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5. 노년기에 성숙을 방해하는 요소들

고후 4:16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서론

지난 시간에는 나이 들어감에도 성찰하는 삶으로(행동에서 존재로), 단순한 삶으로(덜 가지고 더 깊어지기), 현실적인 믿음으로(영원을 붙잡으면서 동시에 순간을 기념) 점점 더 깊은 영성의 소유자가 되어 보자고 했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성숙한 인격과 깊은 신앙을 기대한다. 겉사람은 낡아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성숙을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겉사람이 점점 더 강해진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직면하는 일곱 가지 걸림돌을 언급하며, 이것들이 신앙과 인격의 성장을 방해 한다고 말한다. 그것을 악덕(Vice, 반대는 미덕 Virtue)이라고 표현한다. 

악덕은 죄라고까지는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고쳐야 하는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정의상 죄가 하나님의 뜻/법을 어기는 구체적인 행위나 상태라면, 악덕은 그러한 죄를 반복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성향이나 습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해결 방법도 조금 다르다. 죄는 회개와 용서를 통해 해결되는 반면, 악덕은 자기 성찰과 영성 형성/신앙 성장을 통해 개선된다. 이런 면이 주목된다.

저자는 ‘일곱 가지 치명적인 죄’(교만, 시기, 분노, 태만, 탐욕, 탐식, 음욕)를 악덕으로 지목하면서 설명했는데, 너무 내용이 무겁고 또 숫자도 많아서, 그 중 네 가지를 택하고, 일반적인 용어로 바꿔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1. 고집

노년기에 성숙을 방해하는 첫 번째는 고집이다.

옛부터 고집이 센 사람을 가리켜 옹고집, 황소고집, 고집불통, 고집 세다는 ‘안강최’씨. 나이가 들수록 자기 주장이 세지면서 남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1) 원인

(a) 교만: 책에서는 첫 번째로 교만을 지목했다. 고집은 교만에서 나온다. 인생 경험이 많고 아는 게 많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이 강해지고, 자연히 타인의 조언이나 새로운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집을 피우게 된다.

(b) 뇌 연결망 감소: 어쩌면 고집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나이가 들면 사고가 굳어지는데, 뇌과학적으로는 뇌의 연결망인 시냅스가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운 경로들을 만들지 않고 원래 있던 경로만으로 사고하게 된다. 그래서 이전에 생각해왔던 자신의 신념, 가치, 방식만을 고수하려다 보니 고집이 세질 수밖에 없게 된다.

(c) 두려움: 젊었을 때는 두려운 게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 신체가 이전만 못해서 그것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이 생긴다. 그래서 자신이 틀리거나 실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려고 한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을 주장하며 고집을 피운다.

(2) 고집의 폐해

(a) 중요한 결정에 방해

바뀐 환경이나 새로운 기회로 인해서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기존의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그것을 놓치게 된다. 가장 큰 손해는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의 가치관, 생활습관만을 고집하다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 새로운 축복을 놓칠 수 있다.

(b) 갈등 유발과 고립

고집은 소통을 방해한다. 아니, 소통이 안 된다. 어차피 자기 고집대로 할 건데...

예) 나이 든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가장 큰 어려움

고집은 고립을 유발한다. 잘난 척하고 고집 부리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랴! 이용 가치가 떨어지는 순간 모든 사람에게 버림을 받게 된다.

예) 말년에 고집을 부리다가 망한 사울왕

(3) 극복 방법

노화 현상으로 뇌신경, 육체적 쇠퇴가 오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평소에 신앙생활로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을 훈련할 수 있다. 새로운 사물, 새로운 방식에 대한 열린 마음은 하나님 앞에서 늘 새로운 마음을 갖는 훈련에서 비롯된다.

마 18:3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돌이켜서 어린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늘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 유지하기

전 7:10 옛날이 지금보다 더 좋은 까닭이 무엇이냐고 묻지 말아라. 이런 질문은 지혜롭지 못하다.

과거에 대한 지나친 향수나 집착(고집의 원인)를 경계하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씀

2. 무기력

노년기에 성숙을 방해하는 두 번째는 무기력이다.

(1) 원인

(a) 신체적 변화: 노화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면서,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 진다. 

(b) 정서적 변화: 노년기에 겪게 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인해서 무기력해 진다. 이는 자기 비하나 질책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c) 삶의 목적 상실: 은퇴나 사회적 역할 축소로 인해 삶의 의미를 잃고 무기력해 진다. 신앙적으로도 소명/사명이 불분명할 때 무기력해 진다. ‘나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나는 이제 쓸모 없는 존재다.’

무기력에 빠지면 점점 퇴보하게 된다. 영성, 기억력, 활동력이 퇴보된다. 그러나 노년기의 무기력은 단순히 영적 나태/게으름이라고 비난할 수 만는 없다. 비난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해와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번 아웃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 엘리야. 하나님의 따뜻한 위로와 돌봄으로 회복됨

(2) 극복 방법

(a) 신앙 루틴: 말씀과 기도가 루틴이 되어야 한다. 습관과 루틴이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에서 그나마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된다.

(b) 꾸준한 신체적 활동: 내 몸에 맞는 운동은 몸의 탄력을 유지하고, 정신의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생활 속에서의 운동과 움직임도 계속해야 한다. 몸이 좋아야 의욕이 생긴다.

