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7. 청지기로서 유산 남기기

마 6:33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서론

1부 소명: 직업에서의 은퇴는 있어도 소명에서의 은퇴는 없다. 인생의 단계마다 새로운 소명이 주어질 수 있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소명도 있다. (1) 하나님께 속하라는 소명 (2) 의롭게 살라는 소명(모범) (3) 하나님의 일을 하라는 소명

2부 영성: 점점 더 영성이 깊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성찰하는 삶(행동에서 존재로), 단순한 삶, 현실적인 믿음(영원과 순간의 조화)이 필요하다. 버려야 하는 요소(고집, 무기력, 삐짐, 노욕)와 개발해야 하는 요소(지혜, 사랑, 소망)

이어서 3부 유산이다.

유산은 영어로 inheritance(유산, 상속), legacy(유산, 전통, 업적), heritage(문화유산)

유산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자신의 인생이 보람있는 성공적인 삶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본능에 따라서 후손을 얻기 원하고, 죽을 때 후손과 후대에 뭔가 의미있는 것을 남기려고 한다.

이 책은 유산을 남기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더 의미있게 발휘할 수 있을 지를 알려준다. 재산을, 자기 자녀에게 남겨준다는 일반적인 유산상속 개념에서, 재산뿐 아니라 고귀한 가치(legacy, heritage)를, 자기 자녀뿐 아니라 좀더 넓은 대상에게 남기고,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즉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이며, 누구에게 유산을 남길 것인가이다. 

그러나 그전에 잊어서는 안 되는 개념이 있다.

1. 청지기

(1)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 이전에, 우리는 하나님의 청지기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내 것을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주신 모든 것(돈, 시간, 재능)을 잘 관리/투자/분배 하다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에 남기고 가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관리 혹은 분배의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저자는 투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즉, 하나님은 내게 투자(돈, 시간, 재능)하셨고, 그것을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기 원하신다고 말한다. 달란트 비유에서 주인의 달란트를 남긴 종들의 행동을 투자라고 설명하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 시간, 재능을 기꺼이 그리고 과감히 사용(나누고 베풀고 섬김)하는 것을 말한다.

유산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즉, 내 것을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남겨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과 사람에게 투자하면서(나누고 베풀고 섬기고) 남겨주는 것이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색을 내거나 자랑할 게 없다.

(2)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평가하실 때 두 가지 질문을 하실 것이다. 

(1) “내가 너를 아느냐?” 예수님을 영접해서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청지기가 되었냐는 질문이다. 

(2) “내가 너에게 준 것으로 무엇을 했느냐?”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하나님이 맡기신 돈, 시간, 재능으로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실 것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2.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

(1) 돈과 재산

(a) 유언

유언은 남은 가족에게 하나님이 주신 복과 선물을 후손에게 전달하는 형태이자, 공정함을 통해서 화목을 가져다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유언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 때문에 끝까지 통제하고, 조종하고, 분열시키고, 보복을 초래하는, ‘무덤을 뚫고 나온 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유언은 우리의 재산 상황뿐 아니라 영혼의 상태도 드러낸다. 

‘저주를 부르는 유언장’은 사후에도 통제하고 보복을 시도하는 경우이다. 편애를 드러내거나 악감정을 드러내는 불공정한 상속 유언으로, 사후에 가족 내의 불화를 만드는 경우다. 또한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서 사후에도 통제하려는 경우다.

‘축복을 부르는 유언장’은 공정과 자비를 보여주고 결국 가족의 화목으로 이끈다. 유언은 하나님의 공정을 드러내어야 하는데, 남은 가족의 경제력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면 이것은 쉽지 않다. 유언장을 쓸 때, 과거의 상처를 덮고 사랑으로 축복을 남겨야 한다.

(b) 새뮤얼과 에드나의 사례

새뮤얼은 자녀에게 유산을 남기는 대신에 죽기 전에 아내와 함께 모든 것을 다 쓰고 가려는 생각이다. 자신이 자수성가 했기 때문에 자녀들도 독립적으로 키웠다. 재산은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대신에, 자신들이 필요한 대로 쓰고, 상당 부분은 교회나 선교사 후원에 쓸 예정이다. 

에드나는 세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줄 계획이다. 두 자녀는 결혼해서 아이들이 있으므로 좀 많이 필요하고, 막내는 싱글이므로 덜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재산의 4/5는 두 자녀에게, 1/5은 싱글 자녀와 모교회에 주려고 한다.

어떤 선택이 옳을까? 정답은 상황마다 다르다. 하지만 공정과 사랑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c) 나의 경우

소형 나홀로 아파트를 상속 받은 과정. 오래 전부터 나에게 물려준다고 말을 하셨지만, 연배 차이가 많이 나는 어머니 명의로 되어 있어서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뜻밖에 어머니가 급성 췌장암으로 먼저 돌아가시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되었다. 배우자 상속절차로 명의 이전을 하신 아버지는 6남매 중 막내 아들인 나에게 상속하시려는 생각을 구체화 하셨다. 

