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10. 죽음 너머의 삶(1): 부활과 회복

고전 15:42-44, 계 21:1-5

서론: 죽음 이후를 묻는 질문, 그 깊은 갈망

지난 시간에 ‘죽음을 준비하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끊임없이 배우기(배움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 상실을 통한 교훈을 얻으며 날마다 죽음 경험하기, 노화와 죽음을 순복으로 받아들이기(할 수 없이 받아들이는 순응이 아니라). 그리고 오늘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러면 죽으면 끝인가? 이 질문에 세상의 많은 철학과 종교들이 각자의 대답을 제공한다. 그러나 성경은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분명하고 놀라운 대답을 준다. 

영국의 신학자 톰 라이트(Wright)는 이 주제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의 소망은 단순한 죽음 이후의 삶(life after death)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 after death)이다.” 우리는 흔히 죽으면 천국에 가는 것(life after death)으로 기독교 소망을 단순화하지만, 성경은 더 크고 풍성한 미래를 우리에게 약속한다. ‘죽음 이후의 삶’(life after death)은 천국의 삶을 말하며 이는 영혼불멸 사상과 구분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경은 ‘죽음 이후의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 after death’)으로 표현되는 부활과 새 창조(새 하늘과 새 땅)을 가르친다. 

오늘은 죽음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 살펴본다. 이 책은 네 가지 단계—부활, 회복, 만남, 그리고 새로운 삶(New life)—로 설명하면서 죽음을 넘어선 진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오늘은 부활과 회복만 언급한다.

1. 부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1) 우리의 소망은 '죽어서 영혼이 천국/하늘나라에 가는 것'(life after death) 그 이상이다. 우리의 소망은 우리의 몸이 예수님처럼 실제로 부활해서 새롭게 된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다. 예수님은 무덤에서 살아나셔서 제자들과 함께 먹고 마셨으며, 상처 입은 손과 옆구리를 보여 주셨다. 유령이 아니라, 완전하고 새로운 육체를 지닌 존재로 부활하셨음을 보여주셨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은 부활의 첫 열매이고, 우리도 예수님처럼 몸으로 부활한다고 하였다. 그 부활의 몸은 ‘썩지 않는 몸, 영광스러운 몸, 강한 몸, 신령한 몸’이라고 하였다(고전 15:42-44).

(2) 한편, 성경은 구원받지 못한 사람도 부활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몸이 아니라 영원한 심판을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부활한다고 암시한다.

요 5:29 선한 일을 한 사람들은 부활하여 생명을 얻고, 악한 일을 한 사람들은 부활하여 심판을 받는다.

악인의 부활은 고통은 끊이지 않되, 완전한 소멸은 없는 어떤 형체 혹은 존재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신학자들은 이것을 "부패는 멈추되, 회복은 없는 상태"로 설명하기도 한다.

(3) 이 부활의 소망은 우리에게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해준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영원한 삶의 새로운 시작임을 믿을 때 우리는 낙심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2. 회복: 만물이 새로워질 것이다

계 21:5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만물의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중에 몇 가지만 생각해 본다.

(1) 세상

마지막 때에 우리가 살아온 이 세상은 어떻게 되나? 불심판으로 소멸되고 하나님이 새롭게 창조하시나?

벧후 3:10 주님의 날은 도둑같이 올 것입니다. 그 날에 하늘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사라지고, 원소들은 불에 녹아버리고,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일은 드러날 것입니다.

얼핏 보면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원어와 문맥상 여기서 불은 심판과 정화의 상징이지, 소멸의 수단이 아니다. 멸망이 아니라 정화이다. 거친 광석이 불 속에 들어가 불순물이 제거되듯이, 이 세상 역시 하나님의 불로 정결하게 되어 영광스러운 새 창조로 회복된다.

계 21:1, 5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이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 "보아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한다."

그리스어에는 새롭다는 뜻을 가진 단어가 두 개 있다. ‘네오스’는 시간과 기원에서 새로운 것(예: 새 학기), ‘카이노스’는 본성이나 질적으로 새로운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여기서 '새 하늘과 새 땅'의 '새'는 카이노스이다. 즉, ‘새 하늘과 새 땅’은 이전에 창조된 세상을 갱신하신 질적으로 전혀 새롭게 된 세상을 말한다.

하나님의 구원은 만물의 회복이다. 구원은 이 땅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새로워지고 완성되는 것이다.

(2) 관계

한 번 깨어진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깨어진 관계는 다양한 경우가 된다.

