝다. 고통/짜증으로 신음(끙~) 소리를 내다. 무거운 짐을 들 때, 나이가 들면서 바닥에서 물건을 집으려고 구부릴 때 나오는 소리. 

성령님이 우리를 위해서 중보기도 하실 때, 우리의 연약함이라는 짐을 함께/대신해서 들어주시기 때문에, 신음을 하시면서 탄식하신다. 

성령님은 우리 인생 짐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공감하신다.

오늘 찬송 ‘공감하시네’: 우리의 아픔에 공감하시네. 우리의 모든 상황에 공감하시네.

그리고 신음하며 탄식하신다. 함께 마음 아파하신다.

본문은 복수형(groans)이다. 이런 탄식 소리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뜻이다.

<중간 정리>

하나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의 삶. 따라서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기도할지 모른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기도가 안 될 때도 있다. 우리의 연약함 때문이다.

그럴 때 성령님이 (예수님도) 우리를 위해서 중보기도 하신다.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과 신음으로 기도하신다. 우리의 연약함, 무거운 짐, 아픔, 모든 상황을 공감하시기 때문이다. 너무나 잘 아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 다 해결해 주시는 게 아니라 함께 해 나가자고 하신다. 

‘쑨/안티/람바노마이’ 어부바 해 주실 때 목을 힘껏 껴 앉아야 한다.

이런 성령님이 계시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또 얼마나 감사한가!

5. 성령님의 큰 그림: 무엇을 위해서 중보하시나?

(1) 이 후에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구절이 나온다.

28절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어떻게 해서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루게 되나? 

하나님이 알아서 척척 해 주시는 건가? 우리가 기특하게 해야 할 일을 척척 수행하기 때문인가? 

아니다! 성령님과 예수님이 중보해 주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서 중보하시나? 중보하시며 그리시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을 하면서 중보하시나?

(2) 전체 문맥 살펴보기

(a) 26절 이와 같이

앞의 내용(18-25절): 현재 우리가 겪는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견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멘이다! 그러나 그 날을 기다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그 날이 오기를 모든 피조물이 이제까지 함께 신음(탄식!)하며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22절). 우리도 그 날이 오기를 속으로 신음(탄식!)하고 있다(23절). 신음하고 탄식하면서 영광의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이’로 이어진다.

모든 피조물과 우리 인간 뿐 아니라 성령님도 신음/탄식하면서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가 잘 견디어 나가고, 그래서 결국 그 날에 하나님의 뜻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도록 중보기도 하신다!

일상을 위한 기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중보기도 하신다.

(2) 28절 (그리고) 생략

모든 것이 합력해서 이루는 선이란?

29절 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신 사람들을 택하셔서, 자기 아들의 형상과 같은 모습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으니, 이것은 그 아들이 많은 형제 가운데서 맏아들이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합력해서 이루는 선이란 우리가 예수님의 형상과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거나 선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6. 예수님의 형상과 같은 모습

그렇다면 예수님의 형상은? 겉모습? 창조하신 그대로! 참된 인간의 모습 그대로!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지만 최근의 설교 내용과 연결해 보면, 소유 < 행위 < 존재인 뿌리 깊은 인생이다.

하나님이 나를 용서하신 것과 같이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을 용서하고(그래서 참 자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또 존중하며,

자기와 다른 사람을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고(사랑은 주는 것),

하나님이 주신 모든 사람과 상황을 수용하고(surrender/acceptance),

감사가 넘치는 삶을 살아간다면,

이것이 예수님의 모습이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이 아닐까?

이것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장 큰 계명을 지키는 모습이 아닐까?

성령님은 단순히 우리의 기도를 도와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도와주시는 분이다.

성령님이 도와주시는 기도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을 넘어서, 

우리가 예수님의 형상과 같은 모습을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고치고, 내려놓고, 

무엇을 붙들고, 지속하고, 누려나가야 할지에 관한 기도다.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성령님이 중보하시고, 예수님이 중보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바라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령님의 도움은 ‘대신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는 도움이다. 

반드시 우리가 그 뜻을 찾아서 애쓰며 노력하며 행해야 한다.

2023/5/28 성령강림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