아버지의 명분은 다른 자녀들은 다 자기 집이 있고, 목회자인 막내만 자기 집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버지를 맡아서 돌본다는 것도 말하지 않은 이유였다. 장남은 오래 전에 아파트를 사 주었기에 괜찮지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던 차남이 걸렸다. 나는 아버지가 임의로 상속을 공표하지 마시고, 적어도 형에게 개인적으로 말씀하시면서 양해를 구해야만, 받는 내가 마음 편하다고 조언했다. 아버지는 일정 금액을 손자 장학금 형식으로 주시면서 형에게 양해를 구하고 형은 흔쾌히 동의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가 상속 받게 되었다.

또한 그로 인해서 사택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교회 대출상환의 고비 한 해를 넘길 수 있었다. 

공정, 사랑, 화목, 교회에 큰 도움이 된 상속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2) 신앙의 유산

유산은 돈만이 아니다. 신앙의 유산(legacy)을 남겨 줄 수 있다.

신앙의 유산은 믿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 지를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어떻게 하나님을 삶에서 가장 우선이자 최고로 대우하며 살아가는지, 그래서 고난이 닥칠 때 어떻게 하나님께 나아가서 위로와 힘을 얻는지, 기쁠 때 어떻게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지(말로만이 아니라), 죄로 물든 세상에서 어떻게 올바르게 신앙인 답게 살아가는지, 등등. 또한 예배, 성경읽기, 기도생활, 다른 사람 대하기/섬기기, 교회를 섬기기 등등.

‘용감하고 우아하게 노년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직접 삶으로 보여주라. 이것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다.’ (미국의 신학자 유진 비앙키)

더 나가서 어떻게 노년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는 훌륭한 신앙의 유산이 될 것이다. 신앙의 유산이 돈보다 더 가치있고 고귀한 유산이다.

3. 누구에게 유산을 남길 것인가?

당연히 가족에게 유산을 남긴다. 가족은 가장 중요한 대상이다. 하지만 크리스천으로서 또 청지기로서 유산을 남기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하나님 나라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1) 그리스도를 위한 일

C.T. 스터드의 '오직 한 번 뿐인 인생'(Only One Life)이라는 시

오직 한 번 뿐인 인생, 속히 지나가리라
오직 그리스도를 위한 일만이 영원하리라

Only one life, ’twill soon be past, 

Only what’s done for Christ will last.

문제는 ‘그리스도를 위한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C.T. 스터드는 19세기 말 영국의 귀족 출신이고 당대 크리켓 스타였지만, 그런 것을 다 내려놓고 선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목회와 선교만이 주의 일인가? 그것만이 하나님 나라의 일인가? 아니다!

(2)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계다. 하나님이 다스리심으로써 하나님의 생명, 평화, 기쁨, 자유가 드러나고 경험되는 세계를 말한다. 공간적인 세계가 아니라 통치권의 세계다. 특정한 장소, 특정한 행동과 일이 아니라, 어떤 장소, 어떤 일을 통해서라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의 일은 하나님의 생명, 평화, 기쁨, 자유가 나타나는 일상생활의 모든 일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교회나 선교 사역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행하는 모든 선한 일을 통해 하나님 나라에 기여할 수 있으며, 그런 방식으로 하나님 나라의 유산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직 그리스도를 위한 일만이 영원하리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3)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청지기로서 교회 사역과 선교나 구제 사역을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모든 종류의 ‘비종교적인’ 일 즉 일상의 모든 일이 하나님 나라에 기여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일’에 청지기의 입장에서 ‘신앙적’ 자세로 임하면 된다.

예) 한 교회를 담당하는 목회자, 한 목장을 책임지는 목자

자신의(하나님께서 맡기신) 시간, 에너지, 물질을 영혼을 구원하고 섬기는 일에 투자한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사랑과 회복을 교회와 목장에 유산으로 남기는 일이다.

예) 영국의 윌리엄 윌버포스가 남긴 하나님 나라의 유산

자신의(하나님께서 맡기신) 정치적 재능과 시간을 노예제 폐지에 투자했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온 세상에 유산으로 남긴 일이다.

예) 책에 나오는 데이비드 하타이는 사업이 번창했지만 자신의 생활방식을 일정 수준에 고정했다. 그 대신 세계 가난한 나라의 빈곤퇴치 프로젝트에 막대한 기부를 하였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공평과 회복을 가난한 나라에 유산으로 남기는 일이다.

이밖에도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일에서 하나님 나라의 특성(사랑, 평화, 기쁨, 회복...)을 나타내는 일을 한다면, 이 모든 일은 하나님을 위한 일이고, 이것이 청지기로서 올바르게 유산을 남기는 일이 된다. 이렇게 유산을 남기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결론

무엇을 누구에게 남기나?

(1) 무엇: 돈/재산, 신앙적 유산, 더 나가서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유산

(2) 누구: 가족, 하나님이 마음 주시는 기관이나 사람, 더 나가서 하나님 나라에 속하는 모든 곳

3/26/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