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의 신학]

4. 영적 여정: 더 깊고 단순하며 충실하게

고전 15:58

폴 스티븐슨의 <나이듦의 신학>이라는 책을 통해서 노년기의 영적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는 중이다. 지난 3번은 Part 1 소명에 관한 내용이었고, 오늘부터는 Part 2 영성에 관한 내용이다. 오늘은 나이를 먹고 노년이 되어가는 것이 단순히 늙어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는 영적 여정이라는 내용을 세 가지 실천을 통해 발견해 보려고 한다.

1. 성찰하는 삶: 행동에서 존재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자신을 성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1) 행동에서 존재로

이 세상은 남이 부러워하는 성취와 업적을 이루는 것이 성공이라고 하며 모든 사람을 성공의 경주에 참여시킨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런 ‘행동’으로 규정한다. 

예) 하시는 일이 뭡니까? 

그러다가 갑자기 은퇴하면 ‘할 일’이 없어져서 마치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하는 일, 해 낸 일만이 아니다. 진정한 가치는 존재 그 자체이다.

예) 늙고 병든 부모를 모시면서, 전에는 부모님이 해 주신 일이 의미 있었다면, 이제는 살아계신 것 자체가 의미가 된다. 부모님이 무슨 선물을 주시는 게 아니라, 부모님 자신이 선물이다.

나이 들면서 점점 이런 성찰을 해야 한다. 나는 누군인가? 나의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나?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해 온 것? 아니면 나의 존재 그 자체? 

하나님은 후자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목사다? 더 이상 목사의 역활/목회를 하지 못하게 되면?

나는 하나님의 자녀다! 이것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정체성. 행동이 아니라 존재에 근거한 정체성!

(2) 개인적 존재에서 공동체적 존재로

행동이 아니라 존재인데, 어떤 존재인가? 개인적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적 존재이다.

신약 성경에는 예수님을 믿고 변화된 우리의 새로운 정체성을 묘사하는 여러 표현들이 있다. 

- 하나님의 자녀: 그러나 그를 맞아들인 사람들, 곧 그 이름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요 1:12)

- 새로운 피조물: 누구든지그리스도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고후 5:17) 

- 왕 같은 제사장: 그러나 여러분은 택하심을 받은 족속이요, 왕과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민족이요,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벧전 2:9)

- 그리스도의 지체: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요, 따로 따로는 지체들입니다.(고전 12:27)

그런데 이런 것들은 개인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적인 존재이다. 나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이냐, 어떤 일을 했냐, 어떤 성격이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공동체에 속했으며,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냐’라고 알려 주고 있다. 

고후 5:16 이제부터 우리는 아무도 육신의 잣대로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바울은 육신(세상적 기준)의 잣대으로 자신을 보지 않겠다고 한다. 즉 행동이 아니라 존재이되, 개인적 업적과 성취에 따른 존재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얻은 공동체적 존재라는 것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겠다고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보시는 하나님의 관점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처럼 자기 자신을 행동에서 존재로(그 자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지!) 성찰하며, 개인적인 존재에서 공동체적 존재으로 성찰해 나가자.

2. 단순한 삶: 덜 가지며 더 깊어지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서 물질적인 것을 정리하고 줄여 나간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여행자가 여행이 끝날 무렵에 짐을 늘리는 것만큼 터무니없는 일이 또 있는가?" -키케로

현대 사회는 더 큰 집, 더 많은 소유를 부추기지만, 나이듦은 우리를 단순함으로 초대한다.

저자의 친구 모리스 레니에는 말년에 미술책과 문학이나 철학책 그리고 음반 등 예전에 좋아했던 것들이 이제는 깊이가 없는 불필요한 것을 보여지면서 삶이 단순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한다.

예수님은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마 8:20) 하시며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심플한 삶을 사셨다.

예루살렘 초대교인은 소유를 나누며 살았다(행 2:44-45).

