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쇄식을 위한 준비]

한 해를 용서로 마감하자

마 18:32-33, 막 11:25, 눅 17:3-4

한 해를 회개와 용서로 마감하자. 다음 주에 파쇄식으로 그것을 확인하자.

지난 주에는 회개에 대해서, 오늘은 용서에 대해서 설교한다.

우리 모두 용서의 이슈가 있다. 죄 많은 이 세상에 살면서 상처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보복할 건가? 용서할 건가?

최근에 돌아가신 팀 켈러 목사의 <용서를 배우다>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설교한다.

1. 용서에 대한 4가지 태도

(1) 용서 안함: 용서 대신 복수

저 사람은 벌을 받아 마땅하지 용서 받을 자격이 없다. 내가 당한 고통이 얼마나 큰 데 어떻게 용서해 주나? 용서해 준다면 정의는 사라진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만 해도 용서는 미덕이 아니었다고 한다. 용서는 정의에 반하는 개념(복수는 정의 실현)이고, 나약한 자들이 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용서는 센세이션한 개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복수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것은 큰 불행을 야기한다.

예) 오늘날의 정치적 극단 대립(신문에서 본 글 참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극단적 선택, 이에 분노하여 복수를 다짐한 진보 세력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집회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의 복수 실현. 과도한 적폐청산

윤석렬 대통령의 집권으로 전세 역전. 하지만 여소야대로...

용서와 화합 없이 계속해서 정치보복이 반복되는 가운데 신음하는 대한민국

(2) 조건부 용서: 하는 거 봐서

너 하는 거 봐서 용서해 주겠다. 너도 고생 많이 한 것 같으니까, 용서해 주겠다.

(a) 성경 말씀도 이런 입장을 지지하는 듯 하다.

눅 17: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라. 믿음의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 주어라. 그가 네게 하루에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서 '회개하오' 하면, 너는 용서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이 말씀을 읽으면서 부담을 갖게 된다. 하루에 일곱 번 씩이나 용서하라고?

그러나 적어도 이 사람은 잘못했다고 뉘우치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너무 자주라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회개했다면 용서해 주라는 말씀이다.

그러니까 사과/회개하지 않은 사람은 용서해 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아니다.

막 11:25 너희가 서서 기도할 때에, 어떤 사람과 서로 등진 일이 있으면, 용서하여라. 그래야,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실 것이다.

기도 중에, 성령님의 도움으로 서로 등진 일, 상처 받은 일이 떠오른 것이다. 전에는 이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 그런데 기도 중에 성령님이 알려주신 거다. 그런데 그 사람은 사과는커녕 자기가 그런 일이 했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런 상황이다. 그럴 때도 용서하라고 하신다. 그래야 하나님께서도 너를 용서하신다고 하신다.

(b) 용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것이다. 

잘못 했다고 싹싹 빌면 용서하겠다. 회개했다면(잘 따져보고) 용서하겠다. 

사과/회개하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를 해 주나? 

하나님의 답변은 ‘그래도 너는 용서해라. 그게 내가 너에게 한 일이니까.’

가장 불행한 일은 상처/피해로 1차 피해를 당하고, 용서하지 못함으로써 2차 피해를 겪으면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삶이다. 이런 말이 있다.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은 자기가 독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얼마나 안타까운가!

잘못했다고 빌면 용서해 줄께, 내 마음에 만족하는 정도의 회개를 하면 용서해 줄께, 어느 정도 고생하면(벌 받으며) 용서해 줄께... 이런 식의 조건부 용서는 용서가 아니다.

(3) 치료적 용서: 덮어놓고 용서해 버림

용서하지 않으면 네가 괴롭다. 그러니까 용서해 버려라. 너 자신을 위해서 용서해라.

나 편하기 위해서 용서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식으로 많이 설교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이런 태도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

(a) 이 말은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성경도 그런 조언을 한다.

히 12:15 하나님의 은혜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주의하십시오. 또 쓴 뿌리가 돋아나서 괴롭게 하고, 그것으로 많은 사람이 더러워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십시오.

용서하지 않으면 마음에 쓴 뿌리가 생겨서 우리 삶 전체를 망가뜨린다.

엡 4:26-27 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악마에게 틈을 주지 마십시오.

용서하지 않고 넘어가다가는 결국 악마에게 틈을 주게 된다. 더 큰 일을 당하게 된다.

예) 자랄 때 아버지에게 피해 당해서 절대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는 딸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으면 결국 그 미운 아버지에게 지배 당하는 삶을 살게 된다.

어떤 행동이 아버지를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게 되거나, 아버지가 좋아할 것 같아서 절대로 하지 않거나 하는 식의 삶이 된다.

자기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버지에게 속박 당한 채로 살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 아버지는 딸에게 뭐를 잘못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안다 하더라도 용서를 구할 일은 거의 없다. (때로는 이미 돌아가셨다)

(b)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런 접근은 굳이 성경적인 접근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세상에서도 누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용서를 대하는 태도이다.