- 용서를 했지만 멀어진 관계: 감정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지만 거리나 신뢰는 회복되지 않은 경우. 용서했지만 화해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우

- 용서하거나 받고 싶어도 진심이 닿지 않은 경우: 한쪽만 용서하거나, 화해를 거부한 경우

- 용서와 화해조차 하지 못한 관계: 죽음, 연락 두절, 외면

하나님은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이 모든 관계들까지도 회복시키실 것이다.

고전 13:12 지금은 우리가 거울로 영상을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마는,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볼 것입니다.

입은 상처, 왜곡된 관점, 오해, 방어로 인해서 지금은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고 용서와 화해가 힘들지만, 새 창조에서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보는 것과 같이 모든 오해가 사라지고, 진심만이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모든 상처가 회복되고 모든 깨어진 관계가 회복될 것이다.

(3) 일/섬김/노동

이 땅에서는 열심히 수고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일들이 많다.

- 자녀를 위해서 희생했지만 올바로 자라지 못한 경우

- 사역에 인생을 걸었지만 열매 없이 끝난 경우

- 사랑으로 가르치고 섬겼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경우

이런 때 우리는 좌절과 함께 "내가 왜 이걸 했지?"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이 땅에서 한 모든 일/섬김/노동을 회복시켜주신다. 어떻게?

(a) 수고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심

히 6:10 하나님은 불의하신 분이 아니므로, 여러분의 행위와 여러분이 하나님의 이름을 위하여 나타낸 사랑을 잊지 않으십니다. 여러분은 성도들을 섬겼으며, 또 지금도 섬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다.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하나님은 기억해 주신다.

(b) 실패했던 일이 정화된 모습으로 열매 맺음

고전 3:13-15 불이 각 사람의 업적이 어떤 것인가를 검증하여 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만든 작품이 그대로 남으면, 그는 상을 받을 것이요, 어떤 사람의 작품이 타 버리면, 그는 손해를 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지만 불 속을 헤치고 나오듯 할 것입니다.

여기서 업적/공력(work)은 동기와 방법을 포함해서 이 땅에서 예수님의 터 위에 세운 모든 일과 수고를 말한다. 그런데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 정직한 동기와 땀 흘린 수고: 불심판을 견디고 그대로 남음, 상급(정화 필요 없이 받아들여짐)

- 불순한 동기와 게으른 수고: 불심판을 견디지 못하고 타 버림, 구원만 받음(정화가 아니라 심판)

그러나 이렇게 딱 두 가지로만 나눌 수 있나? 

- 정화를 통해서 받아들여 주실 업적도 있을 수 있다.

부족했지만 하나님을 위해서 한 정직한 수고는? 이 땅에서의 수고가 완벽하진 않지만(그래서 성과가 없음) 진실했다면? 하나님은 그것을 정화하시고, 남은 것을 새 창조의 하나님 나라에 담아내실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드리는 작은 헌신, 불완전한 순종, 흔들리는 사랑조차도 정직하게 드린 것이라면, 비록 이 땅에서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하나님은 그것을 정화시켜서 새 창조의 세계에서 사용하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복시켜 주신다.

“우리의 행위는 최종 심판에서 불로 시험받을 것이며, 일부는 불타 없어지고 일부는 정화되어 새 창조에 남게 될 것” (리처드 미들턴)

우리가 이 땅에서 행한 모든 일—가정, 직장, 교회에서의 수고와 섬김—이 헛되지 않다. 허무하게 끝나지 않고 그 날 모든 것이 회복될 것이다.

고전 15:58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하십시오. 여러분이 아는 대로, 여러분의 수고(labor)가 주님 안에서 헛되지 않습니다.

결론

인생을 돌아보는 것(review)도 필요하지만, 인생을 미리 보는 것(preview)도 필요하다.

죽음 이후의 삶 네 단계 중 부활과 회복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에 만남과 새로운 삶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이 책을 마치려고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죽음 이후의 삶인가? 죽음 이후의 삶 이후의 삶인가?

우리는 몸의 부활을 입을 것이다. ‘썩지 않는 몸, 영광스러운 몸, 강한 몸, 신령한 몸’을 기대하자.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만물이 새롭게 되며 회복될 것이다. 이 세상, 꼬인 인간관계, 기울였던 수고와 노력 등 모든 것이 아름답게 회복될 것이다. 

따라서 주의 일을 더욱 많이 하자.

4/23/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