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서]

13. 땅의 지혜, 하늘의 지혜

3:13-18

서론

(1)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코로나 시대에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활성화 되면서 엄청난 고급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 건강, 요리, 쇼핑, 여행 등의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인문학, 말하는 법, 글쓰기, 사진 찍는 법, 심리학, 뇌과학 등 고급 정보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AI 시대가 되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 같다.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서 여러 내용을 읽고 검토하는 방식 대신에 AI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자기가 알아서 다 정리해서 알려준다. 최근에 사진을 지브리풍 일러스트로 바꿔주는 게 대유행이다.

문제는 지식은 넘쳐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데, 그런 지식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혜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능성, 기술)이라면 지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방향성, 성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지혜를 가지고 수많은 지식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하겠다. 

(2) 본문은 이런 지혜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왜 갑자기 지혜를 말하나? 야고보가 편지를 쓰는 교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소수종교로서 핍박을 받는 상황이라서, 고난 중에도 믿음을 잘 지켜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믿음은 추상적이고 종교적인 믿음이 아니라, 실천하는 믿음이고 행함으로 입증하는 믿음이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핍박에 넘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장에 넘어 오면서 말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하였다. 믿음의 구체적 영역인 언어생활에서 믿음을 행동으로 내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은 곧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어서 올바른 마음의 영역인 지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고보의 교회에는 말과 행동으로 교회를 어지럽히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혀는 쉬지 않는 악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 사람은 좋은 머리를 가지고 유창한 말을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시기와 경쟁이 있어서 악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고, 결국 다툼과 분열을 만드는 지혜의 소유자였다. 

이런 배경에서 땅의 지혜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신 순결하고, 평화를 이루며, 위선이 없는 하나님의 지혜를 추구하라고 말한다. 땅의 지혜를 택할 것인가? 하늘의 지혜를 택할 것인가?

1. 땅의 지혜

3가지로 묘사한다. 땅에 속한 지혜, 육신에 속한 지혜, 악마에게 속한 지혜(15절).

(1) 땅에 속한 지혜: 결과나 효율을 중시하는 지혜

(a) 세상은 결과를 중시한다. 수단과 방법보다 성과와 성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때로는 거짓도 정당화되고, 양심의 소리도 무시된다. 때로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방법으로, 때로는 잔머리를 굴리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 때로는 깊은 통찰력 있는 방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세상의 가치(명예/인기, 돈, 권력/지위)의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들이다.

(b) 세상에는 땅의 지혜가 많은 사람들이 많다.

예) 부친상 매장. '미리 기름칠을 해 놓았지~' (팁과 뇌물의 경계선)

처세술, 설득의 기술, Give & Take, 훗날을 위해서 당장은 손해를 감수하는 전략, 인적 네트워크 관리(내게 도움이 될 사람과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름).

옳고 그른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고 잘 넘어가는 것을 더 중시한다. 그래서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넘어간다.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눈치 백 단이다. 어떻게 해야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지 잘 알고 그것이 몸에 배어 있다. 이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고 승진하고 혜택을 받는다.

(2) 육신에 속한 지혜: 자기 중심, 감정 중심의 지혜

(a) 성경에 나오는 ‘육신’은 몸/육체를 말할 때도 있고, 예수님 믿기 전 옛 사람의 본성과 기질, 죄성을 말할 때도 있다. 여기서는 후자이다. 그래서 육신에 속한 지혜는 자기 중심과 감정 중심의 지혜를 말한다.

(b) 하나님의 뜻이나 합리성보다, 감정이 앞서서 말하고 행동한다.

내가 기분 나쁘면 틀렸다고 여기고 날카로운 말을 내뱉으면서 밀어 붙인다. 

믿는다고 하지만, 실제 삶의 기준은 ‘자신’의 ‘감정’이다. (내 마음에 드나 안 드나가 가장 중요)

(c) 제이 드리머: 학교생활에서

- 친구가 내 말을 안 들어주거나, 단톡방에서 답을 늦게 하면, “쟤 나 싫어하나 보다” 하고 혼자 오해하고 삐진다. 그렇게 감정이 상해서 그 친구를 일부러 무시하거나 말 걸지 않는다.

- 시험을 망치거나, 선생님께 혼나면, ‘나는 안 돼’,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자포자기 한다. 감정에 빠져 공부를 아예 안 해버리는 선택을 한다.

- 다른 친구가 잘 나가거나 인기 많으면, 속으로 질투하거나, 흉보거나, 자기도 인정 받으려고 무리수를 둔다.

(d) 그런데 이런 것들이 지혜인가? 맞다. 전혀 지혜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감정에 충실한 것을 ‘진짜 나답게 사는 지혜’라고 말한다. 세상은 때로 이런 것들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 ‘자존감 있는 태도’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은, 감정에 끌려가서 말을 함부로 하고, 충동적으로 선택을 내리는 것을 지혜가 아니라, 육신에 속한 지혜(즉 지혜가 아님)라고 한다.

