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3. 인생 후반기의 하나님의 사람들

잠 16:31, 사 46:3-4

현대 사회는 나이 들어감을 문제라고 본다. 사회에 도움이 안 되고 부담만 되는 존재? 

하지만 하나님은 다르게 보신다. 백발은 영화로운 면류관이라고 하며 영예롭게 불러주신다(잠언). 또 백발이 될 때까지(노년에도) 소중하게 가슴에 품고 다니겠다고(보호) 약속하신다(이사야).

오늘은 1부 소명에 관한 마지막 시간인데, 인생 후반기에 소명을 받은 성경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우리도 그런 노년의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1. 노년은 새로운 소명을 받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은퇴 후 뒷전으로 물러서서 삶을 여가와 휴식으로만 채우려 하지만, 성경은 노년에도 새로운 소명을 받는 경우가 있음을 보여준다. 인생 후반기가 소명으로부터 은퇴하는 때가 아니라, 오히려 인생 후반기에 소명을 받고 결실을 맺은 여러 인물들을 언급한다.

(1)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75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결국 100세에 이삭을 얻었다. 

그는 아주 늦은 나이에 소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한 결과, 노년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그들이 맺은 결실은 단지 상속자 아들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이삭->예수)를 통해서 모든 민족이 복을 받는 것이다(갈 3:14; 16). 

(2) 모세

모세가 자신의 진정한 소명을 받은 때는 무려 80세였다. 

노예민족인 이스라엘 민족을 출애굽 시켜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들라는 위대한 소명을 그토록 늦은 나이에 받았고, 결국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3) 시므온과 안나

(a) 시므온: 주님께서 세우신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할 것이라는 성령의 지시를 받은 사람. 어느 날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보았고, 아기 예수를 자기 팔로 받아서 안고 "이방 사람들에게는 계시하시는 빛이요,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라고 선포했다(눅 2:32). 

cf) 눈크 디미티스(Nunc dimittis): 이제 이 종을 세상에서 평안히 떠나가게 해주십니다.

시므온은 몇 살? 불분명 하지만 적어도 70-80대이었을 것이다.

(b) 안나

84세! 성전을 떠나지 않고, 밤낮으로 금식과 기도로 하나님을 섬기던 여인.

그러다가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알아보고 구원의 소식을 모든 사람에게 알렸다(눅 2:38).

이들은 늙은 나이에 메시아를 알아보고 전하라는 소명을 받았다. 그 소명은 아름답게 결실을 맺었다. 그들의 노년은 하나님과 민감하게 관계하는 시간이었고, 다음 세대에 복음을 전하는 통로였다.

(4) 지미 카터

46세에 조지아주 주지사, 52세에 미국 대통령이 됨.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에 미흡한 대응으로 지지율 하락. 재선에 지고 4년만에 레이건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줌.

그러나 그는 퇴임 후 노년에 새로운 성공적인 소명을 받았다. 퇴임 이후 60대에 ‘사랑의 집짓기’(Habitat for Humanity) 등 여러 자선활동에 참여하고, 비공식적인 외교 활동으로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등의 행보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에 대한 공로로 2002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작년 12월 100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내 삶은 끝까지 의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인생 후반기와 노년은 목적과 의미없이 살아가는 지루한 시간이 아니다. 당신은 노년에 어떤 새로운 소명을 받게 될까? 당신이 노년은 어떤 소명으로 채워질까? 하나님께 속하는 소명, 의로운 삶을 사는(본을 보이는) 소명, 하나님의 일(교회&세상)을 하는 소명? 기대가 된다. 

2. 공동체를 섬기는 노년

(1) 구약 시대의 나이든 장로(원로)들은 성문 앞에서 공동체를 위한 판결 내리는 일을 했다.

예) 룻기: 기업 무를 자 판결

(2) 신약 성경에서 교회 리더를 가리키는 단어는 감독, 집사, 장로이다. 이 단어의 용법은 공동체에서 리더십은 연장자와 연관이 있음을 전제한다.

신약 성경에서는 대개 나이 많은 사람을 신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쇠퇴한 사람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신체적인 한계와는 상관없이, 그들은 언제나 교회 공동체에서 장로, 멘토, 상담자, 교사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공동체의 존경과 보호를 받았다.

(3) 넬슨 만델라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다가 무려 27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1994년 무려 76세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인생 후반기에 받은 소명은 인종차별로 분열된 국가 공동체를 용서와 화해로 치유하는 것이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결성하여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는 과거사 청산을 실시했고, 국가폭력 가해자가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친다면 사면하였다. 그의 노년은 개인적 안락이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소명으로 빛났다.

- 인생 후반기는 공동체를 위해서 봉사하며 헌신하는 좋은 시기가 될 수 있다.

3. 죽음을 준비하는 일을 하는 시간

노년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death work)"을 하는 때이다.

야곱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 일

(1) 궁극적인 소망을 분명히 밝히기

죽음(147세)을 앞두고, 아들 요셉에게 자신을 이집트 땅에 묻지 말고 약속의 땅에 묻어달라고 부탁하며 맹세시킴(창 47:27-31).

- 죽음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소망하는 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풍요의 땅 이집트가 아니라 약속의 땅 가나안이다!

