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8.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을 때

마 25:22-26

지난 주에 청지기로서 유산 남기기에 관한 내용 중 저자는 달란트 받은 종들이 자신이 받은 달란트를 투자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물론 투자는 금융개념의 투자만이 아니라 주인의 것을 주인의 뜻에 맞게 관리해서 나누고, 베풀고, 섬기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이 비유에는 질문이 남는다. 

(1) 예수님은 성과를 거둔 종과 거두지 않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셨는데, 왜 세 사람으로 예를 드셨는가? 2달란트 받은 종을 거론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실제로는 ‘노력해서 성과를 거둔’ 종과 ‘노력하지도 않은 종’이라는 두 가지 유형만이 아니라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종도 있는데, 왜 이런 경우는 언급하지 않으셨나? 차라리 2달란트 종을 이런 경우로 말씀하셨다면 더 현실적이었을텐데. 

(2)  더 나가서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종을 주인은 어떻게 대하셨을까?

청지기로서 하나님이 맡겨주신 유산을 잘 관리, 분배, 투자해야 하는데, 바라는 성과가 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라는 성과가 나지 않을 실패가 두려워서 한 달란트 종처럼 시도도 안하게 되지는 않을지? 낙심과 시니컬해 진 마음으로 더 이상 노력하기를 포기하게 되지는 않을지? 이런 맥락에서의 생각해 보기로 한다. 오늘은 책의 내용에서 곁가지를 치고 나오는 내용이다. 

1. 왜 두 가지 유형인데 세 사람을 거론하셨나?

예수님의 포인트는 남긴 ‘성과’가 아니라 기울인 ‘노력’이다. 다른 말로 신실/충성이다. 

위의 질문은 유형 설정이 예수님의 의도와 다르다. 예수님은 성과에 상관없이 노력했냐 아니냐로 나누시는데, 우리는 노력과 성과를 다 포함시키는 차이다. 

예수님의 의도는 주인의 마음을 알기에 신실하게 열심히 노력했느냐(그러다가 2배를 남기는 성과!), 아니면 주인의 마음을 오해(마음이 굳은 분)하고 성과가 부족하기라도 하면 큰 일이 날까 봐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았느냐를 대비하는 것이다. 즉, 성과를 거두었냐 거두지 못했냐 혹은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두었냐는 관심거리가 아니다. 오직 노력을 했냐 아니냐를 관심 삼고 있다.

그 증거는 다음과 같다.

(a) 5달란트 종과 2달란트 종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받은 달란트의 양에 상관없이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5와 2의 차이가, 2와 1의 차이보다 크다. 그래도 2는 열심히 노력!)

(b) 5달란트 종과 2달란트 종이 거둔 성과에 상관없이 똑같이 ‘착하고 신실한 종아!’라고 칭찬하셨다. 꽤 큰 금액 차이인데 금액은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2달란트 종을 첨가함으로써 성과(거두었냐 못 거두었냐, 또 얼마큼의 성과냐)가 초점이 아니라, 노력(했냐 아니냐)이 초점임을 확실히 보여주셨다. 오히려 2달란트 종을 포함시킴으로써 달란트 차이가 노력 시행 여부의 이유가 전혀 되지 않음을 강조하셨다. 그게 예수님의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2. 노력했으나 성과가 없는 경우

비유에 이런 경우는 빠졌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가 꽤 많다. 열심히 사역했지만 열매를 거두지 못한 경우, 열심히 섬겼지만 결국 배신 당한 경우, 열심히 베풀었지만 감사함을 모르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경우 등.

(1) 예수님이 비유에서 이런 경우를 넣으셨다면? 즉, 2달란트 받은 종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다 날렸다! 만일 그랬다면 아마 강조점(성과가 아니라 노력)이 희석되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성과에는 큰 관심이 없으시다! (적어도 이 비유에서는) 하나님은 노력 여부에 관심을 가지신다. 따라서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는 경우에도 분명히 ‘착하고 신실한 종아!’라고 칭찬하실 것이다. 

(2) 성경 인물의 예: 예레미야

선지자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유다 백성의 회개를 촉구했지만, 유다 백성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를 박해했다. 심지어 나라가 망하고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예레미야의 경고를 무시했다. 예레미야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결과만 보면 그의 사역은 철저한 실패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신실/충성을 기뻐하셨다.

렘 1:19 그들이 너에게 맞서서 덤벼들겠지만, 너를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보호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나 주의 말이다.

