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예배 때 나눈 아가서에 관한 말씀을 요약해 봅니다. 아가서는 새번역으로 읽으면 내용 파악이 훨씬 잘 되는 ‘남녀 간의 연애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이 너무 적나라하고, 하나님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이런 글이 성경에 포함되었으며,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곤란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알레고리식 해석을 취합니다. 즉, 말하고자 하는 사물에 대한 직접적 의미보다는 그 안에 감추어져 있다고 보는 영적 의미에 더 관심을 갖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유대인은 아가서를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로, 기독교인은 하나님과 신자 개인 혹은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와의 관계로 해석했습니다. 물론 그런 해석도 도움이 되겠지만, 알레고리식 해석은 물질과 육체는 악하고 영혼만 선하다는 플라톤식 이원론에 기초해 있으며, 지나친 주관적 해석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늘 도사라고 있습니다.
이런 해석의 저변에는 구속신학에 치중되어서 창조신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이 있습니다. 구속신학은 우리가 익숙한 ‘죄-십자가의 용서-구원’을 축으로 하는 내용입니다. 반면에 창조신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인간 세계를 여전히 보전하고 다스리심에 초점 맞춥니다. 아가서와 같은 지혜문서는 창조신학적 관점을 제공합니다. 즉 삶에 대한 하나님 능력이며 힘이기도 한 ‘하나님의 축복’이 자연과 인간 삶 자체 속에 내재해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삶의 일상성과 평범함을 소중히 여기며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과 징표로써 귀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것이 지혜라고 노래합니다. 아가서는 이런 축복 중의 하나인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구속신학과 창조신학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구속신학 쪽으로만 치우친다면, 교회는 영혼 구원이라는 목적을 위한 살벌한 사관학교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창조신학 쪽으로만 쏠린다면, 인생에서 누리는 축복(가정, 물질, 자연, 건강 등)에만 몰두하여 자칫 ‘선물(gift)을 주시는 분(Giver)’을 소홀히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쪽으로만 치우쳐지면 안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선순위도 분명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축복은 ‘구속되어야 할 것들’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아가서의 주제인 남녀 간의 사랑만 해도 오늘날 얼마나 타락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까? 이 세상을 구속하시어 ‘새 하늘과 새 땅’을 주실 그 날을 바라봄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 오늘의 축복을 누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