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1. 은퇴를 재구성하라

민 8:23-26, 시 92:12-15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그것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넘어, 신앙적이고 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 나이 듦/고령화/노인화는 단순히 육체적 쇠퇴와 소멸의 과정인가?

• 은퇴 후의 삶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 교회는 노년층을 어떻게 섬기고, 그들의 소명과 영성을 어떻게 격려할 수 있는가?

폴 스티븐스의 <나이듦의 신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유대교 신학자 아브라함 헤셸의 말을 인용한다. “나이듦은 패배가 아니라 성공이며, 형벌이 아니라 특권이다.” 나이듦을 단순히 육체적 쇠퇴와 소멸의 과정으로 보지 않고, 삶의 성숙과 영적 성장의 기회로 바라본다는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 고령화 시대에서 나이듦 신학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와 책 소개

폴 스티븐스 (R. Paul Stevens)는 캐나다 출신의 신학자, 목회자, 그리고 실천신학 교수로, 특히 평신도 신학과 일터 신학(Marketplace Theology)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신학과 일상생활, 직업, 그리고 영성을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현대 기독교인들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발견하도록 돕는 데 헌신해 왔다. 이 책은 그가 70세에 은퇴한 후 8년이 지난 78세에 썼다.

책 제목: 나이듦의 신학 Aging Matters

부제: 당신의 소명을 재구성하라 Finding your calling for the rest of your life

소명, 영성, 유산이라는 3파트 안에 각각 3장씩 있어서 총 9장으로 구성되었다.

1. 성경 속 은퇴의 개념

(1) 성경에는 은퇴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맞다. 성경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없다. 또 현대적인 의미의 은퇴를 언급한 구절은 거의 없다. 

그런 이유는 성경이 은퇴(정확히는 직임에서의 은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성경 시대에는 오늘날의 은퇴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경 시대만이 아니다. 오늘날의 은퇴 개념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등장했다고 한다. 세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연금이라는 것이 없었고, 보통 사람들은 죽기 몇 년 전까지 일을 하였다. 시골이나 저개발국가에서는 아직도 초고령 노인도 뭔가 일을 하고 있다. 은퇴 개념이 없었던 이유는 일찍 죽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20세기 말 평균 은퇴 후 생활 기간이 3년에서 약 15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한국의 경우 60세 은퇴 이후 100세 시대니까 40년?). 

(2) 레위인의 은퇴

민 8:23-26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레위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법이 적용된다. 스물다섯 살이 되는 남자는, 회막에 들어와서 맡은 일을 하기 시작한다. 쉰 살부터는 회막 일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동료들이 회막에서 맡은 직무를 수행할 때에 그들을 도울 수는 있어도, 그들이 직접 그 일을 맡아서 하지는 못한다. 너는, 레위사람이 이와 같이 직무를 수행하게 하여라."

레위인들이 50세에 회막 봉사를 그만두고(은퇴), 젊은 레위인들을 돕는 역할로 전환하라는 명령이 나온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50살에 회막에서 하는 직무에서 은퇴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은퇴 후에 그냥 편히 쉬는 것이 아니라 (젊은) 동료를 도울 수 있다고 한다. 은퇴 후에도 뭔가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모세의 은퇴

신명기의 마지막 34장은 모세의 죽음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하다. 나이는 120세 인데 그 때까지 정정했다.

신 34:7 모세가 죽을 때에 나이가 백스무 살이었으나, 그의 눈은 빛을 잃지 않았고, 기력은 정정하였다.

모세는 늙어 죽은 게 아니라 하나님이 데리고 가신 것이다. 모세에게 맡긴 출애굽의 사명이 다 마치고, 이제 가나안 정복이라는 새로운 사명은 여호수아라는 새 지도자에게 주시려고 했다. 모세는 자신의 사명을 다 마치고 은퇴한 후 요즘 식으로 ‘원로 지도자’로 추대받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은 아예 그를 데리고 가셨다. (너무나 큰 인물이라서?) 그런 식으로 은퇴시키셨다고 말할 수 있다.

성경에 은퇴라는 용어가 없는 이유는 오늘날과 너무나 다른 시대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레위인이나 모세의 경우처럼 은퇴의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2. 은퇴를 재구성하기 5가지

재구성한다는 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비관적인 자세에서 낙관적인 자세로 태도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1) 은퇴는 유익한 충격이다.

충격이라 표현할 정도로 커다란 일이지만, 유익하다고 하는 이유는 은퇴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재평가할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은퇴를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이 남은 여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기 평가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나?’

‘그동안 가족과 다른 사람에게 이바지한 것은 무엇이지?’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지?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2) 은퇴를 개인적 성장의 시간으로 삼으라

(직임에서의) 은퇴 이후는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다.

(a) 지적 성장: 은퇴 후 많아진 시간으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울 수 있다. 

