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구하는 용기

마 5:23-26

서론

크리스천은 성경을 읽지만 세상 사람은 크리스천을 읽는다. 즉 우리의 말이 아니라 삶을 본다는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은 사랑, 용서, 정직, 진실... 등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님도 요구하시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데, 오늘은 용서이다.

그동안 용서에 대해서 자주 설교했다. 매년 마지막 주일에서는 회개와 용서를 위한 파쇄식도 한다. 그러나 이 때는 주로 ‘용서하기’에 대해서 설교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 잘못한 사람, 피해를 준 사람을 용서해야 함에 대해서 설교했다. 그러나 오늘은 포커스를 달리해서 ‘용서 구하기’에 대해서 설교하려고 한다. 특히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회개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잘못했을 때 용서를 구해야 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믿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있다. 신비한 영적인 관계이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게 잘못해 놓고서 죄책감으로 인해서 하나님께 회개하고 용서 받은 후 끝이다. 

사람에게 한 잘못은 근본적으로 하나님께 대한 죄라는 것을 깨닫은 것은 너무 잘한 일이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 하지만 정작 상처받고 피해 입은 사람에게는 사과/사죄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보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예) 영화 밀양: "나는 이미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그 인간을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이것에 세상이 보는 크리스천의 모습인가 싶어서 너무 부끄러웠다.

잘못을 해 놓고서도 사과할 줄 모르는 뻔뻔스러운 사람. 나는 하나님께 회개하고 용서받았으니까 됐다고 여기는 뻔뻔스러운 사람. 이런 것에 세상 사람은 실망한다.

우리는 회개함으로써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하나님은 예수님의 희생으로 우리를 용서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잘못한 사람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화해가 되고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

1. 용서를 구하라

예수님은 산상수훈을 말씀하시면서 잘못했을 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시급한 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1) 성령님이 깨닫게 해 주시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

23절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a) ‘생각이 나거든’은 원어로 수동태이다. 즉, 내가 생각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생각이 나게 해 준다는 말이다. 누가? 성령님이! 

아무 생각없이 바쁘게 살아가다가 혹은 거룩하게 예배 드리다가 갑자기 성령님께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게 해 주신다는 말이다. 혹은 어떤 사건이 터져서 속이 상하고 열받고 하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게 해 주신다는 말이다.

(b) 무슨 생각? 누가 내게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 

내가 누군가에게 원망을 들을 만한 일을 한 것, 내가 누군가를 말과 행동으로 상처주고 피해를 준 것, 내가 누군가를 마음 아프게 한 것. 성령님이 이런 것을 떠오르게 해 주신다. 

(c) 언제?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예배와 기도 중에 많이 떠 오른다. 

또한 일이 복잡하게 꼬일 때, 어렵고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 엄청나게 열 받았을 때도 떠오르게 해 주신다.

(d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 하시나?

24절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여기서 화해는 용서를 구하라는 말이다. 진정한 화해는 나중의 일이다.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가만히 앉아서 예배를 드릴 때가 아니라, 용서를 구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예배시간에 나가거나 용서를 구하라는 말이 아니다.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만큼 성령님이 깨닫게 해주셨을 때 속히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식어지거나,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령님이 깨닫게 해 주실 때가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2) 남에게 준 피해를 가볍게 여기지 말라

26절 너희가 마지막 한 푼까지 다 갚기 전에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한 사람도 예외없이 남에게 상처받고 피해를 당한 사람이다. 

그런데 남에게 받은 상처는 너무나 잘 기억하는데, 남에게 준 상처는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너무 가볍게 여긴다. ‘어? 그랬던가?’ ‘뭐 그 정도 가지고...’ 

여기서 '한 푼'은 '코드란테스'로 로마 동전 중 가장 작은 단위이다. 아주 작다는 뜻이다.

자신은 ‘한 푼’짜리의 작은 상처, 미미한 피해라고 여기지만, 당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것이고 하나님도 그렇게 보신다는 말이다. 

(3) 잘못을 했으면 용서를 구해야 한다

25절 너를 고소하는 사람과 함께 법정으로 갈 때에는, 도중에 얼른 그와 화해하도록 하여라.

화해는 어떻게 되나? 용서를 구하고, 용서 받고 난 이후에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용서를 구하라는 말이다. 어떻게?

2. 용서를 구하는 말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과의 언어> Five languages of apology

cf) 5가지 사랑의 언어

이런 말은 마술 언어가 아니다.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1) 미안해. I am sorry. 미안함, 상처/피해 준 것을 후회하고 있음을 표현.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입발림 말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진심이 담겨야 하고 전달되어야 한다. ‘내가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 미안해. 당신에게 상처를 줬네요. 정말 미안해요.
- 미안해요. 내가 신중하지 못했어요.
- 내가 그토록 둔감하게 굴어 미안합니다.

