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6. 노년기에 더 키워야 할 미덕

고전 13:13

그러므로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가운데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지난 주에 노년기에 성숙을 방해하는 요소(악덕)로 네 가지를 살펴 보았다. 고집(교만), 무기력(나태), 삐침(분노), 노욕(탐욕). 오늘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쌓아가야 하는 요소(미덕)들을 살펴본다. 저자는 믿음, 소망, 사랑에 더해서 절제, 인내, 지혜 등을 소개한다. 3가지만 골라서 살펴보겠다.

1. 지혜

나이가 들수록 더 키워야 할 첫 번째 미덕은 지혜이다. 

(1)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지식과 경험이 많아져서 지혜로워진다.

욥 12:12 (개역개정) 늙은 자에게는 지혜가 있고 장수하는 자에게는 명철이 있느니라.

* 노년의 지혜를 말하는 격언

- 노인의 말은 맞지 않는 것이 별로 없다.(An old man's saying are seldom untrue)(영국 속담)

- 집에 노인이 안 계시면 빌려서라도 모셔라. (그리스 속담)

- 우리들은 젊었을 때 배우고, 나이 들고 나서 이해한다. (미상)

- 인생의 전반부는 글을 쓰는 것이고, 후반부는 글에 주석을 다는 것이다[성찰]. (리처드 로어)

(2) 노년의 지혜는 어디에서 나올까?

예) 유동지능(流動智能, fluid intelligence)과 결정지능(結晶智能, crystallized intelligence)

유동지능은 새로운 추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학습, 이해, 문제해결과 같은 많은 중요한 기술들과 연관되어 있다. 반면에 결정지능은 이전에 학습한 적 있는 일차적 관계적 추상개념을 적용하여 이차적 관계적 추상개념을 연역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것이 지혜이다.

예) 영화 인턴: 경험많은 70세 인턴(로버트 드 니로), 열정많은 30세 CEO(앤 해서웨이)

(3) 지혜로운 부모님이 있는 가정은 복된 가정이다. 

집안이 화목하고 늘 평안하다. 자리에 없는 자녀를 욕하거나 비교하면서 자녀들을 경쟁시키지 않는다. 자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집안의 중심이 된다. 

지혜로운 노인이 많은 교회는 복받은 교회이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넓은 관점으로 안전감을 제공한다.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모범을 보인다. 애매하고 까다로운 일이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기준(사랑)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래서 백발은 영화로운 면류관(잠 16:13)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지혜가 쌓여서 가정과 교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4) 그러나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욥 32:9 사람은 나이가 많아진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며, 나이를 많이 먹는다고 시비를 더 잘 가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엘리바스, 빌닷, 소발의 말을 들은 후 젊은 엘리후의 말)

지난 주일에 살펴본 고집, 삐침, 노욕에서 해방되지 않는다면 점점 더 지혜로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고집불통이자 욕심장이가 되기 쉽다. 

예) 노아(홍수 이후의 음주 실수), 기드온(말년에 금 에봇 우상 만듬), 솔로몬(우상숭배) 

(5) 어떻게 해야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
잠 9:10 주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아는 것이 슬기의 근본이다.

지혜의 근본이신 하나님과 날마다 친근한 교제를 해야 한다. 

약 1:5 여러분 가운데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시고 나무라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구하십시오. 그리하면 받을 것입니다.

매일매일 하나님께 지혜를 구해야 한다. 기도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품으며 지혜를 구해야 한다.

2. 사랑

나이가 들수록 더 키워야 할 두 번째 미덕은 사랑이다. 

나이가 들수록 푸근하게 다른 사람을 돌봐주고 베풀고 섬기는 사랑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

(1) 아마추어: 사랑해서 일하는 사람

은퇴하면 전문직업인(professional)의 자리에서 내려와 아마추어(amateur)가 된다. ‘아마추어’의 문자적 의미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즉, 아마추어는 돈을 벌기 위해서나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그 일을 좋아서, 즉 그 일을 사랑해서 하는 사랑의 사람이다. 그래서 나이 들고 은퇴했지만 사랑을 위해서(순수히 좋아서), 사랑으로, 사랑 안에서 일하고 섬기는 사람, 아마추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멋진가!

(2) 이웃 사랑의 방법

노년기에 이웃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나? 책에서는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1224년)의 개념을 가지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는 모든 방법을 '육체적 자선 행위'와 '정신적 자선 행위'로 나누어서 설명했다. (자선이라고 한 이유는 대가를 받지 않기 때문인 듯 )

- 육신적 자선 행위: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 제공하기, 목마른 사람들에게 마실 것 제공하기, 벌거벗은 사람에게 입을 옷을 제공하기, 거처가 없는 사람에게 거처 제공하기, 아픈 사람 병문안 가기, 포로의 몸값을 지불하기, 죽은 사람 장사 지내기(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반영한 목록)

- 정신적 자선 행위는: 무지한 사람을 가르치기, 의심하는 사람을 상담하기, 슬픈 사람을 위로하기, 죄를 지은 사람을 꾸짖기, 상처 준 사람 용서하기, 고통 준 사람을 인내하기, 모두를 위해 기도하기

(3) 원로(Elder)

이런 구분에 따라서 노년기에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육신적 혹은 정신적 봉사활동를 선택하고 개발할 수 있다. 젊은 세대를 격려하고, 슬픔에 빠진 사람을 위로하고, 믿음이 흔들리는 사람을 상담으로 돕고, 아픈 사람을 방문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는 원로가 될 수 있다. 풍부한 하나님 경험과 인생 체험을 바탕으로 지혜가 쌓여서, 인생을 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된 원로들이 많은 공동체는 복된 공동체이다. 

