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설교

우리가 기다리는 것

눅 2:25-28, 36-38

오늘은 대림절이다. 기다릴 대(待), 임할 임(臨), ‘우리에게 임하실 주님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대강절(내려오실 것을 기다림) 혹은 강림절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Advent라고 한다. 성탄이 되기 바로 직전 4주 동안 예수님의 성육신 탄생(초림)을 기억하는 동시에 앞으로 영광의 주님으로 다시 오실(재림) 주님을 기다리는 교회력의 절기다. 일반 역사(태양력)는 1월 1일부터 시작되지만, 교회력은 오늘부터 한 해가 시작된다. 한 해를 주님의 오심을 기다림으로 시작하라는 의미다.

1. 기다리는 것

(1) 우리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것을 기다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또 다른 기다림의 대상을 만들어 나간다. 이처럼 우리의 기다림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고등학생은 졸업해서 대학생이 되길 기다리며, 대학생은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를 기다린다. 

좋은 사람 만나기를 기다리고, 좋은 소식이 생기기를 기다린다.

어서 빨리 성공해서 안정된 삶을 살아기를 기다린다.

출근 후에는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평일에는 휴일 또는 휴가를 기다린다. 
겨울에는 따뜻한 봄을, 여름에는 청명한 가을을 기다린다. 
이렇게 끊임없이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결국 한 번도 기다리지 않았던 죽음을 만나게 된다. 

(2) 우리가 가장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예) 캡틴 조로 손흥민 선수. 4년 동안 월드컵 경기를 준비하고 기다려왔기 때문에 부상 투혼

우리의 기다림은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기다림이다. 

우리의 기다림은 낭만적인 기다림이 아니다.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인 기다림이 아니다.

간절한 기다림, 절박한 기다림, 애통하는 기다림이다.

이스라엘이 받을 위로를 기다리는 시므온의 기다림이고,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는 안나의 기다림이다.

(3) 기다림의 이유

(a) 뭐하러 기다려? 그냥 해 버리면 되지! 

세상은 말한다. ‘최선을 다하라. 머리를 써라.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라.’ ‘그러기 위해서 자기계발에  게으르지 마라.’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의로 활용하라. 그래서 평소에 인간관계 잘 해야 한다.’ 다 맞는 말이다. 

혹시 이게 인간적인 말, 세상적인 말, 비신앙적인 말이라고 여기나?

아니다. 전부 예수 믿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하나님이 주신 능력, 상황, 관계를 잘 활용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게으르게 하면서, 이런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힘들다, 어렵다, 안 된다, 왜 하나님이 안 도와 주시나, 왜 하나님이 나에게 이런 어려움을 주시냐고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이런 재능이 나에게서 나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해야 한다.

(b) 그런데, 그렇게 최선을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우리 삶에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아니, 많다!

그런 일들은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일들이다. 

본문의 상황이 그렇다. 이스라엘의 위로/구원을 위해서는 로마제국을 몰아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시므온이나 안나 같은 사람이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이 세상의 온갖 불의와 부조리를 의식 있는 사람들의 개혁운동으로 바꿀 수 없다.

자국 이익을 앞세워 돈의 논리,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힘없는 자들이 당하는 고통을 피할 수가 없다.

또 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가 없다. 나에게 닥쳐오는 상황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가 없다.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는 일은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다.

눈물의 골짜기를 가는 길에 생명 샘을 솟아나게 하는 일은 오직 하나님만 하실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을 기다린다!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고 마냥 기다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야 하는 너무나도 절박한 사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해결된다는 것을 알기에 하나님을 기다린다.

누구나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런 기다림으로 대림절을 맞으며 교회력으로 한 해를 시작해 보자.

2. 기다리는 분

(1) 대림절의 기다림의 진정한 의미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분’이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이다. 예수님이 영광의 재림주로 이 땅에 다시 오실 때, 우리가 바라고 기다리는 모든 것이 다 해결이 될 것이다.

그 분이 다시 오실 때, 이 땅은 새 하늘과 새 땅이 되어서, 공평과 정의가 이루어지고, 사랑과 평화의 땅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다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도 이루어질 것이다.

개별적인 문제 하나하나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분’이 오셔서 우리가 ‘기다리는 것’을 해결해 주실 것이기 때문에 갖는 기다림이 아니다.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다림이 아니라, 주님의 오심 그 자체를 기다리는 기다림이어야 하겠다. 주님을 기다리는 기다림이다.

(2) 기독교 사상가/운동가 함석헌 선생의 ‘님이 오신다’ (기도시)

무교회주의자? 민주화 운동가? ‘내 주님이라면 예수님밖에 더 있나요’라며 공개적으로 밝혔기에 조금은 안심하며 소개한다. 신앙의 색깔은 좀 달라도 주님에 대한 마음을 받아들이며 들어보시길 바란다. 1953년 발표작이라서 약간 고어체. 내용이 길기 때문에 발췌해서 읽으면서 설명하는 형식

"님이 오신단다, / 길 닦아 예비하자 / 내 집에 오시는 님을 / 날 보러 오시는 님을, / 그저 어찌 맞느냐? // 높은 것 낮추고 / 우므러진 것 돋우고 / 굽은 길을 곧게 하고 / 지저분한 것을 다 치워 / 님이 바로 오시도록 하자." 

이사야 40:3 ‘광야에 주님께서 오실 길을 닦아라. 사막에 우리의 하나님께서 오실 큰길을 곧게 내어라’를 연상케 한다. 

우리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길 닦아 예비하면서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자신과 타인 긍정하기: 용서, 수용, 존중, 감사, 연민...

