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림목장의 고현경입니다.

간증문을 쓰려고 하니 부부의 삶 과정 시작 무렵 제가 남편에게 했던 얘기가 생각납니다. “우리 가급적이면 부부의 삶 시간에 우리에 관한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하죠.” 얼핏 들으면 사람들 앞에서 우리 부부의 문제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실 저는 그보다 다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결혼생활의 많은 시간 동안 서로를 힘들게 하던 문제가 있었는데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더 이상은 기대할 게 없이 서로에게 체념한 채 적당한 평화를 조심조심 누리며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중이었습니다. 13주나 되는 부부의 삶 과정 동안 개인적인 삶을 나누게 될 것이 분명한데, 또 다시 그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확인하고 이전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될 것을 생각하니 두렵고 내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쯤 되면 저희 부부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언급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0년 전, 저는 25살의 나이에 친정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가 어찌나 거셌던지 남편은 저를 많이 걱정했지만 저는 굳은 각오를 보이며 제 인생 최대의 의지력을 발휘하여 결혼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부부들처럼 저와 남편은 너무 다른 부모님 슬하에서 자랐고 타고난 성향도 많이 달랐습니다. 남편은 선하고 성실하며 자상한 사람으로서 흔히 말하는 좋은 남편감 이었지만 헌신이 남다른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착한 아들, 3형제의 장남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댁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에서 저와 기준이 많이 달랐고 제입장에서는 남편이 저에게 기대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게 느껴질 때가 많아 다툼이 잦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남편과 결혼을 위해 고군분투 하며 부모님을 거슬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는데, 남편은 온전히 제 남편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부모님의 아들이자 장남으로서의 위치에서 저를 예속 시키려 하는 것 같아 원망스러웠고 저항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효라는 가치를 명분으로 저에게 당당하였음에 반해, 저는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처럼 되다 보니 다툼이 반복될수록 모든 것이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인 것 같아 사과를 반복하게 되고 저의 자존감도 점점 낮아졌으며 내면에서는 답답함과 상처만 커져갔습니다. 급기야 나는 참 문제가 많은 사람인가보다, 남편이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행복 했을텐데 하며 결혼생활에 자신감을 잃어갔습니다.

처음 계획과 달리 부부의 삶 시간에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모두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우려와는 달리 부부의 삶 시간에 남편은 자신이 결혼 후에도 심리적으로 부모를 떠나지 못하여 저를 힘들게 했음을 인정했고, 삶과정의 마지막 순서인 1박2일 여행 밤에는 구구절절 사과의 편지로 저를 위로해 주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마음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편이 인정하고 사과하고 나니 그동안 힘들었던 감정이 물밀 듯 밀려왔고, 사과도 받았으니 내색도 못한 체 하루를 시름시름 괴로워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다음 날 예배에 오는 차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뜻대로, 의지대로 사는 것 정말 힘들다. 정말 하나님이 하라고 하시는 대로 살면 모든 것이 정리되고 평화로울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니 마치 조울증 환자처럼 갑자기 마음이 가벼워지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날 찬양 중 “주님의 시간에 그의 뜻 이뤄지리 기다려, 주의 뜻 이뤄질 때 우리들의 모든 것 아름답게 변하리 기다려” 하는 찬양 가사가 저를 위한 말씀 같았고 설교시간에 불순종하여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과 단절되어 불행한 죄인의 시초가 된 아담과 이브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죄이고, 죄를 짓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순종을 통해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우리를 지으셨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바라시는 것은 순종 그 자체가 아니라, 순종을 통한 우리의 진정한 행복임을 깊이 깨닫게 되니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저의 잘못은 단순히 남편과 화목하지 못하고 착한 며느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하나님께 가져가지 않고 마음 속에 원망과 미움을 키워감으로써 우리 가정에 죄와 사단이 역사하도록 방조한 것임을 알고 회개하였습니다.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할 때 성령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저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심을 저는 그날 체험하였습니다. 남편의 사과와 회개는 남편과 하나님 사이의 문제일 뿐 저에게도 하나님앞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괴로워 하기만 할 때 성령님께서 저에게 회개하고 기도해야 할 것을 친히 알려주신 것입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호흡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괴로워했던 제가 다음 날 이렇게 감사하고 회개하며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 다른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응답을 받았습니다.

연약한 저는 사실 이 와중에도 `이러다 또 다시 예전처럼 좌절하면 어쩌나, 여러분 앞에서 응답 받았다고 선포까지 했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을 믿거나 의심하는 차원이 아닌, 하나님께서 저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붙들어 주심을 믿습니다. 지나고 보니, 연약한 저를 위해 그 동안 여러 가지로 계속 응답해 주셨고, 또 한번 저의 곁에 함께 하심을 알게 해주신 하나님을 더욱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남편을 탓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부담 없이 쓰라며 격려해준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그동안 유난히도 주관이 강한 저 때문에 힘들었을 남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우리 부부가 하나님 말씀 안에서 더욱 단단히 서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끝으로 부부의 삶 과정을 마련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목사님, 사모님, 13주간 진솔하게 삶을 나눈 형제 자매님들께 감사드리고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바라시며 우리를 위해 곁에서 간구해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