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하는목장의 김상균입니다. 이 자리에 서니 “상균이가 침례 받으면, 다른 사람들이 미니 시리즈라면 상균이는 대하 드라마다” 라고 했던 학생 시절 저를 돌봐주던 교회 형들의 얘기가 기억 납니다. 그만큼 저는 불신앙에 뿌리가 깊었고 의심의 잔가지도 많아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삶을 떠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런 저를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지리한 씨름을 받아주신 것처럼 제 의심과 믿음 없음을 끝까지 용인해 주시고, 부드럽고 세밀한 방법으로 하나님 앞에 무릎 꿇게 해주셨습니다.

유년시절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에 다니기는 했지만 영적인 호기심과 제 의지로 교회를 다닌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였습니다. 교회에 다녀오면 어머니께서는 간혹 목사님 말씀이 어땠는지 물으셨는데 신기한 것은 정말 한 순간도 졸지 않았는데 말씀이 한 마디도 기억이 나지가 않았습니다. 또 한 가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수련회를 가거나 목사님 설교 시간 후 헌신 시간이 되면 하나님을 믿고 싶었던 저는 말씀 시간에 아무리 집중해도 여전히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제 앞에서 졸고 있던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러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선하시고 나를 사랑하셔서 마음을 열기만 하면 만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나보다 늦게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다른 사람들은 잘만 믿는데, 믿고 싶어도 믿어지지 않는 마음이 참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꿈에라도 하나님이 나오시면 믿겠다고 기도하고 잠들어도 숙면한 탓인지 꿈에서도 하나님을 만날 수는 없었고, 언제부터인가 ‘아 나는 국사시간에 배운 불교의 교파와 같이 선종이 아니라 교종 스타일인가 보다’ 하고 스스로 합리화 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설교 시간이 되면 오늘은 은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조급한 마음이 찾아왔고 예배 후에 마음의 감동이 있어도 이것이 나의 의지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은혜 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제 마음을 속박해 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런 내적 갈등이 수년간 이어졌고 결국 저는 지친 마음으로 오랜 시간 다녔던 사랑하는교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교회를 떠나면서 제 신앙은 그 자리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모를 만나 제 신앙 상태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제 이야기를 잠잠히 듣던 이모는 ’상균이 넌 이미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 같은데?’ 라며 생각하지 못한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에 알 수 없는 기쁨이 찾아오고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던 그 말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는 사람이 없는 예배에 나가 홀로 하나님 앞에 진솔하게 나아가면서 점차 경직된 마음이 풀어지고 하나님께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하나님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답이 없는 듯 얽혀버린 마음의 굴레를 부드럽게 열어주셨습니다. 이는 강압적인 것을 싫어하는 제 성격을 아시는 저보다 저를 잘 아시는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세심한 방법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열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고 바로 삶이 변하고 믿음이 굳건해 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제 믿음은 어린 새싹처럼 작고 연약했고 언제 뽑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시고 저를 믿음의 훈련장으로 초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믿음의 훈련소는 참 목적에 알맞게도 바로 군대였습니다. 제게는 필요 없는 시간이었고 군생활이 두려웠기 때문에 하나님께 2년 3개월을 드린다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존심도 없으신지 이런 제 간사한 기도도 받아 주셨습니다. 당시에는 하나님의 음성인지도 몰랐지만 난생 처음 이상하게 요리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이끌려 동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들 꺼려하는 취사병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취사병을 하면 주일 점심에도 밥을 해야해서 교회를 못 나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하나님께 짬이 차면 다시 교회에 열심히 나갈테니 그 때까지 믿음 잃지 않게 도와달라는 기도를 했습니다. 부대에 배치 받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놀랍게도 전국에 몇 안되는, 교회가 있는 작은 부대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전국 수천개의 부대, 수십개의 병과 중에 TO가 필요한 타이밍에 맞춰 인도해 주신 것을 보며 꿈에라도 만나고 싶었던 하나님을 현실로 마주한 느낌이었습니다. 덕분에 주일에도 밥을 해야하는 취사병임에도 불구하고 군 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예배에 빠지지 않게 해주신 것은 물론 군생활의 절반은 교회 군종병까지 함께 섬기게 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스케줄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취사병 특성 때문에 매일 아침 조용히 큐티하는 습관과 군종병이었기에 언제든 교회에 나가 하나님께 기도하며 조금씩 믿음을 견고히 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쌓아갈 수 있었습니다. 군생활을 통해 믿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제 걱정과 달리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군생활을 통해 제 마음에 심겨진 작은 믿음의 씨앗에 풍성히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신 것입니다.

