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2. 인생 후반기의 소명은 매우 중요하다

전 12:1-2, 고전 1:9 

1. 두 은퇴자 비교

프랭크는 어느 회사의 CEO 자리에서 은퇴한다. 그는 은퇴기념 만찬자리에서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말했다. 은퇴 후에도 자문 활동을 하면서 회사와 관계를 맺고, 파트타임식으로 사업도 할 거라고  한다. 이제는 재산을 꽤 모아서 굳이 생계유지를 위해 일할 필요는 없다. 교회의 사역에도 참여하고(그동안은 그러지 못했음), 해외봉사도 가려고 한다. 

존은 평생 신문사를 다녔다. 은퇴기념 만찬자리에서, 시니어 판매 직원으로서 공로를 인정하는 표창을 받았다. 그런데 이 만찬에서 그는 전혀 뜻밖의 발표를 했다. 그는 인생의 진로를 확 바꿀 계획이다. 그에게는 단 하나의 계획이 있다. ‘잘 죽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재산을 최소한으로 줄일 생각이다. "여행자가 여행이 끝날 무렵에 짐을 늘리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일이 또 있는가?" (키케로) 그동안 필요한 만큼 책도 많이 읽었다. 이제는 자녀들을 위해 회고록을 남기고 싶다. 묵상기도와 중보기도를 더 배우고 많이 해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하고 싶다.

당신이 두 만찬에 참석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누가 은퇴와 노년에 관해서 더 성경적으로 바람직한 자세라고 보나? 

저자는 존! 그 이유는?

(1) 프랭크의 한계

프랭크는 은퇴 후에도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계획하며, 해외봉사와 교회 사역 등을 꿈꾼다. 이는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활용해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좋은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외적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내면적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또 ‘세속적인 직업’서 벗어나 교회 사역만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소명에 대한 오해가 있다. 

(2) 존에 대한 긍정적 평가

그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우선시 하고 있다. ‘잘 죽는 법’을 배우고자 하며, 묵상기도와 중보기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추구한다. 또한 삶의 끝을 준비하는 지혜가 엿보인다. 존은 자신의 재산을 줄이고 자녀들을 위해 회고록을 남기며,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전 12:1-2 젊을 때에 너는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고생스러운 날들이 오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할 나이가 되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먹구름이 곧 비를 몰고 오기 전에, 그렇게 하여라.

‘고생스러운 날’은 노년기의 쇠약함, 무기력함, 그리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상태를 상징한다. 전도자는 이러한 시기가 오기 전에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 배우고 추구하라고 한다.

존은 세상의 성공이나 외적 활동보다 내면적 성숙과 영원한 가치를 추구한다.

2. 소명과 사명의 차이

소명(부를 소 召, 명령 명 命)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이고, 사명(使命)은 맡겨진 임무이다. 

소명(Calling)은 하나님께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람을 부르시는 것으로,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공한다. 사명(Mission)은 그 소명을 따라 구체적으로 행해야 할 임무와 책임이다.

소명 없이 사명 없고, 사명감 없는 소명 없다.

예1) 바울: 이방인의 사도라는 소명을 받았다. 그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3차례의 선교여행의 사명, 왕과 귀족들 앞에서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사명, 서신서를 쓰는 사명 등 여러 사명을 부여받았지만,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킴으로써(딤후 4:7) 자신의 사명을 완수했다.

예2) 나는 목회소명을 받았다. 복음을 전하여 영혼을 구원하고 양육하라는 소명이다. 이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교회를 개척하는 사명, BBC에서 독립하는 사명, 가정교회로 전환하는 사명을 감당했다. 이제 교회 건물의 재정적 기반을 닦는 사명(안수집사님과 함께)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

소명은 하나님께서 크리스천 뿐 아니라 창조하신 모든 사람에게 주시는 부르심이다.

예3) 스티브 잡스: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소명을 받았다. 이를 위해서 애플이라는 회사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예: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을 개발하는 사명을 감당하므로써  기술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3. 소명의 3가지 차원

(1) 하나님께 속하라는 소명 

우리의 첫 번째 소명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음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안식하고 교제하기를 원하신다.

고전 1:9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부르셔서 그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교를 가지게 하여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시는(소명) 이유는 하나님 나라에 필요한 일꾼으로 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서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해서이다. 하나님께 속하는 것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보다 앞선다. 이 소명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과의 교제는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고 강렬해진다. 

(2) 의롭게 살라는 소명

두 번째 소명은 하나님과 사람들과 올바르고 의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소명은 도덕적인 삶을 넘어, 다음 세대에게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포함한다.

