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초대받은 인생

시 23:5

시편 23편의 전반부는 양과 목자의 이미지로 인생을 노래했다. 

내 인생은 아쉬울 것 없는 삶이다! (‘이었다’가 아니라 ‘이다’)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그런 아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1) 왜냐하면 영원이라는 관점으로 매일 매일의 현재를 보기 때문이다. 

승리한 미래, 성공한 미래를 이미 보고 믿기에 그런 관점에서 오늘을 살 수 있다.

이긴 경기를 재방송으로 요모조모 살펴보면서 즐기듯이...

(2) 일상이 기적임을 보기 때문이다.

죽음의 골짜기가 생명의 푸른 평원이 되어야만 기적이 아니라, 죽음의 골짜기를 걸어가면서도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만 있으면 충분하고, 바로 그것이 기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엄청난 일, 문제의 완전한 해결만 기적이 아니라, 일상이 기적이고, 작은 것에 큰 감사를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편 23편의 후반부는 이미지가 바뀐다. 잔치 이미지다.

내가 어느 집에 초대 받았다. 들어가 보니 떡 벌어진 잔칫상이 마련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도 와 있는데, 바로 내가 주인공이다. 집 주인은 나를 귀한 손님으로 맞이해 주고 있는 장면이다.

1. 하나님께 초대받은 인생

(1) 귀한 손님을 초대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나?

집안 청소는 기본이고, 정성껏 요리를 하고 테이블 세팅, 자리배치 등 여러 가지를 신경 쓴다.

겉옷을 받아주고, 슬리퍼를 내어주고,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고, 앉을 자리(상석)를 안내해 줌.

정성껏 준비한 식사와 디저트(커피&과일). 생화나 디퓨저의 은은한 향내까지 곁들인다.

중동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하나? 여기서 상, 기름, 잔이 등장한다.

- 손님이 도착하면 환대의 표시로 손님의 머리에 기름/향유를 바른다. 

머리에 기름을 부어 메시아의 직무를 줄 경우에는 히브리어 동사 "마샤크"를 쓴다. 여기에서 "메시아"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여기 사용된 히브리어는 "다샨"이라는 동사이다. 메시아 임직과는 무관하다. 단순한 손님 접대로 보는 게 좋겠다.

- 그리고 떡 벌어지게 차려진 식탁으로 인도한다. 중동에서 초대한 사람(호스트)의 명성은 그가 소유한 재산이 아니라, 초대한 손님에게 베푸는 식탁에 의해서 평가된다고 한다. 

- 식사와 함께 곁들여지는 포도주. (술 마시는 게 성경적인 죄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는 문제가 된다. 술이 음식이 아니라, 술이 되기 때문이다. 반주가 아니라 안주) 글래스 잔이 아니라 토기 잔이었을텐데, 잔이 넘치도록 포도주를 제공한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는 아쉬움이 없는 풍성한 접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2) 내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하나님의 손님이 되어 하나님의 식탁에 초대받은 인생, 하나님이 귀한 손님으로 정중하게 맞아주시는 인생, 너무나 풍성한 하나님의 접대를 받고 있는 인생이다. 

다윗은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인생의 90%는 해석이다!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은 10%에 불과하다.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90%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행복한 인생도, 불행한 인생도 될 수 있다.

다윗은 이렇게 해석한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어떤 인생인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과 머리를 가지고, 또 시대도 잘 만나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살아온 인생?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온갖 고생 다 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힘들게 개척하면서 살아온 인생?

이런 양극단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인생이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손님으로 초대받아서 풍성한 대접을 받고 있는 인생이라는 다윗의 고백에 동의가 되나? 공감이 되나?

(3) 내가 주인이지 왜 손님이냐?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아닌가?

넬슨 만델라 영화 이야기 하면서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 이라더니?

맞다. 내 운명의 주인은 다른 그 어떤 사람이 아니다. 내 영혼의 선장은 다른 그 어떤 사건/상황이 아니다. 그런 것에 얽매이거나 휘둘리지 말자는 말이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성경에서 죄라고 할 때, 바로 그게 가장 큰 죄이다.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고, 내 인생은 하나님께 초대받은 삶이다.

2. 메뉴는 내 맘대로가 아니다

내 인생은 하나님께 초대받은 삶이라면, 잔칫상 메뉴를 내가 정할 수 없다. 

주인이 마련해 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메뉴를 가지고 불평할 수 없다.

(1) 어떤 메뉴가 나와야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고 여기나? 

적어도 한우 투뿔 스테이크이나 랍스터 정도는 되어야 한다?

메뉴는 하나님께 맡기자. 우리의 식성, 체질에 따라서 최고의 음식을 주실 것이다.

이것을 믿어야 한다.

저 사람의 인생 메뉴는 화려하고 나의 인생 메뉴는 초라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출발선상도 다르고 가는 경로도 다르다. 

사는 집도 다르고 몰고 다니는 차도 다르다. 연봉도 다르고 휴가지도 다르다.

