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서]

15. 비방도 무관심도 아닌 건전한 판단

약 4:11-12

서론

우리는 매일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말은 긍정적인 영향력이 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친절한 한 마디가 석 달 동안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 주기도 한다(일본 속담).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칼이 사람을 죽일 수는 있지만, 말은 사람의 영혼을 찌른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 특히 비난과 정죄의 말, 비방의 말은 상처와 분열을 만들어 내는 일등 공신이다. 

오늘 본문은 비방의 말에 대한 엄한 경고를 하고 있다. (1) 비방과 비슷한 비판과 판단에 대해서 살펴보고, (2) 왜 비방을 하면 안 되는 지, (3) 그리고 어떻게 하면 건전한 비판을 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1. 판단과 평가 없이 살아갈 수 없다

(1) 일상 속 판단

예수님은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새번역은 ‘심판’)고 하셨다(마 7:1). 그래서 우리는 판단, 비판에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판단과 평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 “와, 멋있다!”, 혹은 “왜 저렇게 입었지?”라는 반응을 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보고, 상황을 보고, 말을 듣고 판단한다. 심지어 오늘 이 설교를 들으면서도 ‘괜찮은데?’ 혹은 ‘조금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판단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요소이다.

(2) 판단은 삶의 필수적 요소

(a)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무엇을 먹을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어떤 말을 믿을지. 이런 선택은 모두 판단이라는 능력에 기반한다.

예)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가격은 괜찮은가? 유통기한은?' 따지는 것도 판단이다.

(b) 보호를 위해서: 건강한 판단은 나에게 해가 되는 관계나 상황을 피하게 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더 깊은 관계를 맺게 해 준다. 판단은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된다.

(c)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가정, 교회, 사회 안에서 질서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바른 판단(분별과 평가)이 필요합니다.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어떤 말과 행동이 공동체를 살리는지 판단하는 것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이다.

예) 6.3 대통령 선거: 어떤 후보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올바른 지도자가 될 지 잘 판단하고 투표해야 한다. 

이처럼 판단은 우리 삶의 필수적 요소이다. 반드시 판단해야 하고, 판단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된다. 

(3) 판단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 반응

그러면 예수님이 말한 비판/심판하지 말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건전한 판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적절하게 하지 못할 때, 선을 넘을 때 극단적인 반응으로 흐르게 된다.

(a) 비방: 판단이 교만의 마음에서 작동할 때, 상대를 깎아내리고 정죄(심판/단죄)하게 된다. 마음으로만 품지 못하고 말로 하게 된다. 이럴 때 비방이 된다. 비방은 하나님 앞에서 죄가 되고, 공동체를 해치게 된다. 야고보는 이 두 극단 중 특히 비방의 죄를 경고한다. 나중에 살펴보겠다.

(b) 무관심: 또 다른 극단은 비방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판단을 하지 않고 아예 관심을 끊겠다는 무관심이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올까? 자라면서 판단과 정죄로 가득한 말을 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기득권과 사회지도층의 위선적인 모습에 너무나 실망했기 때문일 수 있다. 대항하기도 어렵고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어 버렸는 지 모른다. 그래서 남이 어떻게 살든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상관없다는 식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무관심은 사랑의 반대말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여전한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판단의 양쪽 극단인 비방이나 무관심으로 반응할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건설적인 판단'을 배워야 한다. 이는 나 자신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세우는 데 꼭 필요한 지혜이다.

2. 비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본문은 주로 비방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비방이란 무엇인가?

4:11에서 말하는 ‘헐뜯다’ ‘비방하다’는 말은 ‘악의적으로 말하다’, ‘뒤에서 상처주는 말을 하다’는 뜻이다. (모략, 중상, 비방, 명예훼손) 비방은 단순히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깎아내리고,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해 하는 말이다. 비방은 주로 상대가 없는 자리에서 말하고(뒷담화), 사실일 수도 있지만 상대의 평판을 손상시키려는 의도로 살짝 뒤틀어서 하는 말이다.

야고보는 비방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3가지를 말하면서 경고한다. 

(1) 비방은 사랑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다

11절a 형제자매 여러분, 서로 헐뜯지 마십시오. 자기 형제자매를 헐뜯거나 심판하는 사람은, 율법을 헐뜯고 율법을 심판하는 것입니다.

비방하는 사람은 율법을 헐뜯고 심판하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율법은 구약이나 십계명을 말하는 게 아니다. 2:8에서 이미 언급한 으뜸가는 법, 최고의 법인 ‘이웃 사랑’을 말한다.

2:8 여러분이 성경을 따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으뜸가는 법을 지키면, 잘하는 일입니다. 

비방은 율법과 계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의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2) 비방은 율법 위에 서는 교만한 태도이다

4:11b 그대가 율법을 심판하면, 그대는 율법을 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율법을 심판하는 사람입니다. (개역개정: 율법의 준행자가 아니요 재판관이로다)

우리는 율법과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순종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그래서 율법을 행하는 사람이요 율법의 준행자가 되는 것이다. 남이 율법을 잘 따르는가를 체크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역할이 아니다. (물론 지도자로서의 역할이 있지만)

교회에서 교통정리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설교를 들으면서, ‘이 말씀은 김집사가 들어야 하는 말씀이네, 이 말씀은 박집사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네’. 이런 교통정리 하느라 바쁘다. 또 ‘이 말씀을 듣고 알아 듣기는 했을까? 속상하네. 이 말씀을 꼭 들어야 할 사람이 오늘 오지 않았네.’ 하며 걱정하느라 바쁘다. 말씀을 듣고 순종하기에 바쁜 게 아니라 남 걱정 하기에 바쁘다. 