마음에 굴곡이 없고 맺힌 게 없게 하는, 그래서 주님이 내 마음에 들어오실 수 있게 길을 닦고 있는지?

이 땅의 불의와 부조리가 해결되어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상으로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바빠 죽겠다며, 주님이 다시 오실 길을 준비하기는커녕, 다시 오신다는 사실 자체도 잊어먹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시인도 준비가 미처 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님을 기다린다면서 / 그저 잤고나, / 이것저것을 온 방안 / 허투루 늘어놓아 / 그저 앉으실 곳도 없이 했구나. // 어서어서 모셔야 할 님 / 더러운 길에 왜 더듬게 하며, / 맑고도 거룩하신 그의 몸을 / 헤뜨린 이 속에 어찌 맞을꼬? / 오, 내 맘이 급해." (헤뜨리다: 물건을 어수선하게 늘어놓다)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면서도 잠을 자느라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것에 당황한다. 

눅 12:38 주인이 밤중에나 새벽에 오더라도, 종들이 깨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종들은 복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에 주님을 모실 공간이 없다. 그래서,

"쓸자, 닦자, 고치자, / 물을 뿌리자, / 묵고묵고 앉고앉고 / 이 먼지를 다 어찌하노? / 언제 이것을 아름다이 하노? // 자리 위엔 무슨 때가 / 이리도 꼈느냐? / 천정의 거미줄은 / 누가 치느냐? / 이리도 더러운 줄을 나도 몰랐지. // 뜰에는 무엇이 저리도 많아 / 발도 옮겨 놀 곳이 없고 / 앞길에는 돌이 드러나고 / 다리가 무너졌으니, / 저거는 누가 놓아주느냐?" (발췌해서 읽기!!)

정신없이 살다보니 내 마음이 이토록 지저분한 지 미처 몰랐다. 막상 청소/정리를 시작하면 지저분한 게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이건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그런데 큰 일 났다.

"아이구 님이 오시네! / 저기 벌써 오시네! / 이를 이를 어찌노, / 어딜 들어오실랄꼬 / 이 얼굴, 이 꼴, 이 손은, 아이!" 

집안 청소는커녕 자신의 몰골도 아직 말이 아닌데, 벌써 주님이 오신단다. 

다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할 때, 우리는 어떤 심정일까? 

집안 청소와 몸단장을 완벽하게 해 놓고 기쁜 얼굴로 맞이하게 될까?

아니면 ‘큰 일 났다, 아직 준비 못했는데, 왜 벌써 오시나’ 이런 심정일까? 

시인은 후자의 마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불호령이 떨어질 건가? 아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하실 지도 모른다.

눅 12:46-47 그가 예상하지 않은 날, 그가 알지 못하는 시각에, 그 주인이 와서, 그 종을 몹시 때리고, 신실하지 않은 자들이 받을 벌을 내릴 것이다. 주인의 뜻을 알고도, 준비하지도 않고, 그 뜻대로 행하지도 않은 종은 많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오실 주님을 맞이하는 준비를 부족하나마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기도시의 하이라이트다.

"이 애 이 애 걱정 말라, / 나도 같이 쓸어주마, / 나 위해 쓸자는 그 방 / 내가 쓸어 너를 주고, / 닦다가 닳아질 네 맘 내 닦아주마. // 쓸자 닦자 하던 마음 / 그것조차 맘뿐이고 / 님이 손수 쓰시고 / 나까지도 앉으라시니, / 재 자랑이라곤 없소이다, 참 없소이다. // 밝히자면서 못 밝힌 방 / 저절로 밝아지고, / 맑히자면서 못 맑힌 맘 / 나중엔 맑아졌으니 / 내라곤 없소이다, 님 곁에만 사오리."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주님을 맞이하여 모실 준비가 턱없이 부족해서 죄송한 마음 뿐이고 어쩔 줄 몰라 하지만, 주님은 그런 마음을 아시고 우리를 기꺼이 받아주신다. 

내가 모시려는 주님이 직접 내 마음의 방을 쓸어주고 닦아 주시며 도리어 ‘나까지도 앉으라’ 하신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그리고 밝히자면서 못 밝힌 마음의 방이 저절로 밝아지고, 맑히자면서 못 맑힌 맘이 나중엔 맑아졌다. 늘 ‘해야지, 고쳐야지, 버려야지, 풀어 버려야지’ 하면서 하지 못하던 것들, 그래서 늘 마음에 부담이 되고 주님 앞에서 서기에 떳떳하지 못하던 것들, 이런 것들이 해결되었다. 저절로 해결되었다.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졌다. 나의 노력으로 인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인함이다. 

우리는 이런 기다림을 기다린다!!

어서 오십시오, 주님 / 우리는 아직 온전히 마음을 비우지는 못했으나 / 겸허한 갈망의 기다림 끝에 꼭 당신을 뵙게 해주십시오 // 우리의 첫 기다림이며 / 마지막 기다림이신 주님 / 어서 오십시오. (이해인 수녀)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 날 우리의 오랜 기다림은 끝이 난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좌절과 고통이 사라진다. 외부적인 것뿐 아니라 내면적인 좌절과 고통. 뻔히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고 변하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 그래서 더 고통스럽고 더 큰 좌절로 빠뜨려 버리는 것들. 

그러나 그 날에는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은혜의 날이다!

막연한 기다림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주님을 맞이하려고 기다리는 기다림으로 인해서 얻게 되는 은혜다! 하나님의 은혜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고백한다. 겸손한 체 하는 게 아니라 그게 솔직한 고백이다.

이런 기다림으로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자.

11/27/2022 대림절 주일예배

헌신찬송: 35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