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하는목장의 김 헌입니다.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짓을 더 많이 하며 살아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침례를 받을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모태신앙은 아니지만 정말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습니다. 제가 살던 집 바로 옆 건물이 교회였습니다. 그래서 주일에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성서침례교회인 그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부활절에 계란 받으러 간 것이 저의 첫 예배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희 부모님은 교회에 같이 다니지 않으셨고 누나랑 같이 갔었는지 아닌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매 주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교회를 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 2학기를 거의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 갔습니다. 미국 서부 샌디에고에서 중학교 3학년 2학기로 월반 편입 했습니다. 월반 편입이라서 당시 저는 제가 굉장히 영리하고 특별한 줄 알았습니다. 그냥 제 또래 나이에 맞게 편입된 것뿐인데 말입니다. 이때부터 저의 자만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한인 2세 친구들을 만나서 영어도 배울 겸 그 친구들이 다니는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무슨 감리교회였는데 교회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다닌 지 한 1년 후 다들 샌디에고 갈보리 장로교회로 옮기길래 저도 그냥 따라갔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앙은 없고 그저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교회를 계속 나갔습니다. 그렇게 무지성으로 몇 년을 다니다가 고3에 접어들었을 때 쯤부터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자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고통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기적을 체험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하나님을 믿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상한 신념이 생겼습니다. 특별한 고통도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말하면서 살았습니다!

교회를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 남들이 다 체험한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을 저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믿음과 구원의 확신이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억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작정하고 믿고 싶어져서 부단한 노력을 한 적도 꽤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믿음이란 게 얻어 지지를 않았습니다. 교회의 담임 목사님, 부목사님, 전도사님, 집사님 등등 그 누구도 제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고, 다들 한다는 소리가 제 마음 속에 의심과 화가 많아서 영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만 남발했습니다. 제가 원하지도 않은 영접 기도를 해주고 나서는 이제 제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의 확신이 있다고 말하면서 다들 서로의 공헌을 자축했습니다. 정작 저는 아직도 먼지만큼의 믿음도 없고 구원의 확신은 더더욱 없고 의심과 화만 더 커졌습니다. 저는 그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막연히 30년 가까이 생활하던 2017년 어느 날, 누나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미국 생활의 처음부터 누나는 저의 보호자 겸 부모인 셈이었습니다. 그전부터 여러 가지 지병으로 병원을 안방 드나들 듯 해왔던 누나가 폐암 1기라는 소리를 듣고, 그날부터 저는 병원에 관련된 모든 일과 병 시중에 들어갔습니다. 잦은 의료검사 예약과 방문, 집도 의사 섭외, 의료보험 관련 업무 등등. 미국에 살아본 분은 아시겠지만, 그 나라는 한국처럼 빠릿빠릿하지 않고, 너무 느려 터지고 제재가 많아서, 제가 다 병에 걸릴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제가 먼저 죽을 뻔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누나는 수술을 받았고 집도 의사는 본인 커리어 최고의 성공적인 수술이었다고 호언장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은 뇌까지 전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수술 후 3백 불짜리 선물을 사서 직접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도 드렸는데 말입니다. 항암치료도 다 소용 없었고 결국 누나는 2019년 8월 27일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누나의 암 투병 기간 동안 저는 어떻게든 누나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 7일 온갖 예배, 기도 모임, 수련회, 집회, 성경 공부, 봉사, 선교 등등 전에는 돈을 줘도 안 했던 일들을 일부러 찾아서 했습니다. 그렇게 울부짖으며 간구했지만, 하나님은 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셨습니다. 2년의 암 투병 기간 중에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지 누나가 소천한 그날 병실 내에서 다들 우는데 저만 울지 않고 있었습니다. 물론 나중엔 또 많이 울었습니다. 평생 입에 달고 살았던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고통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기적을 체험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하나님을 믿지 않을 것이다’ 와는 상반된 현실에서, 신기하게도 저는  하나님을 별로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매우 이상했습니다. 그냥 저는 제가 지난 힘든 시간 속에서 조금 성숙해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누나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저에게 다가와 말씀해 주셨습니다. 누나가 살아있을 때 늘 동생 걱정만 하고 살았다며, 투병 기간 동안 제가 어떻게든 누나를 연명하게 하려는 목적 아래 행했던 모든 교회 관련 일들을 통해 제가 하나님께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게 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또 목사님은 누나가 누나의 마지막 사명을 다하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떠나신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나의 마지막 사명은 제가 하나님을 믿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적인 마음은 아직 전혀 없었고 그저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너무나도 조건적인 마음이었는데 어찌 됐든 매일 하다 보니 조금 변했었던 것은 맞는 거 같습니다!