(2) 내가 잘못했어. I was wrong. - 책임을 인정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통은 핑계와 변명을 댄다. ‘도대체 왜 그런거야?’ ‘왜냐하면...’ 솔직한 과정과 잘못을 말하는 대신에 합리화나 변명을 하기 쉽다. 그러나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 그건 내 잘못이야. 그렇게 행동해서 미안해.
- 처음부터 당신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내 실수야.
- 내가 당신을 대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 같아요.

(3) 어떻게 하면 좋을까? How can I make it right? - 보상
어떤 사람은 ‘미안해, 잘못했어’라는 말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사람이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그런 말하기가 아주 쉽다. 

미안하다는 말이 그냥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보상이다.

보상의 방법은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인정하는 말, 봉사, 선물, 함께하는 시간, 스킨십)로 보상을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문제를 일으킨데 대해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 잃어버린 물건은 제가 다시 사드리겠습니다.

(4) 다시는 안 그럴게. I’ll try not to do that again. - 변화 계획을 말함으로써 변화의 의지를 표현
- 제가 또 그랬네요. 앞으론 그 부분에 대해서 더 주의하겠습니다.
- 나는 정말 변하고 싶은데 자꾸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내게 살짝 싸인을 주세요.
-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정말 노력할게요.

(5) 날 용서해 줄래? Will you please forgive me? - 용서 요청
용서를 요청함은 첫째, 관계 회복을 원한다는 마음의 표현이고, 둘째, 잘못을 깨달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며, 셋째, 앞으로의 관계를 피해자의 손에 맡김을 나타낸다.

용서는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하는 것이다. 부탁할 뿐이다. 그리고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 순전히 내 잘못이야. 날 용서해줄래?
-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절 용서해주세요.
- 상처를 준 것 미안해. 부디 용서해 주기를 바래.

사과/용서 구하는 말을 기계적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요소들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 마음을 움직인다.

3. 용기가 필요하다

(1) 용서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용서하기에도, 용서 구하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예) 영화 <신과 함께> 1편, 염라대왕(이정재 분)의 대사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중 일부 만이 용기를 내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또 그중 정말 극소수가 진심으로 용서를 한다” 

‘기회가 있을 때(살아 있을 때) 용기를 내서 용서를 구하라’는 메시지

속으로는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스스로를 합리화 하고 넘어간다. 핑계와 변명을 둘러댄다.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상대방 탓이라고 대든다.

용서해 달라고 말하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

그래서 괴로움의 감옥에 갇혀서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가게 된다. 남들이 꺼리는 사람이 된다.

(2) 용기는 하나님이 주신다

딤후 1:7 [개역개정]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그리스어 ‘딜-리아’는 겁많음/두려움 혹은 소심함

하나님은 우리에게 두려움과 소심함을 주시는 게 아니라 용감할 수 있는 능력/용기를 주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용기있는 사람이 되게 하신다.

사실 우리는 이미 용기를 낸 사람이다.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는 용기를 낸 사람이다.

자신의 형편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을 각오하는 용기를 낸 사람이다.

이제 그런 용기를 하나님에게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내어야 한다.

하나님께 자신의 두려움과 연약함을 솔직히 인정하자. 그리고 용기를 구하자. 

하나님은 우리가 용서하고 또 용서 받음을 통해서 화평을 얻기를 원하시기에, 이렇게 기도할 때에 분명히 용기를 주실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용기를 가지고 용서를 구하자.

결론

혹시 나는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지는 않나? 사과해야 하지 않나?

나는 쉽게(?) 용서를 구하는 사람인가?

성령님이 깨닫게 해 주시는 자리를 열어 놓는 사람인가?

깨닫게 해 주실 때 속히 용서를 구하는 사람인가? 차일피일 미루다가 기회를 놓치고 일을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드는 사람인가?

성령님이 깨닫게 해 주심에도 자존심, 예상되는 피해, 어떻게 감당해야 할 줄 몰라서 용서를 구하지 못하는,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인가?

용서를 구하는 말을 분명하게 하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시는 안 그럴게. 날 용서해 줄래?

이런 말을 진심으로 하나?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나?

용서를 구하는 말에 정말로 진심과 마음이 담겨져 있나? 상황 모면용인가?

용서를 구하는 용기가 있나? 

하나님께 용기를 구합시다.

2024/11/10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