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식을 위한 준비]

한 해를 회개로 마감하자

요일 1:8-9

서론

대림절이고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는데 왜 회개에 관한 설교인가?

마지막 주일에 있을 파쇄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회개와 용서를 위한 파쇄식은 2013년부터 10년 넘게 해 온 우리 교회만의 전통이다. 나의 죄를 하나님께 회개하고, 나에게 상처/피해 준 사람을 용서함으로써 한 해를 잘 마감하고 새해를 새롭게 맞이하자는 취지다. 

효과가 있나?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다들 앞에 나와서 파쇄를 하니까 할 수 없이 대충 적어서 참여할 수도 있다. 그렇게 형식적으로 참여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나 이런 기회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그래 또 한 해를 그냥 정신 없이 보낼 것이 아니라, 회개와 용서를 기도로 준비해서 참여한다면 커다란 유익을 얻을 것이라 믿는다.

매번 파쇄식 전에 도움이 되는 설교를 하지는 못하지만 올해는 설교 일정상 가능해졌다. 오늘은 회개에 대해서, 다음 주에는 용서에 대해서 설교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잘 준비해서 마지막 주일의 파쇄식에 임하시기를 바란다.

1. 평생 해야 하는 회개

(1) 하나님을 믿으면 다 되는 것 아닌가? 믿음이 있으면 된 것 아닌가?

신앙생활에서 믿음과 회개, 회개와 믿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일어난다. 회개 없는 믿음, 믿음 없는 회개는 불가능하다.

막 1:14-15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께서 갈릴리에 오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

이때의 회개는 단순히 몇몇 잘못한 행위를 고백하는 차원이 아니다. 인생을 잘못 살아왔음을 인정하는 회개다. 존재론적인 회개이다. 존재 자체가 죄였음을 회개하는 회개다. 그렇게 해서 예수 믿는 사람이 된 이후에도 살아가면서 짓게 되는 여러 가지 죄를 계속해서 회개해야 한다.

그래서 일평생 회개가 필요하다. 본문에서 ‘우리 죄를 자백하면’이라는 말은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죄를 자백하라는 말씀이다. 8절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에도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개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2. 회개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회개가 무엇인가? 다음의 3가지가 다 있어야 한다.

(1) 방향 전환: 회개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슈브’는 ‘돌아간다’는 의미이고, 그리스어 ‘메타노에오’는 ‘마음을 고치다’라는 뜻이다. 둘 다 방향을 전환한다는 말이다. 회개는 잘못했음을 깨닫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섰을 때 U턴을 해서 돌아가는 것이 회개다.

(2) 행동 변화: 우리말 ‘회개(悔改)’는 뉘우칠 회(悔)와 고칠 개(改)이다. 잘 번역된 단어이다. 회개는 뉘우치고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결국 행동을 고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뉘우치는 것만을 회개라고 하지 않고, 행동을 고치는 것까지 할 때 회개라고 한다.

(3) 관계 회복: 방향 전환과 행동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로 방향을 전환하느냐,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이다. 하나님께로 방향을 돌려야 하고, 그 결과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하나님께로 돌아가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회개이다. 대상이 없는 회개는 후회일 뿐이지 결코 회개가 아니다.

예) 가룟 유다는 뉘우침은 있었지만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고(자살), 결국 예수님과의 관계는 끝나 버렸다. 반면에 베드로는 뉘우침과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졌고, 결국 예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었다. 이후 올바른 삶을 살아갔다. 이것이 회개이다.

(4) 회개의 유익

회개의 유익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떳떳하게 하나님의 도움을 요구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을 얻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반면에 회개가 없으면, 이론적으로는 죄 용서받고 하나님의 자녀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효력이 없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늘 자신이 없고 죄스럽다. 뭔가 떳떳하지 못하다. 기도에 자신이 없다. 

하나님의 사랑, 은혜, 지혜, 능력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 죄가 하나님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개해야 한다.

3. 회개할 때 일어나는 일

9절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의로우신 분이셔서,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1) 회개할 때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하게 해 주신다. 그러나 이 말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용서하신 죄악이 다시 용서함 받아서 깨끗하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십자가의 효력이 약하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은 우리가 자백/회개할 때, 십자가에서 일어난 죄사함의 효력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죄사함의 효력으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고 심령이 회복되게 된다.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고, 용서받는 기쁨과 감격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되고, 성령님의 인도를 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반대로 회개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력을 보지 못한다. 이론상으로는 용서 받았지만, 하나님께로 돌아가지 않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이다.

(2) 자백/회개할 때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을 탕자의 비유는 잘 보여준다.

