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감사

살전 5:16-18

오늘은 추수감사주일이다. 

1620년 영국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하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다음 해 농사한 첫 수확물을 두고서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린 것이 유래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일이고, 한국교회는 대부분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지킨다. 그래서 ‘추수’감사주일이지만, 수확기가 이미 지난 11월 말, 오히려 연말을 준비하는 때에 감사주일을 지키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보통 한 해 동안의 감사를 기억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1. 감사의 일반적 유익

그 말은 일 년에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은 아니다. 감사는 자주 할수록 유익한 것이다. 교회에서 말고도 감사의 유익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이다.

1998년 미국 듀크 대학 병원의 두 의사가 실험 연구한 결과, 매일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7년을 더 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는 최고의 항암제요, 해독제요, 방부제이다.” 감사하면 신체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감사는 관계를 개선해 준다. 감사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어떻게 화를 낼 수 있나?

또 감사는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감사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더 쓰이게 된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신앙적 관점에서 감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생각해 보면 감사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얻은 것에 대한 감사와 얻지 못한 것에 대한 감사. 이룬 것에 대한 감사와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감사. 좋은 일에 대한 감사와 나쁜 일에 대한 감사.

성경은 모든 일에 감사하라고 한다.

2. 좋은 일에 대한 감사

(1) 이건 감사하기가 쉽다. 그래서 감사 인사, 감사헌금, 감사떡을 한다.

하지만 정말로 깊은 곳으로부터의 진정한 감사인지 생각해 보자. 

혹시 마음 깊은 감사가 아니라, 인사치레/도리, 유익/복을 얻기 위한 처세술은 아닌지? 

이런 생각이 있다면, 이 좋은 일은 결국 나의 노력으로 이룬/얻은 것이라는 생각 때문은 아닌지? 

그렇다면 반대로, 좋은 것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생기기 쉽다. ‘네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게을러서, 미련해서, 노력을 하지 않아서야. 나는 피땀 흘려서 노력해서 이런 것을 얻었잖아.’ 이런 능력주의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성장을 주도해 왔다. 과도할 정도의 교육열, 스펙과 인맥에 대한 집착, ‘억울하면 출세하라’ 식의 지위 상승욕구 등은 모두 능력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 능력주의가 100%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말로 나의 성공이 나의 노력의 결과인지? 그래서 말로는 감사하다고 하지만, 속 깊이에는 노력의 대가 혹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예로부터 운칠기삼(運七技三: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노력이 3할을 차지한다)이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한 경제학자가 사회과학적 연구로 비슷한 말을 했다. 김현철 교수의 ‘인생의 8할은 운’이라는 내용이다.

그는 경제학자로서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주장을 한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됩니다.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 비율로 소득에 영향을 미쳐요. 집중하는 힘조차 유전과 양육 환경에서 나와요(유전>양육 환경). 순수한 내 능력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강조하기 위해서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을 것이다. 만일 제로라면 체념적 운명론이다. 

거칠게 말해서 운이 80%, 나의 노력이 20%로 생각할 수 있겠다.

이 말은 나의 성공/좋은 일은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나라 잘 만나서, 부모 잘 만나서, 시대를 잘 타고 나서, 친구 잘 만나서 생긴 일이라는 말이다. 물론 나도 노력했다. 피땀 흘리며 남들보다 애썼다. 하지만 겨우 20% 뿐이다. 이런 말이다. 

(3) 운은 곧 하나님의 은혜

김현철 교수는 크리스천이다. 운은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라는 말이니까 실제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이 나라에 태어나게 해 주셨고, 이런 부모님을 만나게 해 주셨고...

물론 나도 남보다 더 애쓰고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은 운과 하나님의 은혜로 얻게 된 것이다.

그것을 깊이 깨달을 때, 좋은 일/성공에 대해서 진정으로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교만하지 않고, 우쭐해 하지 않고, 당연시 여기지 않게 된다. 

하나님, 하나님이 통로로 사용하신 고마운 분들에게, 하나님이 멀리서 콘트롤 하시는 나라/회사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반대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 동정심을 갖고 더 도우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정리: 좋은 일에 대한 감사

인사치레/복 받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를 경계하자. 필요하고 개발/노력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결코 잊지 말자.

인생 성취의 8할은 운 곧 하나님의 은혜가 훨씬 더 많이 작용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내가 여기에 와 있음을 인정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하자.

