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 주는 산 소망

벧전 1:3-4

예수님의 부활은 획기적인 일이다.

인생은 결코 죽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말해 준다.

또한 예수님의 부활은 몸이 다시 사신 것이기 때문에, 육체/물질에 대한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을 알 수 있게 된다.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물질세계의 회복/갱신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하든지 또 얼마큼의 성과를 보이든지 상관없이, 결코 헛수고가 아니라는 산 소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부활은 이 땅에서 하는 ‘모든 일’에 산 소망을 준다.

1. 부활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Continuity & Discontinuity

(1) 연속성 

(a) 동일한 존재: 같은 분이다. 

(b) 유령이 아니라 죽기 전과 마찬가지로 육신을 가진 몸으로 부활 

(c) 죽음 전에 겪었던 일(십자가 죽음/못 자국)과 맺었던 관계(제자)가 지속된다. 따라서 죽음 전과 후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

(2) 불연속성

(a) 전혀 다른 몸이다(신령한 몸, 영적인 몸: 형용모순 oxymoron). 

(b) 죽음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광/위엄(요한계시록)

계 1:14-19 머리와 머리털은 흰 양털과 같이, 또 눈과 같이 희고, 눈은 불꽃과 같고,  발은 풀무불에 달구어 낸 놋쇠와 같고, 음성은 큰 물소리와 같았습니다. 또 오른손에는 일곱 별을 쥐고, 입에서는 날카로운 양날 칼이 나오고, 얼굴은 해가 강렬하게 비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를 뵐 때에, 내가 그의 발 앞에 엎어져서 죽은 사람과 같이 되니

(3) 바울은 씨앗과 열매로 비유한다(고전 15장)

동일한 존재(연속성)지만, 엄청나게 다른 모양/성분/맛(불연속성)가 된다.

예) 사과와 사과 씨, 애벌레와 나비

(4)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a) 영원히 동일한 ‘나’라는 존재 - 죽음도 어찌할 수 없다.

(b) ‘몸의 부활과 영생을 믿습니다’(사도신경) - 우리도 신령한 몸/영적인 몸(불연속성)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c) 몸을 가진 채 의미 있는 일/활동을 계속해서 하게 될 것이다.

2.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2막/후반전의 시작

(1) 이 땅에서의 일(경험, 노력, 성과)은 결코 무의미 하게 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칭찬과 상급으로 혹은 영원한 심판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2막/후반전이 시작된다. 새 하늘과 새 땅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2) 종말은 소멸이 아니라 갱신

불 심판으로 불타 없어질 세상?

벧후 3:12-13 그 날에 하늘은 불타서 없어지고, 원소들은 타서 녹아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의 약속을 따라 정의가 깃들여 있는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롭다’: ‘어린/젊은/신선한’이 아니라(old/new), ‘질적으로(quality) 완전히 새로워짐’!

하나님은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하늘과 땅의 (물질적) 세계를 계획하고 계신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새롭게 된 부활의 몸으로 살아가게 된다.

3. 결코 헛수고가 아니다

고전 15:58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하십시오. 여러분이 아는 대로, 여러분의 수고가 주님 안에서 헛되지 않습니다.

(1)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왜? ‘죽으면 끝’이 아니라 부활할거니까! 

부활이 어떻다고? 부활은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특징이 있다. 

불연속성의 특징처럼 이 세상에서의 존재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 전혀 다른 부활의 몸으로, 전혀 다른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연속성의 특징처럼 그래도 여전히 ‘나’다. 이 땅에서 수고한 모든 것들이 그대로 연결된다. 칭찬과 상급도 받고 책망과 심판도 받는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보람 있는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부활은 우리에게 산 소망을 갖게 한다.

(2)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우리가 이 땅에서 하는 일은 죽음/부활 후에 아무 의미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영혼구원, 교회 섬김 등의 ‘(영적이며) 종교적인 일’뿐 아니라, 직업/사업, 집안 살림, 공부 등의 모든 ‘(영적이며) 세속적인 일’을 포함해서 모든 일이 부활의 세계와 연결된다.

요리를 하거나, 병을 고치거나, 꽃을 하거나, 음악을 하거나, 교육현장에서 가르치거나, 옷을 만들어 팔거나, 설계를 하고 건축을 하거나, 디자인을 하거나... 이 모든 일은 창조주 하나님과 함께 해 나가는 일종의 창조의 일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다!

(3)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해도.

노력했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해서 미완성의 삶인 것 같아도, 부활의 세계에서는 아름답게 이루어질 것이다.

아니, 미완성의 삶은 없다. 실패의 삶은 없다. 부활의 세계에서 계속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정한 완성은 이 곳에서가 아니라 그 곳에서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활은 우리에게 산 소망을 갖게 한다.

4. 니글의 이파리

평생 평범한 일을 하는 내가 무슨 하나님의 동역자란 말인가? 내 직업과 하는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결국은 다 없어져버리고 말텐데,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뭣하나? 그토록 힘들게 애쓰는 데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버릴 나의 삶인데... 

혹시 이런 생각을 가진 분에게 『반지의 제왕』을 쓴 J.R.R.톨킨이 쓴 단편소설 『니글의 이파리(Leaf by Niggle)』을 소개한다. (참고: 네이버 블로그, 관월)

(1) 『반지의 제왕』 집필에 몰두하던 톨킨은 어느 순간 막다른 골목에 부닥쳤다. 그에겐 여태 세상에서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써 내겠다는 비전이 있었다. 고대 영어와 북유럽의 여러 언어로 된 문헌들을 읽어 나가던 그는, 그리스와 로마, 심지어 스칸디나비아 신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엘프, 난쟁이, 거인, 마법사 등 ‘요정 나라’ 백성들 이야기가 영국에서는 사라졌음을 알았다.