더 큰 문제는 일단 재판관이 되어 버리면 준행자기 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율법 위에 서게 되고, 남을 재판하기에 바빠서 그렇다. 그런데 남을 비방하기에 바쁘다면, 율법의 준행자(율법을 행하는 사람)가 아니라 율법의 재판관(율법을 심판하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하나님이 가만히 놔 두시겠나?

내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될지 아닐지, 하나님께 칭찬을 받을지 꾸중을 들을지는 하나님과 그 사람과의 문제이다. 나는 내 할 일 하기에 바쁘다. 내게 떨어진 말씀을 듣고 순종하기에 바쁘다. 남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말씀을 듣고 순종하고 변해가기에 바쁜 사람은 남들이 어떻게 사느냐는 볼 여가가 없다. 정말 주님의 뜻대로 살아보려고 애를 쓸 때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 것도 느끼기 때문에 남들이 주님의 뜻대로 살지 못한다고 흉을 볼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롬 14:4 우리가 누구이기에 남의 종을 비판합니까? 그가 서 있든지 넘어지든지, 그것은 그 주인이 상관할 일입니다. 주님께서 그를 서 있게 할 수 있으시니, 그는 서 있게 될 것입니다.

(3) 비방은 하나님 자리를 차지하는 죄이다

4:12 율법을 제정하신 분과 심판하시는 분은 한 분이십니다. 그는 구원하실 수도 있고, 멸망시키실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그대가 누구이기에 이웃을 심판합니까?

하나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죄는 우상숭배이다. 하나님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것 정도가 아니라, 자기가 하나님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하나님이 어떻게 보시겠나? 심판자는 하나님이시다. 우리가 율법의 준행자 되기를 멈추고 율법의 심판자가 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나님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교만한 죄인가!

하나님만이 공정하시고(객관성), 하나님만이 사람의 중심을 꿰뚫어 보신다. 그래서 하나님만이 공정하신 심판관이 되실 수 있다. 우리는 아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안 된다. 아무리 의도와 동기를 꿰뚫어 본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고전 4:5 그러므로 여러분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는, 아무것도 미리 심판하지 마십시오. 주님께서는 어둠 속에 감추인 것들을 환히 나타내시며, 마음 속의 생각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그 때에 사람마다 하나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

정리: 비방은 최고의 율법/계명인 사랑의 법을 어기는 것이고, 율법/말씀 위에 서는 교만한 태도이며, 하나님 자리를 차지하는 무서운 죄이다.

3. 비방하지 않고 판단하는 방법

우리는 판단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그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비방하지 않기 위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이나, 책임을 회피하는 무관심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성경이 말하는 길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사랑의 마음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어떻게 비방하지 않고, 무관심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1) 말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점검하자

예수님께서는 남의 눈의 티끌을 보기 전에 먼저 자기 눈 속의 들보(한옥 대들보)를 보라고 하셨다. 비방과 정죄는 자기 눈의 들보를 모른 채 남의 눈의 티를 빼려는 자의 태도이다. 

그래서 말을 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해 보자. ‘내가 지금 이 말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상대를 위한 말인가, 아니면 내 감정 해소인가?’ 

(2) 말할 때는 지혜로운 방식을 사용하자

또 이런 생각을 해 보자. ‘이 말을 상대가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말인가?

같은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릴 수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단어 하나, 어투 하나에 생명과 죽음이 담겨 있다.

잠언 25:15 부드러운 혀는 뼈도 녹일 수 있다.

히브리어 관용표현으로 부드러운 말은 뼈처럼 단단하고 고집스러운 것, 깊이 숨겨둔 감정, 완강한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가 친구와 싸웠을 때, “왜 그랬어? 너 또 사고쳤니?”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네 마음이 어땠는지도 궁금해.”

-누군가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시간 좀 지켜라”보다 “오늘 오느라 힘들었지? 그래도 와줘서 고마워.”

-맡긴 일을 잘 해내지 못했을 때 “이 일은 애초에 너에게 맡기지 말았어야 했어.”에서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 내가 좀 더 도와줬어야 했는데.”

-배우자가 감정적으로 예민할 때, “또 시작이네”보다 “오늘 많이 피곤했지? 무슨 일 있었어?”

-누군가 힘든 상황에 빠졌을 때,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되지”보다 “많이 힘들었겠다. 내가 도와줄 게 있을까?”

(3) 말하지 못할 때는 기도하자

때로는 말하기보다 기도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 비방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하나님께 대신 아뢰자. 하나님께서 가장 필요한 때에 말할 지혜와 타이밍을 주실 것이다. 무관심이 아니라 말은 멈추되 사랑은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말로 상처받은 기억이 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말로 살리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이것이다: 비방을 멈추고, 무관심으로 대응하지도 말고, 진리 안에서 올바르게 판단하고 사랑으로 말하라.

결론

우리는 판단과 평가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잘못하면 비난과 비방으로 흐른다. 비방은 무서운 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게 싫어서 또 다른 방향인 무관심으로 흐르기도 한다. 사랑 없음이다. 

우리는 건전하고 건설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말로 지혜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고 인격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말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점검해야 한다.

말할 때는 지혜로운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말하지 못할 때에도 기도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끊임없이 연습하자. 이것이 인격이 되도록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자. 성령님의 도움 없이는 혀를 콘트롤 할 수 없다. 마음과 혀를 다스려 달라고 기도하자.

5/11/2025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