3. 나쁜 일에 대한 감사

잘 안 된 일, 어려움과 시련. 이런 것도 감사하라고?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에 감사할 수 있나?

일이 안 풀리고 오히려 큰 어려움을 겪지만, 그 일을 통해서 인생의 깊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 병원에 걸려 있는 기도문

(누가 작성했는지, 실제로 병원 어디에 걸려 있는지 불분명 하지만 내용이 너무 좋고 공감이 된다.)

실제로는 잘 안 된 일이라서 감사할 수 없는 일인데, 그것으로 인해서 더 깊은 깨우침을 얻게 되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9가지 내용이다.

하나님!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 병이 들면 연약함을 절실히 깨닫는다. 연약함은 인간의 본질인데, 건강할 때는 모르고 지낸다. 그러면서 교만해진다. 그러나 병듦을 통해서 본질적 모습을 보게 되니 감사하다.

고독하고 외로운 것도 감사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 스트레스 지수: 배우자 사별(100), 이혼(73), 배우자와의 별거(65), 교도소 수감(63), 가까운 친척의 죽음(53) 모두 외로워지는 경우다. 그러나 고독과 외로움을 통해서 하나님과 더 가까워진다.

일이 계획대로 안 되도록 틀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의 교만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 초년 성공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한다. 기고만장 해지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안 될 때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결국 교만을 꺾고 겸손을 배우게 된다. 

돈이 떨어지고 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사게 하신 것도 감사합니다.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 돈이 많으면 돈의 귀중함,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또 절실하게 일하는 삶의 귀중함을 모른다.

자식들이 공부를 기대만큼 안 하고, 아내가 미워지고, 어머니와 형제들이 짐스러워질 때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저의 우상이 되지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 자녀와 가족이 전부이고 결국 하나님보다 앞서는 우상이 되기 쉽다. 다행히(?) 기대대로 되어주는 자녀가 없고, 미울 때가 없는 배우자 없다. 모두 죄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회를 통해서 하나님보다 앞세웠던 가족이라는 우상을 내려놓는 기회가 된다.

때로는 허무를 느끼게 하고, 때로는 몸이 늙고, 아프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그럼으로 인하여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 늙어간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몸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하지만 항상 쌩쌩하다면 언제 죽음을 생각해 보며 언제 죽음 후의 영원의 세계를 대비하겠는가! 늙어감과 죽음을 통해서 영원을 사모함을 배워나간다.

불의와 부정이 득세하는 세상에 태어난 것도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의를 사모하기 때문입니다.

- 인류는 지상낙원이나 유토피아를 꿈꾼다. 하지만 그 언제도 그런 세상은 없었다. 독재시대에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꿈꿨다. 그것이 하나님의 의와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민주주의를 이루고 풍요를 이룬 오늘날은 무엇을 꿈꾸고 있나?

제게 잘못하고 저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게 하심도 감사합니다.

그럴수록 더욱 겸손해지고 더욱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 아무리 잘해도 나를 싫어하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을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 비방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어젯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게 한 것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병들고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고통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이 겪은 고통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된다. 

하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것을 더욱 감사합니다.

- 이런 모든 나쁜 일이 있어 났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것이 가장 감사하다! 이게 하이라이트다. 이어지는 2번째 포인트

4. 감사의 대상은 하나님이다

이 기도문의 시작과 하이라이트처럼 우리의 감사는 분명한 대상이 있다. 하나님이다.

하나님께서 내 삶을 인도하시고, 좋은 것도 주실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안 좋은 일도 허락하신다. 왜 그러시는지는 살아 생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천국에 가면 다 알게 될 것이기에 안달할 필요가 없다.

감사는 유익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 관계적, 업무적 유익이 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감사해야 한다. 인생의 8할은 운/하나님의 은혜 덕분이기 때문이다. 

나쁜 일이 있을 때도 감사해야 한다. 더 깊은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말자.

대상을 분명히 하자. 

그 대상은 가족과 고마운 분을 거슬러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가족을 주시고, 좋은 유전자를 주시고, 좋은 성장 환경을 주시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주시고, 풍요로운 시대를 주셨다. 

하나님이 주셨다. 하나님이 하셨다.

따라서 하나님께 감사드리자.

2024/11/17 추수감사주일/VIP 초청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