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서]
2. 자리에는 사명이 따른다
본문: 에스더 2장(19-23)
서론: 섭리의 3가지 요소
서론에서 섭리에 관한 내용을 조금씩 설명하려고 한다.
섭리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단지 방관하거나 내버려두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보존하시고, 인도하시며, 통치하신다는 교리이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과 선하심, 그리고 시간 속에서 일하시는 계획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히 1:2-3 하나님께서는 이 아들을 만물의 상속자로 세우셨습니다. 그를 통하여 온 세상을 지으신 것입니다. (...) 그는 자기의 능력 있는 말씀으로 만물을 보존하시는 분이십니다.
1. 신학자들은 섭리를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1) 보존(Preservation): 하나님은 창조하신 피조물의 존재와 생명을 유지시키시는 분이시다. 피조물들은 자체적인 능력으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만 생명을 유지하고 존재할 수 있다.
(2) 협력(Cooperation): 이는 하나님께서 인간과 피조물의 모든 행동에 관여하시되, 그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신다는 개념이다.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충돌없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신비가 담겨져 있다.
(3) 통치(Government): 하나님은 모든 역사의 과정과 사건들을 궁극적으로 선한 목적을 이루도록 섭리하신다(롬 8:28).
이 교리는 기독교 신앙에 실질적 위로를 준다. 성도는 세상의 혼돈 속에서도, 고난 중에도, 하나님이 여전히 모든 것을 통제하시며 선한 뜻으로 인도하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2. 섭리와 신정론
한편 섭리는 신정론(theodicy)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왜 선하신 하나님이 악을 허용 하시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섭리는 완전한 논리적 해답을 제공하기보다는, 하나님이 악의 한복판에서도 혹은 악을 사용하시면서도 자신의 뜻을 성취하신다고 답한다. 십자가는 이런 섭리의 절정이다. 가장 극악한 죄의 사건이 하나님의 구원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행 2:23 이 예수께서 버림을 받으신 것은 하나님이 정하신 계획을 따라 미리 알고 계신 대로 된 일이지만, 여러분은 그를 무법자들의 손을 빌어서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섭리는 단순한 운명론이나 우연의 결과를 부정하고, 하나님이 모든 역사와 삶의 중심에서 일하고 계신다는 믿음의 교리이다. 이 교리는 신자의 일상과 신학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신뢰와 순종의 기초가 된다.
본문 설명
1. 에스더의 왕후 등극(에 2:1–18)
와스디 왕후가 폐위된 후, 아하수에로 왕은 새 왕비를 찾기 위해 전국의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을 모은다. 이 세속적이고 외모 중심의 기준은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문화(세상의 문화)를 반영한다.
왕후 자리는 꿈도 꾸지 않았던 에스더도 일방적으로 뽑혀갔다. 에스더는 미모와 태도, 겸손함으로 왕의 눈에 들고, 마침내 기적적으로 왕후가 된다. 하지만 배후에 하나님이 계셨다. 모든 조건, 모든 타이밍이 ‘이 때(유대인의 구원)를 위하여’ 준비된 것이다.
2. 모르드개의 정체와 에스더의 신분 은폐(에 2:5–11, 20)
모르드개는 베냐민 지파로 그의 집안은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할 때 포로로 잡혀왔다.
6절 그는 바빌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서 유다 왕 여고냐(여호야긴)와 그의 백성을 포로로 끌고 왔을 때에, 함께 잡혀 온 사람이다.
이 일은 바벨론 1차 포로 시기인 주전 597년이고, 에스더가 왕후가 된 것은 페르시아 아하수에로 7년(주전 479년 경)이므로 120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6절의 ‘그’는 모르드개가 아니라 모르드개의 조상(시므이? 기스?)을 말한다고 봐야 한다.
모르드개가 에스더를 딸처럼 양육했다고 하니 아마도 50대 정도가 되었을 듯하다. 그는 에스더를 왕궁 안에서 지혜롭게 인도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조언에 따라 자신이 유대인임을 밝히지 않았다.
질문: 굳이 유대인임을 밝히지 않았어야 했나?
2:10 에스더는 자기의 민족과 혈통을 밝히지 않았다. 모르드개가 에스더에게, 그런 것은 밝히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2:20 에스더는, 자기의 혈통과 민족에 관해서는, 모르드개가 시킨 대로, 입을 다물었다.
특히나 왕후로 지원한 마당에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
(1) 일단은 에스더가 “나는 유대인이 아니다”라고 거짓말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질문받지 않았기에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때로 지혜롭고 절제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전략과 유사하다.