정리의 여신으로 알려진 일본의 곤도 마리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철학으로 전 세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물건 하나하나를 손에 들고 "이게 나를 설레게 하는가?"를 묻는다. 설렌다면 남기고, 그렇지 않다면 감사하며 보내준다. 이는 단순히 집을 정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는 초대라고 볼 수 있다. 

예) 유품 정리

곤도 마리는 설렘을 묻지만, 우리에겐 더 큰 질문이 있다. “이 물건이 나를 하나님께로 이끄는가?”  그렇지 않다면 감사하며 보내주어야 하겠다.

나이듦에 따라 물질적 짐을 줄이고, 하나님께로 이끄는 것에 우리의 마음을 열 때, 단순하면서 더 깊은 삶을 살 수 있다.

3. 현실적인 경건한 믿음: 하나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

‘버킷 리스트’는 우리가 죽기 전에 이번 생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반영한다.

하지만 인생은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인생에는 더 많은 것이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더 많은' 것은 훨씬 좋고, 더 만족스럽고, 더 지속적인 것이다. 사실상 영원한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온전한 경험이며 모든 것에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새로운 세계에서 사는 삶이다. 그것을 하나님 나라 혹은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한다.

C. S. 루이스: "현재의 세계를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한 사람들이 바로 내세에 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다.... 천국을 목표로 하면 땅을 덤으로 얻을 것이다. (그러나) 땅을 목표로 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믿음이 좋다는 것은 이 땅의 것을 좋지 않게 여기는 것이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과 자주 동일시된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이러한 관점을 현실적인 경건한 믿음이라고 한다.

어떻게 현실적인 경건한 믿음을 가지고 살 수 있나? 하나만 언급한다.

‘영원을 붙잡으면서 동시에 순간을 기념한다’ 

암투병하는 저자의 친구의 메일 인용

분명히 영원을 붙잡기 때문에 암 투병 중의 병세나 고통 그리고 죽음의 위협에 매이지 않고, 하나님의 궁극적 약속—영원한 생명, 새 하늘과 새 땅—을 굳게 신뢰한다.

그러나 동시에 순간을 기념하기에 약간의 병세 호전이나 작은 일상조차 하나님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갖는다. 

영원과 순간이 결합될 때, 현재의 삶(순간)을 영원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균형을 이룬다. 이는 단순히 "죽음을 초월한다"는 낙관주의나 "현재만 즐기자"는 쾌락주의와 다르다. 영원을 붙잡음으로써 순간의 고난에 압도되지 않고, 순간을 기념함으로써 영원이 멀리 있는 추상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시작된다고 믿으며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 

결론

“인생은 천국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집트 콥트 정교회의 수도사이자 신학자 마타 엘 메스킨의 말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 인생의 목적지는 하나님과의 온전한 연합

인생은 단지 생물학적으로 생존 하거나 세상적인 성취의 연속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님과의 완전한 연합(천국)을 향한 여정이다. 인생은 그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필연적인 경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모든 순간-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은 천국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2) 유일한 길

인생 외에 천국으로 가는 다른 경로가 없다. 다른 대체 경로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시간 자체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고 성화되는 유일한 과정이라는 말이다. 그 과정에서 나이들고 병들고 연약해지는 것을 회피하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오직 이 여정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저자는 ‘인생은 우리를 설득하고, 자극하고, 밀고, 당긴다’라고 묘사했다.

나이듦은 퇴보가 아니라 더 깊어지는 영적 여정이다. 이 영적 여정을 잘 하기 위해서 3가지를 제안했다.

(1) 성찰의 삶: 행동이 아니라 존재로서, 그것도 개인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 속의 존재를 발견하기 위해서 성찰하고 역할하자.

(2) 단순한 삶: 단순함으로써 마음의 평안과 자유함을 얻어가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자.

(3) 현실적인 경건한 믿음: 이 세상과 동떨어진 믿음이 아니라, 현실에 매몰된 삶이 아니라 두 개의 균형을 잘 잡아가며 충실하게 살아가자.

이런 모든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을 것이다.

3/5/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