딤후 3:10 그대는 나의 가르침과 행동과 의향과 믿음과 오래 참음과 사랑과 인내를 따르며

바울은 젊은 제자 디모데에게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을 보고 배우라고 하였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주로 본을 보여서 가르친다. 모든 교육은 결국 모방의 과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지혜와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하고 의로운 삶을 살도록 부름받는다.

(3) 하나님의 일을 하라는 소명  

세 번째 소명은 교회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이 소명은 재능, 소질, 사역, 직업, 역할, 일, 사명 등을 포함한다.

소명은 단순히 ‘종교적 직업’이나 ‘목회적 역할’에 한정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  

이른바 '세속적인 직업’을 가진 크리스천들이 의미 있는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신학교를 가고 목회자가 되려고 한다. 물론 그것이 그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일수도 있다. 하지만 세속적인 일을 버리고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세상의 무수히 많은 직업 안에서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지속적으로 창조하고, 유지하고, 변화시키고, 완성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 사업이나 직장생활, 자녀 양육이나 집안 살림도 하나님의 일에 포함된다.

예) 14세기 영국의 월터 힐턴(Walter Hilton)

세속적인 직업에서 벗어나 수도원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어느 사업가에게, 자기가 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말고 실천하는 마르다의 삶과 관상하는 마리아의 삶을 조화시키라고 조언

4. 소명에 대한 오해와 설명

(1) 하나님은 우리를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보다 훨씬 좋은 놀라운 목적을 가지고 계신다! 

(a) 계획(Plan): 일반적으로 계획은 구체적인 단계와 절차를 포함하며, 특정한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론적 접근이다. 사람들은 종종 하나님의 ‘계획’을 자신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결정으로 이해하려 한다. 예)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지 등.

(b) 목적(Purpose): 목적은 더 큰 그림에서 삶의 궁극적인 이유와 방향성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한 사건이나 결정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인 존재 이유와 연결된다.

하나님의 관심은 우리의 삶을 특정 방식으로 조정하는 ‘계획’에 있지 않고,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며 그분의 영광과 사랑을 드러내는 ‘목적’에 있다.

계획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불안하다. 반면 목적은 실수까지도 포함해서 궁극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소명은 계획 차원이 아니라 목적 차원이다.

(2) 소명은 종교적인 일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칼빈은 성도는 이웃에게 가장 큰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것은 목사가 되거나. 기독교와 관련된 일을 하거나, '사람'을 섬기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직접 '사람'과 관련이 없더라도 우리는 재능과 소질을 가지고 이웃에게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 (일은 세상에 유익하다. 일은 이웃을 사랑하는 실제적 방법이다)

5. 인생 후반기의 소명 발견하기

“우리는 언제든지 하나님의 소명을 새롭게 받는다. 그러므로 매 순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 칼 바르트

인생의 단계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소명은 달라질 수 있다. 젊을 때는 직업이나 가정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소명을 주셨다면, 나이가 들수록 내면적 성숙과 영적 깊이를 통해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소명을 받을 수 있다. 

예) 에스터는 왕후가 된 이후에 뒤늦게 자신의 민족을 구하라는 소명을 받았다.

그러기 때문에 소명을 받을 준비가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명의 본질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소명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구체적인 지침이 있다.

(1) 즐거움, 열망, 내적 부담 살펴보기

하나님은 우리 각자를 특정한 방식으로 일하고 섬기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만드셨다. 이런 것은 평생 지속된다. 이런 것을 통해서 소명을 주신다. 이에 따라 재능과 소질이 개발된다.

(2) 평생 크게 변하지 않는 성격

소명은 이런 성격과 연관성이 많다.

영접/회심은 성격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묶고 있던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한다.

예) 사람은 절대로 안 변해! 성격은 안 변한다. 하지만 죄의 나쁜 습관은 고치면서 좋은 습관과 인품은 변한다.

(3) 주변 환경

출생, 가정 배경, 교육과 노동의 경험, 심지어 신체 능력과 감정의 역량 또는 한계까지 우리의 소명을 발견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4) 성경과 기도를 통해 확인하기

직접 확신을 주시기도 하고, 특정한 성경 말씀으로 확인해 주시기도 한다.

결론

소명은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한 역할이나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 의로운 삶, 그리고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깊고 풍성한 방식으로 이 소명을 실현할 기회를 얻게 되며, 이를 위해 항상 깨어 있고 준비된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2/19/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