(c) 소명의식 갖기: ‘직무/책임에서는 은퇴하지만 소명에서는 은퇴가 없다.’ 인생의 단계마다 주시는 소명이 달라질 수 있다. 하나님께 속하는 소명, 의롭게 살라는 소명(본보기), 하나님의 일을 하는 소명. 소명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사명. 이런 소명/사명을 이루려고 할 때 무기력해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럴 때 인생은 결국 늙어서 죽음으로 끝난다는 허무와 슬픔으로 대하지 않고, 영생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d) 가족과 교회 공동체: 공동체의 관심과 권고가 무기력 중에도 의욕을 내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손자녀 보는 재미, 교회 젊은 식구들 보는 기쁨. 관계성 안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주고 당겨주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3. 삐짐/삐침(섭섭함)

노년기에 성숙을 방해하는 세 번째는 삐짐/삐침(섭섭함)이다.

(1) 원인

(a) 무시 당한다는 오해: 노년층은 자신이 더 이상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섭섭함과 상처를 쉽게 받는다. 은퇴, 건강악화 등으로 자신의 역할이 줄어들 때 자존감이 낮아지고, 작은 일에도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오해하고 삐진다.

(b) 과거의 정서적 상처: 어릴 때 충분히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노년기에 다시 떠오르면서 감정적으로 민감해 질 수 있다. 한편, 유교의 가부장적 환경에서 자란 노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여성으로서 대우 받지 못하고 살아왔을 경우가 많다. 노년기에 이런 억압이 삐침으로 폭발될 수 있다.

(c) 감정조절 능력 저하: 나이가 들면서 감정조절 능력이 저하되고 마치 어린애처럼 된다. 그래서 ‘나이 먹으면 애가 된다’고 한다.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하고 삐짐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잘 삐지는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게 된다. 점점 더 고집스럽게 되고 점점 더 고립된다. 따라서 가족, 사회, 하나님을 원망하게 된다. 영적 성장이 아니라 심각한 퇴보를 하게 된다.

(2) 극복 방법

(a) 내적 치유로 자존감 회복: 하나님 안에서 자존감이 강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하나님이 날 사랑하신다는데 뭔 상관이람?’ 나이가 들면서 외적 활동에서 점점 내면의 성찰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b) 섭섭한 마음을 하나님께로 가져가기:

벧전 5:7 여러분의 걱정을 모두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

우리의 모든 걱정과 섭섭함과 같은 감정도 하나님께 맡길 때 때 평안을 주신다.

(c) 가족과 교회 공동체: 노화로 인한 현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해 주고 받아주는 관계가 있어야 한다. 상처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지만 도움도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는다.

(d) 작은 역할 하기: 나이 들어도 계속해서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함으로써 자신의 역할과 쓰임새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예) 초간단 레시피 베이킹, 지역사회 자원봉사

4. 노욕

노년기에 성숙을 방해하는 마지막은 노욕이다.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60세 쯤이 되어야 철이 들고 내가 나를 믿게 된다고 한다. 나이 들고 철이 들면 재물욕, 권력욕, 명예욕, 질투와 집착 등의 욕심을 쉽게 내려놓게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내려놓기는커녕 더 욕심을 붙드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노욕(老慾)이라고 한다.

(1) 원인

(a) 상실감과 불안: 나이가 들수록 건강, 지위, 재산, 인간관계 등이 줄어들거나 약해지면서 상실감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이를 보상받기 위해 또 자신의 중요감을 확보하기 위해, 물질적 욕심이나 자리에 대한 욕심 또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게 된다. 

(b)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 욕심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저항한다. 돈을 움켜 쥐거나, 자리를 놓치 않거나, 건강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c) 탐욕의 습관화: 젊은 시절부터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이를 개선하지 못하면 노욕으로 이어질 가능성

이 크다.

(2) 극복 방법

(a) 내려 놓음의 훈련: 재산, 지위, 인간관계를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예) 하바드 박사 이용규의 <내려놓음>

예) 노인 십계명: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 나이는 감추고, 마음은 열어라. 한마디 말을 했으면, 열마디 말을 들어라. 마음은 비우고, 감정은 채우라(욕심은 버리고 감탄, 감사를 많이 하라).

(b) 다음 세대 세우기: 욕심을 내려놓으면 자연스럽게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돈을 죽을 때까지 움켜 쥐는 게 아니라 자녀와 다음 세대에게 나누어 주기. 자리를 내려놓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기. 자녀와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재산이나 권력을 내려놓으며 기여할 때 존경받는 노년으로 받아들여진다.

예) 모세의 은퇴도 차세대 지도자 여호수아를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c) 영원한 것을 바라보기: 예수님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마 6:19-20)고 하셨다. 이 땅의 재물과 명예가 아닌, 영원한 하나님 나라와 그 나라의 가치(사랑, 섬김 등)를 바라보아야 한다.

결론

노년기에 성숙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살펴 보았다. 고집(교만), 무기력(나태?), 삐짐/삐침(분노), 노욕(탐욕). 날마다 하나님 앞에 서서 자신을 성찰하고 성령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쳐 나가지 않으면 우리도 그런 요소들에 붙들려서 깊은 영성의 소유자가 되기는커녕 ‘고집스러운 노인네’가 되기 쉽다.

애 3:23 주님의 사랑과 긍휼이 아침마다 새롭고, 주님의 신실이 큽니다.

날마다 새롭게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붙들자.

3/12/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