(3) 악마에게 속한 지혜

아무리 세상적 지혜, 인간적 지혜라고 해도 악마/마귀에게 속한 지혜라고 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심하게 보이지만 사실이다. 베드로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a) 마 16장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에 대한 올바른 고백을 하였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개역개정)

이에 예수님은 칭찬하시며 이것을 알게 된 것은 하늘의 아버지이시라고 알려주셨다. 하늘의 지혜로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예수님이 고난과 십자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자, 베드로는 정색을 하고 그건 절대로 안 된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예수님은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하셨다.

베드로는 억울하지 않은가? 기껏 예수님을 위해서 한 말인데 사탄/악마/마귀라고 하시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예수님을 위한 말이라고 해도,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어긋나는 것은 궁극적으로 마귀로부터 온 생각이라는 것이다. 악마에게 속한 지혜, 마귀의 지혜이다. 

예수님을 위한다면서 구원 사역을 가로 막으려는 마귀의 생각이다. 또 이때까지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온 자기는 뭐가 되냐는 자기중심적 생각을 불어넣은 마귀의 지혜이다.

(b) 마귀에게서 온 지혜는 겉으론 지혜롭고 그럴듯해 보여도, 속은 교만과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독이 든 사과와 같다. 결국은 다툼과 분열을 가지고 온다.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을 심어주고, 서로 증오하게 한 후에 자기는 쏙 빠져 나간다.

정의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고 부추키고, 서로 싸워서 멸망하게 한 후 자기는 쏙 빠져 나간다.

이런 것은 다 마귀에게서 나온 지혜의 열매이다.

그 과정에서 희생하는 척하고, 달콤한 말로 설득하고, 이야기를 미화한다.

2. 하늘의 지혜

위에서 내려온 지혜, 하나님의 지혜,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이다.

1:5 여러분 가운데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시고 나무라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구하십시오. 그리하면 받을 것입니다.

구하는 자에게 아낌없이 주시겠다고 한 하나님의 지혜이다. 

너는 왜 그런 지혜가 없냐고 나무라지 않고 주시겠다고 한 하늘의 지혜이다.

하늘의 지혜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결과나 효율을 중시하는 땅의 지혜가 아니고, 자기 중심과 감정 중심의 육신적 지혜도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조종 당해서 결국 다툼과 분열을 가지고 오는 악마에게 속한 지혜도 아니다.

3:17 그러나 위에서 오는 지혜는 우선 순결하고, 다음으로 평화스럽고, 친절하고, 온순하고, 자비와 선한 열매가 풍성하고,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

순결, 평화/화평, 친절, 온순, 자비, 선함, 편견 없음, 위선 없음. 이렇게 8가지의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3가지만 생각해 보자.

(1) 순결한 지혜

여기서 ‘순결’은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동기가 순수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하늘의 지혜는 ‘나의 유익’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다.

- 어떤 결정을 할 때,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내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하나님 나라에 도움이 되나?’를 먼저 묻는다.

- 누구를 돕고 섬길 때 진심으로 우러나서 하는가? 아니면 의무감이나 인정받고 싶어서인가?

- 자기의 기도 제목을 점검해 보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해보는 것이 순결한 지혜의 시작이다. ‘하나님의 이름’ 뒤에 숨겨진 욕심은 없는지?

(2) 평화를 이루는 지혜

하늘의 지혜는 힘이나 논리로 이기려고 하지 않고, 관계를 살리는 지혜이다. 그래서 다투기보다 양보하고, 이해하고, 들으려는 마음을 갖는다. 힘이나 세로 밀어붙이는 세상 방식과 다르다.

- 내 의견이 맞더라도, 상대방의 상황을 먼저 이해하려 하는가?

-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가? 경청하나?

- 가족, 교회, 직장에서 나는 ‘화평을 이루는 사람’인가? 내가 만든 평화가 있나?

(3) 위선 없는 지혜

하늘의 지혜는 진실하고 일관성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 

반면에 위선적인 지혜는 겉으로는 잘 믿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늘 남을 판단하고 비교한다. 속으로는 자기 유익을 계산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사랑이나 정의를 위하는 척 행동한다.

결론

어떤 지혜로 살아가고 있나? 땅의 지혜인가? 아니면 하늘의 지혜인가?

어떤 지혜로 살아가길 원하나? 땅의 지혜인가? 아니면 하늘의 지혜인가?

하늘의 지혜는 순결하고, 평화를 이루며, 위선이 없는 지혜이다.

하늘의 지혜는 성품이며 삶의 방식이다. 그 지혜는 어느 순간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늘 구해야 하고, 날마다 선택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순결과 평화, 그리고 위선 없는 진실함으로 살아가는 하늘의 지혜를 구하자. 

그리고 그렇게 살기로 다시 결단하자.

4/12/2025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