탕자가 아버지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죄를 자백한다. 눅 15:21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내가 하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회개할 때, 아버지는 그를 받아주었다.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손에 반지(상속자)를 끼우고 신을 신겼다. 그리고 잔치를 베풀었다. 죽었던 아들이 살아 돌아왔다고 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된 것이다. 다시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탕자를 언제 용서했나? 집에 돌아와서 죄를 자백할 때? 아니다. 탕자가 집을 나갔을 때부터 이미 그를 용서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동네 입구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미 용서했지만, 자백/회개했을 때 비로소 용서가 효력을 발휘하게 되어서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3)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난다. 하나님은 이미 다 용서하셨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죄값을 치르셨지만, 우리가 자백/회개할 때 그 용서가 우리 마음에서 효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4. 무엇을 회개해야 하나?

모든 죄!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를 다 회개합니다? 모르고 지은 죄를 어떻게 회개하나? 알고 지은 죄를 그렇게 두루뭉슬 넘어갈 수는 있나? 

조지 휫필드의 회개 기도를 참고해 보자. (다른 분의 설교에서 참고)

18세기 감리교의 지도자들인 조지 휫필드와 존 웨슬리는 이런 자기 살핌과 회개의 훈련을 꾸준히 했었는데, 조지 휫필드가 1739년 한 편지에서 이것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조지 휫필드는 이렇게 매일 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자기 점검과 회개 훈련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1) 교만에서 겸손으로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본다.

(a) 오늘 나는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깔보지 않았는가? 

(b) 나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아닌가? 이것 때문에 무시당했다고 느꼈는가? 

자신의 교만을 점검해 보는 질문이다. 두 방향이다.

(a) 혹시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깔보는 교만이 내게 있는 건 아닌지?

말로, 표정으로, 마음으로 누군가를 한심하게 여기거나 무시하거나 깔보는 교만이 내게 있었나?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목숨을 내어주신 사람인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b) 나에 대한 비판은 늘 기분 나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반응한다면 이것도 교만 때문이다. 내가 왜 늘 옳아야 하나? 내가 왜 늘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고 인정 받아야 하나? 교만.

그럴 수도 있지. 사실이라면 수용하고 고치면 되고,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니까 상관없다.

더 큰 교만은 이런 식으로도 나타난다.

한 번 정한/말한 것은 절대로 바꾸지 않는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뜻을 따르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가? 당신이 하나님보다 더 높나?

이런 교만을 회개하면서 겸손으로 바꾸어야 하겠다.

(2) 무관심에서 사랑으로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본다.

“내가 누군가에게 불친절하게 말하거나 귀찮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누군가를 비꼬고 깎아내림으로써 나를 정당화하고 높이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나 자신에게 몰입되어서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닌가?” 

인간은 다 자기중심적인데, 이 자기중심성은 죄의 두드러진 성향이다.

다른 사람을 귀찮아함(무관심)과 불친절함을 회개하자. 나를 향한 예수님의 끊임없는 관심과 친절하게 다가오심을 묵상하면서 회개하자.

조급함을 회개하자. 나를 오래 참아주시는 하나님을 묵상하면서 회개하자.

(3) 불안에서 용기로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본다.

“나는 직면해야만 하는 줄 알면서도, 직면해야 할 사람이나 할 일을 회피하지 않았는가? 

나는 불안해하고 염려하지 않았는가? 

나는 신중하게 행하는데 실패하거나, 조급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는가?” 

이런 행동은 불안감에서 야기된다. 그런데 불안은 불신에서 온다. 그래서 이것을 회개해야 한다. 

단순히 용기를 구하기 전에 불신을 회개해야 한다.

예수님은 나를 구원하기 위해 그 끔찍하고 무서운 악을 직면하셨다.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어려운 일을 회피하려는 두려움, 불안함, 조급함을 회개하자. 

불안해하는 것은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교만한 태도이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만큼 지혜롭지 않다. 차분함과 담대함을 주시기까지 주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를 생각하며 불신앙을 회개하자.

(4) 경건한 동기

스스로 이렇게 질문해 본다.
“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서 행동했는가? 

아니면 인정받으려는 욕구,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 또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움직였나? 

아니면 체면상 마지 못해서, 마음에는 없는 상태에서 행동했나?” 

이런 질문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동기를 살피고 잘못된 동기를 회개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잘못된 동기들 속에서 우리가 찾고 있는 만족이다.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된 만족을 다른 것에서 구하는 잘못을 회개해야 한다.

5. 자신의 회개

여러분은 무엇을 회개하는가? 

항상 부정적, 항상 불만죄, 항상 짜증죄, 미움 전파죄

먼저 하나님께 구하지 않은 죄

시간을 낭비한 죄

내 몸은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인데 함부로 사용한 죄: 해로운 음식, 술, 담배, 마약(없겠지?)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심 없음: 형식적인 교회 생활

늘 괴롭히는 제목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딱히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성령님의 도움을 구하자.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내가 버리길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여쭈자. 

다음 주일에 나누어 드릴 용지를 가지고 기도하면서 회개 제목을 적고 회개하자. 

집에서 먼저 회개한 후에 파쇄식을 하자.

2024/12/15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