우리는 이 땅에 대한 욕심과 미련 아니라, 천국에 대한 소망과 기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2) 유산 상속 정리하기

얼마 후 요셉의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자신의 아들들로 입양함(48:1-6).

요셉이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야곱의 무릎 사이에 두었다가 물러나게 하고,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절하게 한 행동은 고대 사회에서 자식을 공식적으로 입양할 때 취하는 자세였다. 

이는 여러 가지로 놀라운 결정이었다.

(a) 이들을 손자가 아니라 아들로서 각각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조치

창 48:6 이 두 아이(에브라임과 므낫세) 다음에 낳은 자식들은 너(요셉)의 아들이다. 이 두 아이는 형들과 함께 유산을 상속받게 할 것이다.

(b) 손을 엇갈리게 내밀고 안수 & 축복: 상속 순위를 바꿈

나이가 많았으므로, 눈이 어두워서 앞을 거의 볼 수 없었던 야곱은 요셉이 일부러 오른손 쪽에 위치한 므낫세에게 왼손으로 안수하고, 왼쪽에 위치한 에브라임에게 오른손으로 안수하며 축복했다.

이를 못마땅히 여겨서 바로 잡으려고 했던 요셉을 거절하면서 “나도 안다. 내 아들아, 나도 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유산 상속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본인 죽음 후에 집안 싸움 만들지 마라.

예) 워런 버핏은 “자녀가 유언장을 미리 읽게 하라”며 부모들에게 조언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충분히 성숙하다면, 유언장 작성할 때 자녀에게 유언장을 읽어보게 하라고 조언했다. 부모가 이런 결정을 한 논리와 자녀가 사후에 마주할 책임을 모든 자녀가 꼭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후에 일방적인 유언장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가족들을 많이 봤다기 때문이라고 했다.

(3) 남은 감정 정리하기

요셉의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입양하면서 뜬금없이 라헬의 죽음 이야기를 한다. 왜?

창 48:7 내가 밧단을 떠나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 슬프게도, 너의 어머니 라헬이 가나안 땅에 다 와서, 조금만 더 가면 에브랏에 이를 것인데, 그만 길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는 너의 어머니를 에브랏 곧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옆에 묻었다. (에브랏까지 가면 의료 도움을 받을 수 있음?)

요셉의 두 아들을 입양하는 마당에 갑자기 그의 친엄마 라헬이 생각나서?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a) 장인 라반의 집에서 나와서 고향으로 갈 때 

창 31:32 "장인 어른 댁 수호신상들을 훔친 사람이 있으면, 그를 죽이셔도 좋습니다. 장인 어른의 물건 가운데서 무엇이든 하나라도 저에게 있는지, 우리의 친족들이 보는 앞에서 찾아보시고, 있거든 가져 가십시오." 야곱은, 라헬이 그 수호신상들을 훔쳤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다.

(b) 고향으로 돌아온 후 하나님과의 약속대로 베델로 가지 않고, 세겜에 눌러 앉아 있다가 디나의 성폭행 사건을 겪은 후에야 정신 차리고 베델로 가기로 했을 때

창 35:4 그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이방 신상과 귀에 걸고 있는 귀고리를 야곱에게 가져 왔다. 야곱은 그것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밑에 묻었다.

이 때 야곱은 라헬이 장인의 수호신상을 훔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호기롭게 외친 말을 기억하며 소름이 끼쳤을 것이다. ‘그를 죽이셔도 좋습니다!’

(c) 결국 라헬은 둘째 아들 베냐민을 낳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 이후 자신의 멋모르고 한 맹세 때문에 라헬이 죽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야곱은 이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왔을 것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라헬의 아들 요셉과 베냐민을 지나치게 편애 했는지 모른다. 미안한 마음에...

어쩌면 이 때문에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입양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라헬이 일찍 죽는 바람에 더 낳을 수 없었던 자식들을 더 얻게 하려는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d) 포인트는 야곱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평생 마음에 묻어두었던 그 일을 드디어 꺼집어 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일찍 죽은 라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경솔함에 대한 후회, 이후 미숙한 대처(편애 등)으로 복잡해진 집안 사정에 대한 괴로움 등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제 그의 영혼은 평안해졌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 이 책은 알렉스 밀러의 <작별의 풍경>에서 나오는 부분을 인용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비밀과 '흑역사'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 대부분은 그것을 공개하지 않고 무덤까지 가져간다. 그런데 비밀이 드러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인가? 그러면서 속으로 신음하며 아파할 것인가?

그 전에 감정을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갈 것인가?

*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기

* 믿을 만한 사람과 나누거나 상담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기

* 용서와 화해를 시도하기

어떤 방법이든지 간에 감정을 정리하면서 죽음을 준비하자. 

아니, 평소에 감정을 정리함으로써 가볍고 편하게 인생을 살아가자.

결론

인생 후반기는 의미있는 시간이다.

인생 후반기는 새로운 소명을 받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인생 후반기에도 공동체를 섬기며 살아갈 수 있다.

인생 후반기에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궁극적인 소망을 분명히 밝힘, 유산 상속 정리하기, 남은 감정 정리하기

2/26/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