톨킨은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다, 자신이 눈여겨보던 나무를, 이웃 사람이 가지란 가지는 다 잘라내고 줄기에도 심한 상처를 입혀 놓은 것을 보게 되었다.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는 신화 이야기가 그처럼 토막 날 운명에 처한 ‘내면의 나무’란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에너지와 창의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는 눈을 뜨기 무섭게 짤막한 이야기가 떠올라, 서둘러 내용을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때마침 청탁이 오자 톨킨은 그 원고에다 ‘니글의 이파리’라는 제목을 붙여 <더블린 리뷰> 편집부로 보냈다. 

(2) 이는 한 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화가 이름은 ‘니글’이다. “쓸데없이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는 뜻의 니글에게는 꼭 그리려는 어떤 그림이 있었다. 이파리 하나에서 시작해서 나무 한 그루 전체의 이미지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나무 뒤쪽으로 펼쳐진 멋진 세계까지 상상했다. 니글은 머릿속의 환상을 담아내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만큼 커다란 캔버스를 준비했다. 화가는 스스로 다짐한다. “넌덜머리나는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순간(죽음)이 오기 전까지, 어쨌든 이 그림 한 폭만큼은 꼭 그려내고 말겠어.”

니글은 여기저기 붓질을 하고 물감을 문지르며 화폭 위에 그림을 그려 나갔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a) 우선 화가 자신이 나무보다 잎에 더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음영과 광택, 표면에 맺힌 이슬방울까지 있는 그대로 그리려고 온 힘을 기울었다. (b) 두 번째는 따뜻한 마음 탓이었다. 이웃들이 부탁하는 일을 처리하느라 니글은 쉴 새 없이 붓을 놓아야 했다. 특히 이웃 남자 패리쉬는 그림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틈틈이 찾아와 자질구레한 일거리들을 맡기곤 했다. 

(3) 어느 날 밤 또 이웃 남자 패리쉬가 찾아와 자기 아내가 아프니 비 내리는 차가운 밤거리를 달려 의사를 불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니글은 독감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며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죽음의 사자가 찾아와서 이제 길을 떠나자고 하는데 니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제발, 아직 완성하지 못했단 말이에요.”하며 엉엉 울었다. 

(4) 그렇게 니글이 세상을 떠나고 세월이 흐른 뒤, 니글의 집을 사들인 사람은 잔뜩 해어진 큰 캔버스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이파리 하나만이 달랑 그려져 있었다. 이 그림은 “잎사귀: 니글 작(作)”(Leaf by Neggle)이라는 이름이 붙어 마을 박물관의 사람들의 눈길조차 닿지 않는 후미진 구석에 걸리게 된다.

(5)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상을 떠난 니글은 하늘나라의 높은 산들로 가는 열차에 태워졌다. 한참을 달려가는데 어디선가 두 가지 음성이 들었다. 하나는 허다한 시간을 낭비하고 평생 이뤄놓은 일이 거의 없다면서 꾸짖는 엄한 공의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니글이 남을 위해 희생한 쪽을 선택했으니 잘 했다고 말하는 따뜻한 목소리였다.

(6) 니글이 하늘나라 가장자리쯤 이르렀을 무렵, 마치 상급처럼 보이는 커다란 나무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니글은 얼른 그리로 달려갔다. 세상에! 거기에 니글이 꿈꾸며 그리려 하던 바로 그것이 있었다. 커다란 나무, 그가 그토록 그리고 싶어하던 그 나무가 완성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잎이 벌어지고, 가지는 길게 자라서 바람에 나부꼈다. 자주 떠올려보았지만 어림짐작으로 추측하며 좀처럼 포착할 수 없었던 완성된 바로 그 상태였다. 니글은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팔을 들어 활짝 벌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선물이야!’ (나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죽기 전에 살았던 세상은 화가 니글을 잊었지만, 그리고 니글의 작품은 미완성인 채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지만, 영원하고 참된 이곳에서 니글은 놀랍게 완성된 자신의 나무가 더 이상 상상의 산물이 아닌 영원히 살아 즐길 수 있는 실재 나무로 자기 앞에 선 것을 보게 된 것이다.

(7) 니글은 우리다. 하나님을 위하여 열심히 애쓰며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힘도 연약하고 방해도 많아서, 하고 싶은 만큼, 해야 할 만큼 이루지도 못하고 인생을 마치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다. 죽음 너머에 영원한 실재가 있다. 예수님의 부활로 분명히 보여주셨던 세상이 있다. 

어쩌면 우리도 죽음이라는 순간이 찾아올 때, 겨우 이파리 한 장을 그리고 간다는 생각에, “아직 완성하지 못했단 말이예요!”라고 니글처럼 울부짖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 땅을 사는 동안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의 동역자로, 하나님을 섬기는 태도로 그 일을 했다면, 그곳 천국과 부활의 세계에서 완성된 ‘진짜 나무’가 서있는 것을 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바울은 부활의 이야기의 결론처럼 고백할 수 있다. 

고전 15:58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고,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하십시오. 여러분이 아는 대로, 여러분의 수고가 주님 안에서 헛되지 않습니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의미를 두고 열심히 합시다.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낙심하지 맙시다.

2023/4/16 부활절 둘째주일