성과가 아니라 신실/충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

(3) 성경 외 인물의 예: 빈센트 반 고호

(a) 살아 생전에는 단 한 점의 그림 밖에 팔리지 않았다. 평생 정신질환을 앓았다. 화가 폴 고갱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충동이 격해져서 면도칼로 자기 귀를 자르고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정신질환이 계속 악화되다가 결국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b) 게다가 그는 원래 화가가 아니라 목사가 되려고 했었다. 아버지가 네달란드 개혁교회 목사였기에 자연스럽게 신앙적 영향을 받고 자랐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교에 가야 하는데, 라틴어, 그리스어 등 고전어가 필수였던 신학교 입학시험에서 떨어졌다. 

신학교 입학에 실패한 후 대신 ‘전도사’로서 사역할 기회를 얻고, 1880년대 초반에 벨기에의 탄광 지역에서 광산 노동자들을 섬기며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그는 설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광부들과 똑같이 가난하게 살면서 복음을 전하려 했다. 자신이 받은 급여도 광부들에게 나눠주고, 따뜻한 집을 떠나 광부들과 함께 허름한 오두막에서 생활했다. 좋은 옷을 입는 대신,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며 살았다. 아픈 광부들을 직접 간호하고, 위험한 탄광 일을 도우면서 예수님의 삶을 따르려 했다. 말로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의 교회 지도자들은 반 고흐를 인정하지 않았다. 너무 가난하게 살았기에 목사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렸고 따라서 목사의 자격이 없다고 평가했다. 결국 교회는 그를 해임하고 더 이상 전도사로 사역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 고호는 이 사건 이후로 목회자의 길은 실패라고 여기면서 포기하고,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성경을 깊이 읽고, 신앙적인 질문을 했으며, 그의 작품에는 기독교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겨 있다.

(c) 반 고호는 목회자로서의 길이 좌절되고, 화가로서도 당대에는 인정 받지 못한 실패자처럼 보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의 신앙과 예술은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님의 비유에서 영감을 받았고, ‘별이 빛나는 밤’은 정신질환으로 증상이 심해질 때 그 고통을 그림으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그림은 크게 인정 받았고,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게 되었다. 하지만 고호 자신은 좌절과 실패의 연속인 삶을 살았다.

3.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을 때 어떻게 끝까지 충성할 수 있나?

(1) 항상 하나님의 평가 기준을 기억한다.

성과/결과가 아니라 노력/충성이다. 이것이 달란트 비유의 포인트다. 하나님은 우리의 노력과 충성을 보시지, 성과와 결과를 보시지 않는다.

5/2달란트 종에게 똑같은 말로 칭찬하셨다. 금액 차이(성과)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달란트 종이 돈을 까먹지 않았는데도 책망한 이유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은 때로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시대의 변화, 타인의 자유의지(거부, 죄) 등. 이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다. 그래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면, 하나님은 실패에 대해서 책망하지 않으신다. 노력을 받아주신다.

(2) 하나님과의 관계가 목표

예레미야는 사역이 실패처럼 보였고, 백성에게 핍박까지 받았다. 낙심한 나머지 자신의 출생을 저주하기도 했다. 

렘 20:14 내가 태어난 날이 저주를 받았어야 했는데. 어머니가 나를 낳은 날이 복된 날이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는 끝까지 하나님과 관계했고, 하나님께 솔직하게 나아가면서 다시 힘을 얻곤 하였다. 그는 성공/성과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목표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3) 영원한 보상을 바라본다.

딤후 4:7-8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의로운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그 날에 그것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에게만이 아니라 주님께서 나타나시기를 사모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

바울은 고난을 당하고 실패를 겪을 때마다 당장의, 이 세상에서의 결과가 아니라, 영원한 보상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결론

<테레사 수녀의 어록>

(1) 하나님은 성공을 위하여 우리를 부르신 게 아니라, 신실을 위해서 부르셨다.

We are not called to be successful, but faithful.

(2) 성공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는 신실함이다.  

Faithfulness is God's definition of success. 

(3) 나는 성공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는다. 신실을 위해서 기도할 뿐이다. 

I do not pray for success; I ask for faithfulness.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는데 성과가 없다고 낙심될 수 있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이미 성공이다. 

우리의 충성은 당장은 열매가 없을지라도,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하나님이 마음 주시는 것을, 마음주시는 만큼, 능력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하나님께 칭찬 받게 될 것이다. 

청지기로서 유산을 잘 관리하였다고 칭찬 받을 것이다.

계 2:10 죽도록 충성하여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너에게 주겠다.

4/2/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