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창립주일 때부터 성찬식에 변화를 가했습니다. 예수님의 희생에만 집중하는 종전의 ‘장례식’ 분위기에서, ‘하나님께 감사, 그리스도의 희생, 성령의 임재, 성도의 교제(한 몸), 하나님 나라의 식사’라는 다양한 의미를 살리는 풍성하고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보려는 취지였습니다. 또 가장 정확한 표현 형태인 말(언어)와 가장 강한 외침 형태인 행동의 조합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성례전으로서의 성찬식을 하기 원했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이런저런 전통적 순서를 추가하기도 하고, 순서에 변화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왠지 어색하고 형식적으로 느껴진 분도 계실 겁니다. 순서가 길다고 느낀 분도 있을 겁니다. 사실 성찬식을 인도하는 저 자신도 그날 굉장히 긴장되고 어색했으니까요.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여러 순서의 의미와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성찬식이 복잡해지고 길다고 느끼셨을 거라 추측해 보았습니다. 또한, 말씀을 들으면서 은혜를 받는 설교와 달리, 행동으로 직접 참여함을 통해서 은혜를 받고자 하는 성례가 아직은 낯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편, 새로운 시도에 대한 본능적인 어색함과 불편함도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겠습니까? 점차로 익숙해지면서 단지 십자가의 죽음을 묵상하는 정도를 넘어서게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성물(빵과 포도주)을 나누는 공동체의 식탁에 인격적으로 현존하시며 그것은 신앙으로만 감지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성찬식탁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을 동원하는 적극적 참여로 인격적으로 임재 하시는 그리스도를 경험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형식에 점점 익숙해져서 변화에서 오는 어색함을 넘어서게 될 때, 그 의미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의 자리에 들어가게 될 거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 때에 따라 여러 다양한 순서를 도입하려고 합니다. 이번 금요일 예배 때에 광고한 대로 성찬식을 합니다. 물론 이번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희생입니다. 고난주간이니 만큼 한 주간 동안 더욱 더 경건하게 성찬을 받을 준비를 합시다. 그리하여 예수님의 희생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를 성찬식을 통해서 깊이 경험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