예) 바울도 빌립보 감옥에 투옥될 때 처음부터 로마 시민권자임을 밣히지 않고, 빌립보 간수 집안이 구원 받은 후, 풀려나는 적절한 순간에 공개했다(행 16장).
(2) 당시 페르시아 제국 내에서의 유대인의 위치
(a) 비록 초대 왕 고레스가 유대인에게 우호적이었지만(포로 귀환명령), 그 이후 페르시아에 남아서 살고 있는 유대인은 차별받거나 경계의 대상인 소수 민족이었다. 다민족이 평화롭게 각자의 권리를 누리면서 살아가는 상황이 아니었다.
(b) 예) 하만의 과장과 선동 주장
3:8 하만은 아하수에로 왕에게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다스리시는 왕국의 여러 지방에 널리 흩어져 사는 민족이 하나 있는데, 그들은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삽니다. 그들의 법은 다른 어떤 백성들의 법과도 다릅니다. 더욱이, 그들은 임금님의 법도 지키지 않습니다. 임금님께서 그들을 그냥 두시는 것은 유익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인은 자신들의 율법을 지키면서, 페르시아 제국의 법(임금님의 법)과도 충돌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율법의 일부 조항들(안식일, 음식법, 할례 등)을 지키는 것이 종종 비협조적, 배타적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혐오와 차별의 분위기.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하만의 유대인 말살계략에 제국적인 호응이 있었던 것이 그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또한 도에 지나쳐 보이는 유대인의 보복도 그런 분위기에서의 반작용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모르드개는 이런 분위기를 잘 알았기에 에스더에게 굳이 유대인임을 밝히지 말라고 조언한 것이다.
(3) 이 일은 나중에 섭리의 도구가 되어서 놀라운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에스더가 처음에는 유대인 신분을 숨겼지만 결국 하나님의 때에 공개함으로써 놀라운 반전은 더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에스더 7장에서 에스더가 자신의 민족을 밝히며 하만을 고발할 때, 왕이 충격을 받고, 그 충격은 하만을 향한 분노로 이어졌고, 결국 유대인 구원으로 이어졌다. 놀라운 섭리다.
3. 모르드개의 충성: 암살 음모의 폭로(에 2:19–23)
모르드개는 대궐 문에서 근무하였다. 그는 에스더가 왕후가 되기 전부터 궁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고대 근동사회에서 성문은 재판, 행정, 정치 결정이 이루어지던 곳이었기에, 단순한 궁궐 문지기라기 보다는 왕실의 하급 관료 혹은 서기관 계열 행정직으로 볼 수 있다.
어느 날 모르드개는 우연히 왕의 암살시도 대화를 듣고 에스더를 통해 이를 고발했다. 두 내시는 사형을 당하고 이 사건은 궁중실록에 기록만 될 뿐 아무런 보상도 없이 지나간다.
아무런 보상이 없어서 모르드개는 섭섭했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1)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의 수고와 의로운 행위를 장부에 기록하신다.
말 3:16 그 때에 주님께서는, 주님을 경외한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을 똑똑히 들으셨다. 그 가운데서도 주님을 경외하며, 주님의 이름을 존중하는 사람들을 당신 앞에 있는 비망록에 기록하셨다.
(2) 때로는 즉각적인 보상이 없지만,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식에 따라 갚아주신다. 나중에 이 궁중실록의 기록이 하나님의 반전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모르드개는 당장 보상을 받으면 안 되었다. 당장 보상을 받으면 나중에 커다란 반전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에스더가 기적적으로 왕후가 된 것, 에스더가 유대인 신분을 감춘 것, 모르드개가 공을 세웠지만 보상 받지 못한 것. 하나님은 우연히 일어난 것 같은 이 모든 일들을 섭리의 재료로 삼으신다.
결론: 섭리는 자리를 통해 사명을 준다
에스더는 왕후가 되었고, 모르드개는 궁궐에서 근무하였다. 노력의 결과? 우연? 성경은 이를 섭리라고 한다. 하나님의 계획하시는 바가 있어서 얻게 된 자리였다.
하나님은 우리를 아무 의미없이 어떤 자리 혹은 지위에 두지 않으신다. 그것을 위해서 섭리로 일하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자리나 지위를 통해 사명을 주시는 분이다. 에스더는 유대인 동족을 구하는 사명이었다. 모르드개는 암살 모의를 적발하는 사명이었다.
나는 지금 어떤 자리에 있나?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그것은 나의 노력의 결과인가, 우연인가, 섭리인가?
섭리라면 하나님이 기대하시는 분명한 사명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순종하자.
5/28/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