젊고 패기 넘치는 목회자, 목자목녀, 집사도 필요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베푸는 연로한 목회자, 목자목녀, 집사가 얼마나 귀한가!

랍비 문학: “젊은이에게서 배우는 사람은 익지 않은 포도를 먹고 갓 짜낸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과 같다. 그러나 노인에게서 배우는 사람은 잘 익은 포도를 먹고 숙성된 포도주를 마시는 것과 같다.”

3. 소망

나이가 들수록 더 키워야 할 세 번째 미덕은 소망이다. 

(1) 소망은 절망을 넘어서는 큰 힘이 된다

살아가면서 이루어지지 않은 일들로 인해서 실망과 절망에 빠질 수가 있다. 자포자기 상태. 그럴 때도 소망은 너무나 중요하다. 영화 <쇼생크 탈출>은 소망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보여준다.

(a) 주인공 레드(모건 프리먼 분)은 40년 동안 쇼생크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 흑인 노인이다. 그는 오랜 감옥생활로 인해서 절망(아무 것도 소망하지 않음)에 익숙해졌다. 새로 들어온 또 다른 주인공 앤드 듀프레인이 희망/소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레드는 “소망은 위험한 거야. 소망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Hope is a dangerous thing. Hope can drive a man insane).”라고 대답한다. 괜히 소망했다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너무나 아프기 때문이다.

(b) 그러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온 앤디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감옥 안에서 도서관을 만들고, 모차르트 음악을 틀며, 탈옥을 계획한다. 결국 앤디는 쇼생크 감옥에서의 탈옥에 성공한다.

(c) 그 후 레드는 가석방 심사를 통과해서 40년 만에 자유를 얻는다. 그러나 그는 감옥 밖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자유가 너무 어색하고 앤디와의 우정도 너무 그립기만 하다. 먼저 석방된 감옥 동료 브룩스가 자살한 것처럼 자신도 절망에 빠질 뻔 한다. 그러나 앤디가 말했던 장소로 가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앤디가 남긴 편지를 발견한다. 앤디는 편지에서 ‘소망은 좋은 것이야. 아마 가장 좋을 것일 거야.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Hope is a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라고 했다. 

(d) 레드는 이 편지를 읽고 고민 끝에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감옥에서 앤디가 말했던 멕시코의 해변으로 떠난다. 이 때 내레이션으로 ‘나는 소망한다(I hope)’을 반복한다.

“나는 국경을 건너길 소망한다. 나는 내 친구를 만나서 악수를 하기 소망한다. 나는 태평양이 내가 늘 꿈꾸었던 것처럼 파랗기를 소망한다. 나는 소망한다...” 드디어 소망을 하기 시작한 레드...

I hope I can make it across the border. I hope to see my friend, and shake his hand. I hope the Pacific is as blue as it has been in my dreams... I hope...

(e) 레드의 소망은 자유와 우정에 대한 것이었지만,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나라에 가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앤디를 만나는 파란 바닷가의 멕시코 해변이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으로 가는 소망이다.

마치 앤디의 편지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항상 소망으로 이끈다. 성경은 소망으로 이끄는 초대장이다.

롬 15:4 무엇이든지 전에 기록한 것은, 우리에게 교훈을 주려고 한 것이며, 성경이 주는 인내와 위로로써, 우리로 하여금 소망을 가지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레드의 결단처럼 소망을 붙들고 날마다 살아가자.

(2) 소망은 노년기에 특히 소중한 미덕이다. 

세상은 젊음에 소망을 두라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꿈과 기회, 건강, 발전 등 이런 것들은 젊은이에게 속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이런 것들이 줄어들 때, 진짜 소망이 드러난다. 

진짜 소망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이다.

시 71:5 주님, 주님 밖에는, 나에게 희망이 없습니다. 주님, 어려서부터 나는 주님만을 믿어 왔습니다. (For you have been my hope,SovereignLord, my confidencesince my youth.)

노년의 소망은 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바라보는 소망이다. 인생이 결국은 아름다운 결말을 향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결말은 이 세상에서 보는 게 아니라, 예수님이 다시 오시고 하나님 나라가 완성되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이루어진다. 만물이 새로워지는 그 마지막 때(계 21:5)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계 21:5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노년의 소망은 일시적인 것에 매이지 않고, 하나님과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를 바라본다. 

건강이 약해져도, 소망이 있다면 기도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해도, 소망이 있다면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을 수 있다. 죽음이 가까워져도, 소망이 있다면 천국을 확신할 수 있다.

저자가 소망을 미덕으로 본 이유는, 노년기가 하나님의 영원한 계획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소망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처럼, 노년의 삶을 비춘다.

3/19/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