앞서 나눈 간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는 원래 생각이 많고 겁도 많은 성격이어서 늘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제 목표 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저를 더 변화가 있고 풍성한 삶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원래 어머님을 따라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교사의 삶을 살고 싶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저를 중국 하얼빈과 이집트의 카이로 같이 일반적으로 안락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땅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안정적이고 익숙한 것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어느새 그런 어찌 보면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땅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또 생각보다 잘 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혼자 시작하는 낯선 땅에서의 생활은 늘 처음에는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지만 매번 부족함 없이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점차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의 방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늘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했던 제 성격을 아신 하나님께서는 오직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훈련의 장으로 인도하셨던 것입니다. 지금도 가끔 기도할 때면 문득 하나님께서 하얼빈에서 영하 30도 추위에 마스크를 쓰고 눈 덮인 도로를 걸어 교회에 가던 제 모습을 떠오르게 하십니다. 저로서는 교회 가는 것이 제 즐거움이기도 하고 큰 믿음이 필요한 어려운 발걸음은 아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흐뭇하게 바라봐 주셨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수년이 지나고 하얼빈에서의 생활을 계기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데 역시나 제 생각을 뛰어 넘는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며 하나님의 위트와 풍성하게 주시는 성품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8년 사랑하는 아내와 4년간의 연애 후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결혼 전 각자 오랫동안 섬기던 교회가 있었지만 성경 속 결혼의 의미를 따라 한 몸이 되어 함께 섬길 수 있는 교회를 찾고 싶어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위치적으로 집과 가까운 교회, 공통 분모인 중국어를 활용하여 함께 섬길 수 있는 교회 등 여러 곳을 다녔지만 안정감과 균형이 느껴지는 교회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교회와 함께 각자 원래 다니던 교회와 제가 어린 시절 다녔던 사랑하는교회에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랑하는교회를 떠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예배 후 한 주를 보내고 다시 주일이 가까워 오니 사랑하는교회에 가서 예배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혹시나 아내가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내와 의논해 보니 결혼식에서 목사님께서 해주신 기도가 참 좋았고 사랑하는교회에서 드린 예배가 가장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제는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저희 부부는 사랑하는교회에 정착하기로 하였습니다.

사랑하는교회를 떠나기 전 당시에는 싱글이었던 목장의 형 김민규 집사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답답한 제 마음을 아셨는지 “상균아, 붙어 있기만 하면 된다” 하셨는데 당시에는 이해는 됐지만 그 뜻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처음 신앙 생활을 시작할 땐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으신 것처럼 느껴진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때로는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실은 가늠할 수도 없이 크신 하나님을 제가 만든 작은 기준 안에서만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도마보다 더 의심이 많은 저를 위해 하나님께서는 손과 허리의 못 자국과 창 자국을 보여 주시 듯 제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그 증거를 하나씩 보여주시고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유치원 시절 착해야 천국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간다는 친구의 말에 충격 받았던 기억을 통해 제가 하나님의 이름을 알기도 전부터 하나님께서는 저를 바라보고 계셨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고, 초등학교 때부터 죽음을 생각할 만큼 어둠이 가득했던 마음을 빛으로 밝혀 주셨습니다. 또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무서워했던 저를 혼자서도 중국, 이집트, 이란 등 세계를 설렘과 비전을 품고 다니는 담대한 청년으로 자라게 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한 치의 실수도 없이 하나님의 손길로 인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진로에 대한 고민과 매일 부딪히는 직장 생활 업무와 관계의 문제로 낙담하고 염려에 사로잡힐 때가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눈을 들어 보면 전능하시고 선하신 하나님께서 계신다는 견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삶의 마지막에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다” 라고 선포한 여호수아와 같이 하나님 나라에 가는 그 날까지 믿음의 모험을 완주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