(b) 사회적 성장: 기존의 직장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 취미 동호회, 복지관 등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c) 창조성: 은퇴 후에는 더 많은 자유와 시간이 주어지고 삶의 연륜이 쌓였기 때문에 창조성을 발휘하기 좋은 시기이다. 예) 모네는 76세에 ‘수련’을 그리기 시작했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78세에 이중 초점 렌즈를 발명했다. 

(d) 영적 성장: 은퇴 후에는 더 많은 시간을 기도와 묵상, 말씀 연구에 투자하여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다. 교회 사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3) 재능과 경험을 발휘하라

은퇴는 자신의 재능과 기질, 삶의 경험에 좀 더 적합한 일을 할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다.

여기서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버는 일/직업 정도가 아니라 성경적 관점의 일이다. (나중에 언급)

(4) 소명을 재평가 하라

소명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이다. 직장 생활을 그만 둔다고(은퇴) 해서 소명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소명은 은퇴를 알지 못한다. 은퇴는 단순히 일을 멈추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는 시간이다. 직임에서는 은퇴하지만 소명에서마저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5) 다음 세대를 양성하라

지혜와 경륜을 가진 원로로서 젊은 세대를 도울 수 있다.

시 92:12-15

의인은 종려나무처럼 우거지고, 레바논의 백향목처럼 높이 치솟을 것이다.
주님의 집에 뿌리를 내렸으니, 우리 하나님의 뜰에서 크게 번성할 것이다.
늙어서도 여전히 열매를 맺으며, 진액이 넘치고, 항상 푸르를 것이다.
그리하여 주님의 올곧으심을 나타낼 것이다. 주님은 나의 반석이시요, 그에게는 불의가 없으시다.

종려나무와 백향목은 천천히 자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고 아름다워진다.

3.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이유

은퇴하면 할 일이 없는 건가?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것은 형벌인가?

은퇴 후에도 교회 내에서의 사역과 참여, 자원봉사, 동호회 활동, 새로운 배움, 가족(배우자 혹은 자녀 가족) 돌보기, 혼자 가사노동, 반려동물 돌보기, 자산 관리하기 등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

성경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일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우리는 일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뜻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a) 우리는 관계적인 존재로 공동체를 이루는 존재로 만들어졌다.

하나님 자체가 삼위일체의 사랑과 섬김의 공동체 안에 거하시는 관계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b) 우리는 일/노동을 하는 존재로 만들어졌다.

요 5:17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신다. 따라서 우리도 하나님처럼 일하도록 만들어졌다.

(2) 일/노동은 세상에 유익하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을 만드시고 인간에게 그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창 2:15). 

흔히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세상이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누리고 즐기라고)이 아니라(그런 점도 분명히 있다), 인간이 세상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즉 세상을 돌보라고 인간을 만드신 것이다. 인간의 일/노동은 피조물에게 유익하고 필수불가결하다. 

(3) 일/노동은 우리에게 유익하다.

일/노동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게 한다.

예) 본 회퍼의 ‘노동의 치료적 가치’

"노동은 사람들을 비인격적인 세계로 내몬다. 그리스도인은 형제애가 가득한 세계에서 나와서 비인격적인 세계로 들어간다. 이 새로운 만남에서 그리스도인은 객관적인 눈을 갖게 된다. 비인격적인 세계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그리스도인들을 정화하려고 하나님이 마련한 도구이다." "노동은 그리스도인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는 하나의 방책이다."

이 말은 노동이 단순히 물질적 생산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하나님께 의존하며 영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임을 뜻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4) 일/노동은 이웃을 사랑하는 실제적인 방법이다.

그리스어로 ‘사역(디아코니아)’은 섬김을 뜻한다. 목회, 설교, 상담, 수업, 치료 등과 같이 확연히 눈에 보이는 사역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한 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인터넷 연결, 데이터 입력, 택배 등 ‘비종교적인’ 모든 일이 하나님의 눈에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이런 모든 선한 일은 동료 인간을 사랑하는 실제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은퇴하지 않는다.

(5) 일/노동은 다가올 영생을 준비하게 한다.

우리의 종착지인 새 하늘과 새 땅은 영광스러운 물리적 장소이다. 우리는 천국에서 구원받은 영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격으로 부활할 것이다. 영광스러운 몸을 입은 새로운 피조물이 될 것이다.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현재와는 다른 극적인 변화와 새로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인류의 노동은 확실히 새로운 창조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것이다. 영적인 일과 영적인 삶만 지속되고 하나님께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일과 인생이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이루어진다. 변화된 창조세계가 이전에 그리스도인들이 행한 일들로 꾸며질 것이다. 그러므로 주 안에서 우리의 수고/노동/labor은 헛되지 않다(고전 15:58).

결론

일/노동은 소명의 일부이며, 따라서 우리는 절대로 은퇴하지 않는다. 

직무에서는 은퇴 하지만 소명에서는 은퇴가 없다. 

2/12/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