직계가족을 다 여의고 더 이상 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저는 누나가 소천 한 지 1년이 조금 지나서 한국에 영구귀국 했습니다. 처음엔 양재동 온누리교회에 나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예배 드리는 것조차 매우 힘들었고, 새로 온 교인이라 관심도 받고 싶었고 목장에도 소속하고 싶어 담당자에게 전화했는데 코로나 시즌이라 사람들과 만나고 교제할 생각은 버리라는 차가운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무렵 김주연 누나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김주연 누나는 저의 누나의 가장 가까운 친한 동생이었습니다.  누나는 ‘우리 교회 목사님의 말씀 참 좋은데 한번 예배 드려볼 생각 없냐?’라는 말에 찾아온 그 주일이  사랑하는교회에서의 첫 예배가 되었습니다. 저는 비록 날라리 신자지만 항상 교회는 사람보고 가는 게 아니라 말씀을 따라가는 거라는 신념은 있어서 설교 말씀에 집중했는데, 목사님의 설교가 너무너무 좋았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쭉 사랑하는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중간에 잠깐 방황의 시간을 갖은 적도 있었지만 하나님은 저를 계속 붙잡고 계셨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제 와이프될 정지인 자매에게 우리 교회에서 같이 예배 드리면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와이프가 흔쾌히 받아 줬습니다.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아직도 이 교회를 섬기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박덕주 목사님의 말씀 때문입니다!  그 오랜 세월 서너 군데의 교회를 다니면서 저는 그 어떤 목회자의 입을 통해서도 듣지 못했던 말씀이 박목사님을 통해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모든 목회자분들은 제가 드리는 질문과 고민거리에 대해 일관되게 ‘네  안에 의심과 화가 많아서 그렇다’고 답하면서 그 상황을 회피하고 떠났습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강단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신도들과 함께 눈물 흘리면서 기도하셨습니다. 그 분들에게 저는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목사님은 다르셨습니다. 제가 드리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면서 답해 주셨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생명의 삶 성경 공부를 통해서 마음에 평화가 오고 하나님에 대해서 조금씩 더 관심을 두게 되고, 머리로 논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삶 성경 공부 중 예수님을 영접하는 부분에서 저는 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기꺼이 마음을 열고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점점 조금씩 변해가는 저 자신이 굉장히 신기했고 하루하루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비칠 때면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참 불가사의한 일상이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년 무교로 지내온 제 와이프도 남편인 저를 따라 예배를 드리고 목장에 목원으로 있고 매주 화요일 밤에 성경 공부 같이 하는 등등 모든 게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고 참 신기합니다.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삶인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처럼 매일매일 시험 당하고 하루에 수십 번씩 넘어지고 깨지고 내 생각이 하나님의 주권을 넘어서려 할 때도 정말 많지만, 그때마다 예배나 성경공부 때 마음으로 느꼈던 그 순간을 되짚으면서 그 오묘한 마음, 예수님이 저와 함께하는 것 같은 그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님이 베푸시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의 죄와 나태함을 아시면서도 저에게 과분한 사랑을 주시는 주님에게 이 모든 영광 돌립니다. 주 안에서 한 가족이 된 사랑하는교회 모든 성도님들께 감사드리고, 침례식을 통해서 다시 태어나는 은혜를 주시는 주님께 이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