이런 태도의 문제점은 오직 자신의 상처에만 초점 맞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은 이기적인데, 용서 조차도 자신의 이익 차원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용서는 치유 도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용서는 복음의 핵심이다.

(4) 성경적 용서

물론 용서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용서는 복음의 핵심이다.

(a) 마 18장은 일만 달란트 빚진 자의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일만 달란트는 엄청난 금액.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만 년동안의 봉급이라고 생각해 보라. 당시 로마 황제도 그 정도의 부를 갖지 못했다고 한다. 죽었다 깨도 갚을 수 없는 정도의 큰 금액!

죽었다 깨도 갚을 수 없음을 알기에 왕은 그를 불쌍히 여겨서 그 엄청난 금액의 빚을 탕감해 주었다. (오늘날의 채무탕감제도의 기원?)

그런데 일만 달란트를 탕감받는 종이 돌아가다가 자기에게 빚진 자를 만났다. 백 데나리온은 100일  임금이라고 본다. 열심히 일하면 갚아 낼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일만 달란트 탕감 받은 종은 그 사람의 멱살을 쥐어잡고 그 돈을 빨리 갚으라고 윽박지르고 결국은 감옥에 집어 넣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민망해서 이 일을 왕에게 알렸다. 왕은 일만 달란트 탕감받는 종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악한 종아, 네가 애원하기에, 나는 너에게 그 빚을 다 없애 주었다.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긴 것처럼, 너도 네 동료를 불쌍히 여겼어야 할 것이 아니냐?'

그러면서 탕감을 취소하고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b) 우리는 3가지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 내가 일만 달란트 빚졌다가 탕감 받는 종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을,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 내게 빚진 백 데나리온이 마치 일만 달란트인 것처럼.

물론 내게 빚을 졌다. 상처를 주고 피해를 입혔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용서가 그런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백 데나리온이다. 내가 탕감받은 일만 달란트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것이다.

우리가 받은 상처/피해가 별 것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정말로 아프고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받은 용서, 내가 받은 은혜와 비교해 볼 때 작은 것이라는 말이다.

- 나를 용서하신 하나님의 마음과 기대를

일만 달란트를 탕감해 준 왕은 그가 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탕감해 주기를 바라신다. 자신의 긍휼과 은혜가 다른 사람에게도 흘러 나가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이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해 주기를 기대하신다.

(c) 믿는 자에게 용서는 성경적인 용서에서 출발한다. 

이런 용서는 용서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런 용서는 우리를 겸손케 한다. 심판관의 자리가 아니라 죄인의 자리에 서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용서는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용서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똑같이 정죄 받아 마땅한 존재로 보는 겸손과 함께 그리고 자신이 하나님께 용서받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하는 기쁨. 이 두 마음이 없으면 복수심을 버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럴 때 상처의 치료도 관계의 화해도 올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용서는 어떤 용서인가? 용서 못함/안함? 조건부 용서? 치료적 용서? 성경적 용서?

2. 용서는 무엇인가?

(1) 용서는 결단이다. 마음의 결심이고 다짐이다.

용서는 마음이 생긴다고 하는 게 아니다.

마음이 생기기 전에 할 수 있다. 용서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하셨지, 용서할 마음이 생기면... 이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물론 내 상황이 좀 호전되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용서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다. 관건은 나의 결정이다. 용서의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죽을 때까지 원망에 싸여서 비참하게 살게 될 수도 있다.

용서는 보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그 사람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대가는 하나님이 치르셨고, 앞으로 내가 치러야 한다)

(2) 내가 용서했는 지 어떻게 아나?

일상 속에서의 세 가지 용서의 결심을 지켜 나가는 것을 보면서 알 수 있다.

(a) 그 문제를 스스로에게 계속 상기시키지 않겠다는 결심

만약 내가 그 문제를 너무 자주 생각하고 있다면 그 생각에 빠져들지 않기로 결심해야 한다.

(b) 그 문제를 상대방에게 계속 꺼내지 않겠다는 결심

한 번 용서를 해 놓고, 자꾸 지난 일을 꺼집어 내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이런 실수가 종종 일어난다.

(c) 그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말하며, 그 사람의 평판을 깎아 내리거나 보복하려 하지 않겠다는 결심

우연히 그 사람을 헐뜯을 기회가 생긴다 해도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그 사람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기회가 와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결심을 지켜나가게 될 때, 내가 용서했다고 알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용서는 결단이다. 용서는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전에 하는 것이다.

용서한다는 결심은 기본적으로 나는 보복/복수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일상 속에서는 앞에서 말한 3가지를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용서는 어려운 일인가?

나의 상처와 피해에 집중한다면 한없이 어려운 일이다. 

- ‘백 데나리온’이 ‘일만 달란트’처럼 된다.

내 죄를 용서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잊어버린다면 한없이 어려운 일이다.

- 죄인의 자리가 아니라 심판관의 자리,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아니라 고통에 찌들려 사는 인생

그러나 십자가 용서와 사랑을 기억한다면, 그 은혜가 내 안에 채워진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느낀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2024/12/22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