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원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을 읽고 드는 생각을 요약과 함께 말씀드립니다. 최근 29개국 15만 건의 성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75세까지 13개 정신질환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21%에 달한다고 합니다. 2021년 미국의 자료에 의하면 18~25세 청년 3명 중 1명이, 26~49세 4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수치입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에 대해서는 한동안은 ‘노력과 의지의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20여 년 전부터는 ‘뇌의 문제’라는 설명이 각광받았습니다. 이에 따라서 환자들은 과학에 기반한 치료를 받게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고정관념이 짙어지는 부작용이 더 커졌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정신건강문제가 점점 더 만연해지고 심각해지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개인의 노력과 뇌의 정상적 활동을 막아서는 ‘주위환경의 문제’를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아이의 뇌에 치명적인 아동기 학대와 빈곤, 완벽으로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 젊은 세대의 무력감과 우울감에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사회가 부조리하고 공정치 않다고 느껴질 때 빠져드는 냉소주의와 번 아웃, 깊은 사유를 방해하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과 상향 비교를 반복하게 하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 차별과 혐오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심지어 자신만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라 강조하는 여러 상업적 목적의 메시지들까지.

누군가는 약해 빠져서 정신질환에 걸린다고 쉽게 말하지만, 실은 쉽게 눈치 채지 못하고, 쉽게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장치들이 개인들을 정신건강문제에 취약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신건강문제의 뉴 노멀은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뇌와 환경의 문제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면 정신건강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안다는 것 자체가 위로(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가 되고, 이해와 연민(저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저토록 고통당하고 있구나)을 갖게 하며, 연대감(나도 언제 저렇게 고통 당할 수 있으니까)을 갖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나님, 이 땅을 긍휼히 여기소서! 하나님, 이 땅을 고쳐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