부모도 다르고 배우자도 다르고 자녀도 다르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인생의 메뉴는 이처럼 다 다르다. 남의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이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힘들어 하다가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이야기를 들을 때 위로가 된다. 죄인이라는 증거다!

3. 동석하는 사람도 내 맘대로가 아니다

나 혼자 초대 받은 줄로 알았는데 누가 있다. 아뿔싸! 원수들(복수)이 와 있다니!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

(1) 나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이해했다.

(개역한글)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셨다. 

하나님이 나의 원수가 보는 앞에서 나에게 커다란 상급을 내리시면서 나를 높이 세우셨다. 하나님이 원수의 콧대를 짓밟으면서 복수해 주셨다. 드디어 이런 날이 오다니!!

그래서 얼마나 이렇게 기도했는지 모른다. ‘원수의 목전에서 제게 상을 베푸셔서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보상해 주세요!’

그런데 본문의 상은 상(償)이 아니라 밥상/잔칫상(床)이다.

(새번역) 주님께서는 내 원수들이 보는 앞에서 내게 잔칫상을 차려 주시고

원수를 갚기는커녕 원수들과 겸상을 하게 된 것이다. 

원수들이랑 밥을 먹으라고?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나! 영 불편하다.

(2) 하나님은 왜 이렇게 하실까?

나 혼자 초대하시지 않고 왜 원수들도 함께 초대하셨을까? 

(a) 궁극적으로 원수를 갚아주실 날은 온다.

내가 기대하던 일은 마지막 날에 온다. 사람 원수가 아니라 원수 마귀를 심판하실 날은 분명히 온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말이 아니다.

(b) 그들은 나에게만 원수이지 하나님께는 원수가 아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신다. 우리끼리 원수이지, 모두 하나님의 자녀다.

부모가 되어보면 안다. 모든 자식이 다 귀하다. 자기들끼리는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그래서 주인 되신 하나님은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 대신 그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신다. 이 잔칫상이 나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신다. 내가 귀빈이고 원수는 들러리다.

그래서 원수가 한 상에 있기 하지만, 점점 신경이 덜 쓰이게 된다.

그 대신 주인이 나를 대해 주는 것에 점점 더 집중하게 된다. 

점점 원수에게서 주인에게 신경이 옮겨간다. 그리고 점점 마음이 편해진다.

(3) 원수는 오히려 복덩이

그래도 원수들이 여전히 한 밥상에 있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

(a) 나의 원수는 누구인가? 원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예) 할아버지 부부의 ‘평생원수’ 에피소드: 정답은 천생연분. 우리처럼 이렇게 살아가는 부부를 뭐라고 하지? (자신 있게) 웬 수! 아니 4글자로? 평.생.웬.수!

자식은 전생에 원수라는 말이 있다. 부모가 원수라는 말도 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쉽게 그리고 많이 상처를 주고 원수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예수님도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일 것이라고 하셨다. (물론 복음 핍박의 맥락)

어디 가족뿐이겠는가? 친구, 직장 동료... 주로 배신, 속임수, 괴롭힘을 주는 사람...

(b) 그런데 평생에 원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지, 원수를 멀리하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게 불가능한 현실이라서 그런 게 아닐지?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원수는 오히려 복덩이다.

원수는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나를 더 성장하게 한다. 나를 더 철저히 하나님께 매달리게 한다.

예) 다윗의 원수 중 한 사람은 요압

조카(가족!), 개국공신이자 군대 총사령관. 그러나 자신의 치부를 알고(우리야 청부살인), 자신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압살롬 예루살렘 복귀), 자신의 약점을 지적했다(압살롬 죽음 후). 그토록 유능하고 탁월한 인물이지만, 하나님과는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다윗과 마음이 맞지 않았다. 다윗의 명령을 무시하고(아브넬/압살롬) 월권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왕인 다윗조차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물이었다. 고맙고 유능한 존재지만 다윗의 원수였다. 그래서 아들 솔로몬에게 그를 제거하라고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다윗은 요압 덕분에 더 겸손해졌다, 더 성장했다, 더 하나님께 매달렸다, 더 지혜로워지고,  책잡히지 않으려고 더 조심스러워졌다. 요압이라는 원수가 없다면 마음은 편했겠지만,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c) 원수가 오면 복도 따라온다. 

언제 확실히 하나님의 복을 받게 되나? 인생에서 원수를 만날 때다. 원수가 오면 하나님이 주시는 복도 따라온다. 특히 제거할 수 없는 원수가 올 때.... 

원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나님께 더욱더 매달리게 된다. 더 겸손하게 된다. 원수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더 조심하고 더 철저해지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이미 하나님의 복을 받았다.

결론

우리 인생은 하나님께 초대받은 인생이다.

하나님은 가장 귀한 아들 예수님을 내어주시면서 까지 우리를 존귀하게 대해 주신다.

내 인생의 주인은 그런 하나님이다.

그런 하나님이 준비한 인생 메뉴가 나에게는 최선이다. 불평할 게 없다.

원수도 함께 초대한 것도 다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복이다.

하나님이 초대해 주셔서 베풀어주시는 잔칫상을 맘껏 누리자.

1/29/2023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