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성경을 읽을 때 휴대폰으로 읽는 경우도 많아졌고, 교회에 올 때도 성경책 없이 오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점점 디지털화와 편의성 선호의 트랜드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와 불편해도 레트로 감성이 담긴 것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낡아져 버린 성경책을 리폼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2012년 가정교회를 도입하면서 새신자들이 읽고 이해하기 쉬운 ‘새번역’ 성경을 공식적인 성경으로 채택했습니다. 당시 김민규 집사님이 찬송가와 함께 엮인 성경합본을 선물해 주어서 그동안 잘 사용해 왔습니다. 개인 성경읽기 할 때, 설교 준비 할 때, 예배 인도 할 때 그 성경책을 이용해 왔습니다. 은혜가 되는 구절에는 밑줄을 치고, 강조점에는 동그라미도 그리고, 새로운 깨달음이 왔을 때는 간단한 메모도 했습니다. 여러 번 읽었기 때문에, 그 구절이 책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도 알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표지가 낡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시중에서 파는 성경책 표지는 진짜 가죽이 아니라 레자 재질의 합성가죽이기에, 사용하다 보면 표지 껍질이 다 일어나 지저분해 지고, 결국 표지가 떨어져 나갈 지경이 됩니다. 제 성경이 딱 그 모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성경책을 새로 구입해야 할 상황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10년 넘게 손때가 묻은 성경책을 뒤로 하기가 아까워서 일년도 넘게 계속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성경책을 리폼(reform) 해 주는 서비스를 알게 되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가죽 색상과 여러 옵션을 선택하면 장인이 천연가죽으로 정성껏 제작하고 저의 이름까지 각인해 주는 ‘나만의 성경’을 만들어주는 서비스입니다. 리뷰에는 어머님이 평생 사용하시던 성경책을 유품처럼 보관하고 싶어서 의뢰한다는 사연 등 공감이 가는 글들이 있었습니다. 리폼 서비스는 새로 사는 것보다 3배 가까운 비용이 들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여기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나만의 성경책’을 배송 받았습니다.

이제 제 삶의 흔적이 담긴 이 성경책은 어쩌면 제가 죽을 때까지 사용하게 될 성경책이 될 겁니다. 어쩌면 제 장례식장에도 펼쳐 놓고, 또 어쩌면 제 자녀들이 유품으로 물려받게 될 성경책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