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의 분위기는 분명히 성탄절을 준비하는 기쁨도 있지만, 종말을 기다리는 경건한 긴장감이 더 큽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성도들의 고백이었던 ‘마라나타’(주여, 어서 오시옵소서)라는 기다림의 고백이 대림절 신학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입니다. 종말은 말 그대로 끝이요 모든 것의 마지막을 가리킵니다. 우리들에게는 불가분 죽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인생이 단순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대림절 신앙은 그 이상을 말합니다. ‘마라나타’의 기대로 현재의 삶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은 언제나 마라나타라는 말 속에서 위안과 힘을 얻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수많은 고난과 괴로움, 모순과 부조리를 겪으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shall too pass)”라고 말하며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세상의 중심이 연약한 우리 자신이나 사회나 인류의 역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오심 혹은 오시는 주님 안에 있음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라 오시는 주님이시기에, 주님의 오심으로 모든 것이 완성된다는 것을 믿고 기다림이 대림절 신앙입니다.

 

독일의 어느 신학자는 미래를 ‘푸투룸(Futurum)’과 ‘어드벤투스(Adventus)’로 구분하였습니다. 푸투룸은 ‘나의 의지를 통해서 내가 만들어 가는 미래’를 뜻한다면, 어드벤투스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미래’를 뜻합니다. 우리는 푸투룸의 차원에서 인생을 설계하며 열심히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은 주님의 오심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입니다. 생명, 관계의 회복,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시 만남, 종말의 완성 등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저 버티며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